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기상 이변 가을 농산물 가격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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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기상 이변 가을 농산물 가격 대혼돈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11.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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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쌀값 들썩여 정부 개입 우려 … 김장배추값도 약보합
올 여름 이상 기후의 여파로 농작물 가격 불안정이 이어지는 등 농가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 여름 이상 기후의 여파로 농작물 가격 불안정이 이어지는 등 농가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상 최장의 여름 장마와 잇단 가을태풍 여파로 농산물 시장이 대혼돈에 빠지면서 추수기 농가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10월 산지 평균 쌀 출하 가격은 80㎏ 한 가마니에 21만 5847원으로 평년 같은 기간(16만 6292원)보다 29.8%나 폭등했다. 이는 벼가 착근하고 번식하는 영양생장기에서 이삭이 패는 생식생장기로 전환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50일 넘게 장마가 겹치면서 병충해 방제에 어려움이 컸고, 태풍이 연이어 상륙해 벼농사가 흉작을 보인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청은 올해 벼의 예상 단수(논 10아르 당 생산량)는 전년보다 3% 감소한 500㎏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금년도에 생산되는 벼의 출하량은 363만 1000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산지 쌀값이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당장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쌀 전업농들도 예년보다 급등한 산지 쌀값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며 울상이다. 473㎏라는 최악의 단수를 기록한 2012년에도 초반 산지에서는 쌀값이 들썩였지만, 물가 인상을 의식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가격이 추락하는 등 농가만 손해를 본 전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천 지역 쌀 전업농 최모 씨는 “올해 벼 작황이 좋지 않은 탓에 쌀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기에 예년보다 가마 당 5만 원 가까이 오르는 등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최 씨는 “벼가 흉작인 해에는 대농과 수매자 간 힘겨루기와 눈치 싸움으로 초기에는 산지 쌀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지만 자칫 소비자 물가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준까지 오르면 정부는 갖은 수를 동원해 쌀값을 폭락시켰다”며 “올해도 산지 쌀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솔직히 정부 개입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산지 쌀값이 지나치게 들썩이는 데 주목하면서 오는 12일로 예정된 쌀 최종 생산량 결과에 따라 수급량 조절을 비롯해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칫 이때까지 쌀값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정부 비축미 방출은 물론 내년도 벼 매입량 감축 등 강제 조치를 결행할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쌀 전업농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상 기후의 혹독한 후폭풍은 채소류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올 여름 긴 장마로 채소값이 10배 이상 급등하자 농가에서는 배추 등 김장 채소 재배량을 대폭 늘렸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채소값이 고깃값보다 비쌀 만큼 강세이다 보니 다소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평년 가격 수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막상 김장철이 다가오자 효자노릇을 기대했던 가을배추값은 약보합세를 유지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 2783㏊로 지난해보다 16.3%나 증가했다. 이는 평년과 비교해도 약간 증가한 수준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농가마다 가을배추에 기대를 품고 뛰어들었지만 9월 중순 이후 일조량과 강수량이 안정되고 작황이 평년 수준을 보이면서 출하량은 재배 면적 증가분만큼 고스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김장배추 재배 농가에서는 ‘올 가을배추 가격이 10㎏ 상품 한 망 당 6000원 안팎에서만 형성되더라도 선방’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흉작이었던 지난해 9000원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여름 채소와 과수, 벼 등에서 입은 이상기후 피해를 가을 채소로 복원하겠다는 기대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이상 기후에 따른 흉작 속에서 마땅한 소득 작물을 찾지 못한 채 한 해 농사를 마감해야 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신속하게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는 산지와 소비자 가격 간 간극을 해소하고 김장철 등 특정 시즌에 맞춘 소셜커머스(SNS를 통한 전자상거래)를 개척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비가격 정책에도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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