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중고 컴퓨터에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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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중고 컴퓨터에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1.1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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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컴퓨터가게 주인 “행정기관 자료, 각종 명단 등 정보유출 심각”
폐업한 여행사가 넘긴 컴퓨터에 여권사본·사진·일정표 들어있어

 

사진 아이클릭아트
사진 아이클릭아트

 

필요없어진 컴퓨터나 노트북을 중고 수집상에게 팔면서 개인정보를 방치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업체나 1인 기업 등이 폐업하면서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계속돼 문을 닫은 업체들 또한 많아 이런 일이 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청주시내에서 중고 컴퓨터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일부 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고객정보가 들어있는 컴퓨터·노트북을 팔아넘겨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들의 인적사항 혹은 사진이 컴퓨터 안에 그대로 들어있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고 말했다. A씨는 개인 수집상이나 고물상 같은 곳을 통해 중고 컴퓨터·노트북을 사들인 뒤 수리해서 판매한다.
 

반납한 노트북에는 명단 수두룩

그래서 며칠전 A씨 가게를 찾아가 봤다. 누군가로부터 사들인 컴퓨터와 노트북들이 즐비하게 있는가 하면 한 쪽에는 중고 컴퓨터의 모니터와 하드 디스크, 각종 부품이 종류별로 쌓여 있었다.

A씨는 “요즘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여행사 폐업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여행사에서 쓰던 컴퓨터들이 중고가게로 많이 들어온다. 중고 컴퓨터가 오면 나는 가장 먼저 하드디스크를 초기화한다. 초기화는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면서 “이 때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살펴보는데 놀랍게도 고객들의 여권사본, 사진이 들어있었다. 국내·해외여행 일정표, 사진, 여행후기 등이 들어있는 컴퓨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컴퓨터를 빠르게 열었다 닫으며 이를 보여줬다. 누구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여러 장의 여권사본과 여행사진이 각각 다른 컴퓨터에서 나왔다. 아름다운 풍경사진과 단체사진, 개인사진 등 사진 종류도 다양했다. 여권은 주민등록번호와 사진을 포함한 개인정보가 다수 들어있어 간수를 잘해야 함에도 이렇게 방치돼 있는 것이다. 실제 훔치거나 주운 여권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업체뿐 아니라 개인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도 나타난다. A씨는 “최근에는 컴퓨터에서 이력서,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이 발견됐다. 같은 사람 것이었다. 어떤 컴퓨터에서는 결혼·아이 백일·회갑 사진과 가족사진이 잔뜩 나왔고, 어떤 컴퓨터에서는 고위공무원이 기록한 축의금 명단이 나와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컴퓨터가 고물상이나 개인수집상을 통해 중고가게로 들어오기 때문에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이런 서류나 사진 등을 돌려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중고 컴퓨터가게에서 일정기간 빌려갔다 반납하는 노트북 같은 데서도 중요한 자료가 종종 나온다고 또 다른 가게 주인 B씨는 말했다. B씨는 “선거캠프, 아파트 분양사무소, 기업체나 행정기관 외부감사처럼 일시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노트북을 빌려간다. 그런데 저장된 자료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반납하는 경우가 있다. 선거캠프에서 사용했던 각종 명단, 분양사무소에서 작성했던 분양신청자 명단, 감사팀이 저장해놓은 각종 자료 등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선거캠프에서 사용했던 명단에는 이름·직업·주소·전화번호 등이 거의 들어있고, 분양신청자 명단에도 이름과 전화번호가 대부분 적혀있다. 아울러 기업체나 행정기관 감사자료에는 외부로 유출되면 안되는 자료들이 있다. 그러나 이를 삭제하지 않아 중요한 개인정보가 밖에서 나돌고 있다.
 

“하드디스크를 분쇄기로 파쇄하라”

또 B씨는 행정기관에서 쓰던 중고 컴퓨터에도 유출돼서는 안되는 명단과 자료들이 들어있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B씨는 “얼마전 컴퓨터를 초기화하려고 보니 모 지자체의 고액체납자명단이 들어있더라”라고 전했다.

충북도와 청주시에 문의한 결과 직원들이 쓰는 컴퓨터 내구연한은 5년이지만 예산확보가 안돼 더 오래 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교체된 컴퓨터 중 쓸 수 있는 것은 업체에 의뢰해 수리한 뒤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 보급해 재활용하도록 한다. 희망자들에게 수리된 컴퓨터를 나눠 주는 ‘사랑의 그린 PC’ 사업이 있다. 이 때 하드디스크를 복원하지 못하도록 아예 교체한다”고 말했다. 폐기하는 컴퓨터는 하드디스크를 분쇄기로 파쇄한다고 했다.

행정기관의 컴퓨터는 원칙상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지만 일부는 수집상이나 고물상을 통해 중고 컴퓨터가게로 흘러온다고 가게 주인들은 말했다. 이들은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한 눈에 알아본다는 것. 이런 것을 열었을 때 회의자료와 각종 공문서, 개인 공적서 등이 나온다고 했다.

한편 중고 컴퓨터가게 주인 A씨는 “컴퓨터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는 하드디스크를 빼서 파손하거나 구멍을 내 버리는 게 안전하다. 또는 중고가게 매장에 와서 폐기 요청을 해도 된다. 그러나 이런 요청을 하는 사람이 극소수다. 강도보다 더 무서운 게 개인정보다. 한 번 유출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주워담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중고컴퓨터에 야한 동영상이 숱하게 들어 있었으나 지금은 엄벌에 처하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대신 인적사항이 그대로 드러나는 각종 서류와 사진들을 너무 쉽게 버린다고 지적했다.

만일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출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3월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 볼 수 있는 정보를 유출하면 위반이다. 요즘에는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많고, 유출되면 피해 또한 심각하다. 중고 컴퓨터가게에 떠도는 개인정보가 나쁜 일에 악용되면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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