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2개의 ‘세계무술연맹’, 법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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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2개의 ‘세계무술연맹’, 법적 비화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0.10.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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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부 대사 간 대립 양상…충주시가 방조?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개회식 모습.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그동안 세계무술축제 및 세계무예마스터십이 개최되면서 국내외로 택견과 무예의 도시로 이름을 알리게 된 충주시. 하지만 이와 관련한 운영 단체의 문제로 수 년 전부터 심한 내홍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고소 사태로 이어져 조속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제적 망신이 될 전망이다.

외부에서는 ‘세계무술연맹’을 세계무술축제 지속 개최와 무예마스터십을 열고 운영하는 데 큰 역할을 한 1개의 단체인 것으로만 인식됐다. 그러나 지난달 ‘충주시 세계무술연맹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자, 이를 강력 반대하는 의견서가 최근 충주시에 접수되면서 두 개의 ‘세계무술연맹’ 단체가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두 곳은 ‘비영리 민간단체 세계무술연맹(이하 민간단체)’과 ‘비영리 사단법인 세계무술연맹(이하 법인단체)’의 명칭으로 모두 외교부에 등록된 단체다. 이번 조례 개정 반대 의견서를 접수한 곳은 민간단체다. 민간단체는 개정조례안 공개 이전에 이미 검찰에 법인단체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충주시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해당 개정조례안은 2조(정의)의 “세계무술연맹협약에 따라 설립된 조직”이란 조문을 “전통무예진흥법에 따라 세계 전통무예의 보존 및 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사단법인 세계무술연맹”으로 변경하는 단순하고 짧은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민간단체의 주장은 충주시가 그동안 보조금 지급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이런 주장의 바탕은 법인단체와 민간단체는 각각 별개의 세계무술연맹 단체라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裁決) 내용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외교부는 중앙심판위 재결에 따라 등록 말소가 됐던 민간단체를 부활 등록시켰다. 민간단체에 취해졌던 등록 말소는 법인단체가 2014년 12월 이사회 및 2015년 8월 총회 의결에 따라 외교부에 신고 접수하면서 이뤄졌다가 행정심판에서 패소한 것이다.

조례 개정, 정면 충돌

중앙행정심판위는 재결에서 민간단체는 ‘무술연맹협약’, 법인단체는 ‘정관’ 규율에 따라 운영되는 별개의 단체로 판단했다. 즉 민간단체는 기존 조례의 “세계무술연맹협약에 따라 설립된 조직”이란 조문과 맞는 대목이다. 따라서 유네스코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가 세계무술연맹 회원국과 관련한 세계무술축제 및 무예마스터십 운영 업무의 당사자라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민간단체가 충주시 보조금 지급 대상 단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결 심판이 나왔음에도 시는 이를 시정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조례를 개정해 법인단체를 옹호하려 것이 민간단체의 해석이다. 19일 시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거쳐 법인단체가 민간단체를 승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시의 입장을 확인했다. 여전히 행정심판 재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조례 개정안이 나오기 전 이미 이런 충주시의 입장을 확인한 민간단체는 법인단체 대표자를 대상으로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한다. 혐의 죄명은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죄, 공전자기록부기재 및 부실기재공전자기록행사죄, 사기죄다. 이는 법인단체가 외교부에 민간단체 등록말소 접수를 하면서 제출한 서류가 위조 및 이를 사용해 사기에도 해당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속을 들여다 보면 두 단체는 같은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민간단체 세계무술연맹 대표자는 소병용 전 UN대표부 대사이며, 법인단체 세계무술연맹의 대표자는 정화태 전 라오스 대사다. 민간단체가 먼저 2003년 3월 25일 외교부에 등록됐고, 사단법인 등록은 2008년 6월 25일 이루어졌다. 등록 당시 대표자는 모두 소 전 대사였다. 두 곳 단체 모두 충주시의 지원으로 등록이 이루어졌다. 민간단체 등록은 현재 충북도지사인 당시 이시종 충주시장 때였고, 법인단체는 김호복 전 시장 때였다. 법인 등록 당시 충주시는 출연금으로 1억원을 출연했다.

국제적 망신 주목

이후 법인은 2015년 3월 16일, 정 전 대사를 대표자로 변경 등록했다. 그런데 법인단체 대표자 변경 과정 전후로 분란이 야기됐다. 민간단체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2013년 6월 이사회에서 소 전 대사는 법인 대표직 사임 여부를 같은 해 9월에 개최되는 총회 때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쪽에서 소 전 대사의 유임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런데 총회 현장에서 캐나다 회원이 후보로 추천되면서 시 쪽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결과는 소 전 대사가 30대 6으로 승리해 대표직을 지키게 됐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며칠 뒤 소 전 대사는 당시 이종배 충주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런 의문점과 투표 과정을 설명하고 사무국장 체제 등 세계무술연맹의 발전적인 고민 등을 밝혔다. 그의 편지글은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어떤 반응도 소 전 대사에게 밝혀오지 않았다는 게 대사 측의 언급이다. 오히려 2014년 12월 30일, 9명이 참석한 이사회를 개최하고 소 전 대사에서 정 전 대사로 대표직을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근거로 외교부에 법인 대표자 변경 등록을 하면서, 아울러 민간단체 등록 말소를 접수시켰던 것.

이에 민간단체는 행정심판과 고소를 통해 맞서는 상황이지만, 법인단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충주시도 조례개정을 통해 대응하는 모양새다. 민간단체 관계자는 “법인단체는 무술축제와 관련한 국내 관련 업무를 맡고, 민간단체는 해외업무를 맡으면 해결될 것”이라며 “외국 무술단체가 국내 사단법인 단체에 속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유네스코 승인 단체인 민간단체와 소 전 대사의 명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1998년 무술축제를 시작으로 충주 2019 세계무예마스터십까지 이어져 오는데 세계무술연맹의 역할이 컸다. 청주에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가 설치됐고, 충주 세계무술공원에는 조만간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ICM)가 문을 연다. 2023년에는 해외에서 세계무예마스터십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 망신이 되기 전에 ‘세계무술연맹’ 사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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