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위해 빵을 구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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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위해 빵을 구워볼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1.05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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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동 ‘공유부엌’에서 열린 토요일 문화체험교실
새로운 진로 탐색 기회 제공, 결국 마을이 답이다

청주행복교육지구, 마을 아이를 품다 10
청소년자율문화공동체 들숨과 날숨

 

빵 굽는 냄새가 공간에 가득 퍼졌다. 청소년 시민단체 마을N청소년은 매주 토요일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제빵 강좌를 비롯해 드론 체험, 바리스타 수업 등을 열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 중 하나인 청소년 활동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수업이었다.

오전 내내 참여가족들은 함께 반죽을 치대고 모양을 만들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초등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교육에 참석했고, 중학생들은 개별로 왔다.

청소년 시민단체 ‘마을N청소년’ 배상철 대표는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사진 육성준 기자
청소년 시민단체 ‘마을N청소년’ 배상철 대표는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사진 육성준 기자

마을N청소년 배상철 대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진로, 환경과 생태, 나눔, 사회적 경제 등 4가지 주제가 있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내적 성정을 촉진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배 대표는 청소년 자율문화공동체 들숨과 날숨을 창립했다. 들숨과 날숨에선 아이들이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배 대표는 청소년 참여활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입시에 매몰돼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것을 통해 작은 사회적 봉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마을 축제에서 이러한 재능을 살려 봉사를 할 수도 있다. 나눔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를 배우기를 바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부엌에서 프로그램 열려

 

매주 토요일 산남동 공유부엌에서 열린 제빵 수업에 부모와 아이가 같이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 산남동 공유부엌에서 열린 제빵 수업에 부모와 아이가 같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산남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두꺼비 살림이 위치한 건물에서 열렸다. 이 건물 3,4층에 있는 공유부엌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오동균 신부가 마을 아이들과 직접 빵을 구웠다. 마을 자원들이 교사로 기꺼이 나섰다. 산남동은 청주에서 마을 공동체의 씨앗이 가장 잘 발화한 곳이다. 다양한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돼 있다.

배 대표는 밴드나 커뮤니티를 통해 이번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선착순으로 금방 모집됐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이들과 수업을 했을 텐데 좀 아쉽다고 말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매회 참여인원을 10명 이하로 조정했다. 배 대표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마을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제공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다만,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단편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간, 단체 간 연대가 일어나면 더 풍성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든지 배운다

 

마을N청소년은 청소년도 시민이다를 모토로 청소년 권리 찾기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다. 청소년들이 대상이 아닌 주인이 되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마을 속에서 청소년이 주인 된 권리를 인식하고 키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 체제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일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어쩌면 이 같은 물음은 더 많은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배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진로교육수업이나 자유학기제 등이 너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안타깝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아이들이 성장한다. 무조건 암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에선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수동적인 청소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언젠간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적 경제 한마당을 꾸릴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적 경제는 곧 마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배 대표는 결국 마을의 아이들이 자원이고 우리들의 미래라고 웃어보였다.

청주행복교육지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마을 선생님들을 통해 아이들은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 새로운 세상엔 공동체의 가치가 살아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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