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아직은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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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아직은 갈길 멀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1.1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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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청주시내 일반고 시범 도입 앞두고 우려 커져
교실‧교사 인프라 학교별로 차이 커…제도보완 필요
충북도교육청은 내년에 고교학점제를 청주시내 일반고를 대상으로 전면 실시한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취지는 좋지만 일선 학교마다 교사 수, 교실 수 등 인프라 차이가 있는데다, 교사들에겐 업무과중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 또한 학업부담이 더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뉴시스
충북도교육청은 내년에 고교학점제를 청주시내 일반고를 대상으로 전면 실시한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취지는 좋지만 일선 학교마다 교사 수, 교실 수 등 인프라 차이가 있는데다, 교사들에겐 업무과중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 또한 학업부담이 더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뉴시스

 

충북도교육청은 내년에 고교학점제를 청주시내 일반고를 대상으로 전면 실시한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들이 대학에서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신청을 하고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 것이다. 쉽게 대학교 강의실을 생각하면 된다.

학생들은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학년에 관계없이 졸업할 수 있는데,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춘 획일적 교육과정 대신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7년 말부터 시작됐다.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이기도 한 고교학점제를 2022년부터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2018년부터 연구학교, 선도학교 사업을 실시해 왔다. 현재 선도학교는 주성고, 오송고에서 시행하고 있고 연구학교는 청원고, 충주고 등이다.

 

2018년부터 사업 시작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고교 교육역량을 강화할 고교학점제와 고교학점제형 교육협력 모델 구축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운영 지원 사업''교육 소외지역 교육 여건 개선 사업'에 선정돼 28억원을 지원받았다.

청주 일반고 24곳을 대상으로 한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사업에는 모두 8억 원이 투입돼 지역 내 교육청-지자체-대학 등 기관 간 협력체제(교육 협력센터)를 바탕으로 학생 수요 맞춤형 교과목 개설을 지원했다.

교육 소외지역 교육 여건 개선 사업은 청주를 제외한 시군지역 일반고 29곳을 대상으로 모두 20억 원을 투입해 실시간 양방향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기반 시설(스튜디오, 온라인 학습실, 노트북, 태블릿 등) 확충, 학생 통학여건 조성 등 도시 지역과의 교육격차 해소에 주력했다.

도내 일반고는 교당 최대 7000만 원을 지원받아 학생의 학업 수준과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 올해부터는 모든 일반고에 '교내 교육과정 이수 지도팀'을 신설해 학생 개인별 교육과정 설계를 돕고, 교육청과 학교를 이어줄 '공동교육과정 운영위원회'를 운영했다. 이는 학교 간 학사일정이나 수업 시간 조정, 과목 수요 조사 공동 시행 등 고교학점제형 공동학사 운영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마다 교사 수, 교실 수 등 인프라 차이가 있는데다, 교사들에겐 업무과중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 또한 학업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교사도 학생도 되레 부담 가중

 

실제 선도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오송고 교사 모 씨는 교사들 경우 교과 과정이 늘어나다 보니 평가 및 수업 준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학생들 또한 원하는 수업을 들으려면 방과 후에 다른 학교에 가야하는 등 학업 부담이 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시행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는 공통과목을 듣는다. 2,3학년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 학기 초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이른바 과목안내서를 나눠준다. 100개의 수업이 나열돼 있다. 학생들이 5명 이상 모여 과목안내서에 나와 있는 수업을 신청하면 학교에선 수업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다보니 보통 2~3학년의 경우 예전에는 20~30개의 수업과목이 고교학점제 도입이후엔 50~6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이 본교에 없으면 강좌가 개설된 인근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가령 교육학 전공을 하고 싶으면 관련 교육학 수업이 개설된 학교를 찾아가 방과 후 수업을 듣는 것이다.

 

과목 쪼개기 전락할 수 있어

 

교사 모 씨는 사회과학 과목의 경우 수업이 다양하게 쪼개지게 된다. 과목 특성상 그렇다. 교사들은 이전엔 한 개 과목 수업을 준비하면 됐는데 많으면 4개 과목 수업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이 있어도 이에 맞춘 전공자를 학교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디자인 수업이 개설된다면 미술교사가 맡아야 하지만, 미술교사 또한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라는 맹점이 있다. 정 교사를 못 구하면 외부 강사를 초빙한다. 외부 강사의 경우 1학기 단위로만 학교와 계약을 맺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교조 충북지부를 비롯한 교원단체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다. 내년엔 청주시내 일반고를 대상으로 전면도입에 앞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송고 모 교사는 고교학점제 제도가 학생부 종합전형 등의 수시 평가에서도 이른바 쓸 거리를 제공해준다. 학생들이 진로에 맞춘 수업을 듣는 과정 자체가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적성에 쓸 내용을 풍부하게 해준다. 고교학점제가 갖고 있는 철학보단 현실적으로 입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교사들도 학생들도 도입을 찬성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내년 청주시내 일반고에 전면도입될 경우 학교마다 인프라 차이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당장 고교학점제는 교실 수가 많아야 수업을 나눠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교조 충북지부는 고교학점제 관련 TF를 구성하고 해답찾기에 나섰다. TF에 참여한 교사들은 교육청에 고교학점제 수업을 전담할 교사를 전면 배치해 마치 프리랜서 강사처럼 학교마다 수업을 개설할 경우 파견하는 형태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재로선 이 방법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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