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깨서 잠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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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깨서 잠들 때까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0.2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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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초등생 자녀 둔 맞벌이 가족의 하루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수업 듣고, 엄마는 주문하고

스마트폰 중독 심각
우리 가족의 하루

 

아침 7시 어김없이 자가진단어플리케이션이 울린다. 엄마 김지원(가명·44)씨는 잠에서 깨 눈을 부스스 비비며 초등생 자녀의 건강기록을 체크한다. 깜빡 잊고 체크를 하지 못하면 뒤늦게 담임으로부터 따로 메시지를 받는다. 사실 학교별로 자가진단 앱의 참여비율을 놓고 교육청, 교육부에서 따로 체크한다. 세상의 부모들은 아침 7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 유진영(가명·13) 학생은 오전 8시에 기상한다. 엄마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자가진단 체크했어?”. 아침밥을 먹은 뒤 830분엔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매일 아침 클래스팅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선생님이 올려준 하루 수업시간표대로 영상을 본다. 매주 목요일은 화상채팅 사이트 줌(ZOOM)을 이용해 수업을 하기 때문에 아침엔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보통 영상을 다 시청하면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집에 있는 노트북에 접속해서 보는데 엄마나 아빠가 가져갈 경우엔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업을 듣는다.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컴퓨터 화면을 보는 시간이 확실히 늘었다.

 

비대면 시대,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족의 하루를 재구성해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가정에서 매일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두고 갈등이 벌어진다. /사진=육성준 기자
비대면 시대,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족의 하루를 재구성해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가정에서 매일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두고 갈등이 벌어진다. /사진=육성준 기자

 

유행하는 게임은 꼭 해야

 

진영이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엔 친구들과 가볍게 카톡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유행하는 어몽어스는 꼭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진영이는 게임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진영이의 엄마는 게임하는 게 싫어 수시로 어플을 지워놓지만 어느새 아이의 스마트폰에는 어몽어스의 캐릭터들이 산다.

진영이는 밀린 학원 숙제를 하기 위해 또다시 온라인 세상에 접속한다. 영어학원에서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해 매일 할당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영어로 단어나 문장을 발음하고 퀴즈를 푼다.

밀린 숙제를 하면 또 한 시간이 훌쩍 간다. 틈틈이 친구들과 카톡도 하고, 또 어몽어스 게임도 하고, 유튜브에 접속한다. 진영이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상을 찾아보거나, 12일 등 예능프로그램을 스트리밍을 통해 본다. 요즘엔 유튜브에서 종이 구체관절 인형만들기를 보는 게 취미다.

진영이는 영어학원에 다녀온 뒤 과학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과학 실험 영상을 보고 난 뒤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수학학원도 다녀왔다.

 

시도 때도 없이 알람이 울린다

 

벌써 저녁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엔 학교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해야 한다. 북한에서 쓰는 말과 우리말을 비교하는 숙제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시작한다. 검색어를 잘 입력하지 못했는지, 쉽게 찾아지지가 않는다. 오늘은 단소 불기음악 숙제도 제출해야 한다. 단소 부는 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난 뒤 선생님이 내준 노래의 영상 BGM를 검색해서 찾아본다. 영상을 잘 찍어서 올려야 한다. 수행평가 과제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달라진 장보기

 

오후 7. 직장에서 퇴근한 엄마는 으레 진영이의 스마트폰을 가져오라고 한다. 오늘도 스마트폰 접속시간이 4시간 가까이 된다. 엄마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봤다며 잔소리를 시작한다. 진영이는 억울하다. 진영이는 자신이 다른 친구들보다 핸드폰을 많이 보지 않는다고 말해도 엄마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인다.

며칠 전 친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파자마 파티(아이들이 한 집에 모여서 파자마를 입고 밤 늦게까지 노는 것)를 하지 못하자 스마트폰으로 파티를 열었다. 엄마가 일정 시간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진영이는 파티에 끼지 못했다. 진영이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과 멀어진 것 같아 속상하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엄마는 오늘 어디서 봤는지 접속시간을 제한하는 어플을 진영이의 스마트폰에 깔아놓았다. 하지만 진영이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숙제를 해야 한다며 엄마에게 사용 제한 시간을 풀어달라고 전화한다. 요즘 문제집은 동영상을 봐야 풀 수 있다. 스마트폰을 문제집 QR코드에 찍으면 선생님이 튀어 나와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준다. 진영이가 문제집을 풀려면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니, 일하는 엄마는 할 수 없이 제한시간을 풀어준다.

직장에서 돌아온 엄마는 하루가 고단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온 메시지를 읽느라 지친다. 하루에 10건이 족히 넘는다. 영재수업 신청부터, 학교 생활규칙 변경까지. 시도 때도 없이 알람이 울린다. 가정통신문이 이제는 비대면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엄마의 본격적인 온라인 쇼핑은 잠자기 전 시작된다. 계절이 바뀌기 때문에 사야 할 것이 많다. 아이들 내복부터 준비물까지. 이젠 공산품뿐만 아니라 식료품 구매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9시 쯤 돼서야 스마트폰을 집어들었지만 쉽게 화면이 꺼지지 않는다. 엄마도 때로는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영상을 찾아본다. 나에게 딱 맞춰진 영상이 목록에 뜬다. 신기하다.

우리는 24시간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 사용에 할애할까. 진영이와 진영이 엄마는 오늘 스마트폰을 몇 시간 사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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