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충북도의회 행감에서 손병관 원장 관리능력 부재 지적
공공의료기관인 충북도립 청주의료원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여 지탄을 받았다. 독감백신 무단반출과 환자 의료정보 유출사건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청주의료원은 올해 내내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하느라 큰 고생을 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로 전국적 망신을 당하는 등 지탄의 대상이 됐다. 특히 독감백신 무단반출로 청주의료원은 경찰수사를 받고 있고 국회 국정감사와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손병관 원장의 관리능력 부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주 서원보건소는 지난 9월 17일 청주의료원 직원들이 독감백신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고 같은 달 25일 청원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청주의료원은 자체 조사하여 의사 8명, 간호사 94명, 행정직원 1명 등 103명이 총 272개를 외부반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예진표를 대리 작성하고 직원할인 50%를 적용받아 독감 백신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경찰은 이 달 15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늦어진다는 후문이다.
이숙애 충북도의원, 손병관 원장 질타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이숙애 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1)은 13일 충북도 보건복지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이 의원은 “공공병원에서 주민들에게 접종해야 할 독감 백신이 수백개 반출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심지어 수액유출 의혹까지 있다”며 “청주의료원장이 관행이었다, 의료법 위반인줄 몰랐다고 주장한 점은 공공의료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반출된 독감백신이 284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료진 가족은 물론이고 마을금고·신협 회원, 산악회 회원, 교우 등 지인을 협약기관 소속으로 기록하고 이들에게도 백신을 제공했다. 이는 의료진의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무면허 의료행위,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청주의료원의 자체 조사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행정직원 1명을 제외하고 의사 8명, 간호사 94명 등으로 의료진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 의원은 수사 대상만 100명이 넘고 사안이 심각한데 관리감독 기관인 충북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특정감사 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전정애 보건복지국장은 청주의료원의 잘못과 충북도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인정했다. 다만 특정감사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중인 사안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감사관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청주의료원 행정사무감사 때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손병관 원장의 관리능력 부재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독감백신 반출이 조직적 범죄와 조직적 은폐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의료원 측은 손 원장이 독감백신 외부반출을 허용했다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답변서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이것이 위법행위라고 못박고 사건 연루자 103명을 어떻게 조치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현재 수사중’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해 비난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청주의료원은 환자의 의료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7월 모 충북도의원은 청주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의료원측 관계자가 이 도의원에 관한 처방내역을 낱낱이 모 기자에게 전해 문제가 됐다. 더욱이 해당 의원은 이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숙애 의원이 손 원장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질의하자 ‘조사중’이라고 대답, 다시 한 번 관리능력 부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7월에 일어난 일을 아직도 조사중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영배·이명수 국회의원 축소의혹 제기
한편 독감백신 무단반출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국회의원들도 이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원들은 사건 축소의혹도 제기했다. 국회 안전행정위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은 “백신이 반출된 곳의 CCTV를 의료원측에 제출하라고 했는데 CCTV를 수리중이었다고 한다. 독감백신 반출을 누구에게 왜 허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대리처방을 받으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국민의힘·충남아산갑)도 “의료원 자체 진상조사 결과 103명이 자진신고를 했으나 보건당국은 400명을 관할 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축소신고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부장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이 백신을 가져간 날을 전후해 CCTV가 고장 나 보건당국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독감백신 반출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간호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백신을 가져간 날 왜 하필 CCTV가 고장났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손병관(71) 청주의료원장은 지난 2014년 원장 공모에서 선발된 뒤 임기 3년을 마치고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올해 공모에 단독 응모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손 원장은 인하대 의대 학장과 의학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도의회는 지난 7월 손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최종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때 내부감사 기능이 없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 감사팀을 만들도록 조건을 달았으나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립 의료기관 같았으면 벌써 파면됐거나 징계받았을 일들이 공공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에서는 이렇게 허용되고 있다. 손 원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조직을 혁신해야 할 임무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