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진 청주의료원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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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청주의료원의 신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1.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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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무단반출·환자 의료정보 유출로 연일 지탄받아
국감·충북도의회 행감에서 손병관 원장 관리능력 부재 지적
청주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큰 역할을 했으나 독감백신 무단 반출 사건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 사진은 청주의료원
청주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큰 역할을 했으나 독감백신 무단 반출 사건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 사진은 청주의료원

 

공공의료기관인 충북도립 청주의료원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여 지탄을 받았다. 독감백신 무단반출과 환자 의료정보 유출사건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청주의료원은 올해 내내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하느라 큰 고생을 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로 전국적 망신을 당하는 등 지탄의 대상이 됐다. 특히 독감백신 무단반출로 청주의료원은 경찰수사를 받고 있고 국회 국정감사와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손병관 원장의 관리능력 부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주 서원보건소는 지난 9월 17일 청주의료원 직원들이 독감백신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고 같은 달 25일 청원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청주의료원은 자체 조사하여 의사 8명, 간호사 94명, 행정직원 1명 등 103명이 총 272개를 외부반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예진표를 대리 작성하고 직원할인 50%를 적용받아 독감 백신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경찰은 이 달 15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늦어진다는 후문이다.
 

이숙애 충북도의원, 손병관 원장 질타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이숙애 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1)은 13일 충북도 보건복지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이 의원은 “공공병원에서 주민들에게 접종해야 할 독감 백신이 수백개 반출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심지어 수액유출 의혹까지 있다”며 “청주의료원장이 관행이었다, 의료법 위반인줄 몰랐다고 주장한 점은 공공의료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반출된 독감백신이 284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료진 가족은 물론이고 마을금고·신협 회원, 산악회 회원, 교우 등 지인을 협약기관 소속으로 기록하고 이들에게도 백신을 제공했다. 이는 의료진의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무면허 의료행위,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청주의료원의 자체 조사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행정직원 1명을 제외하고 의사 8명, 간호사 94명 등으로 의료진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 의원은 수사 대상만 100명이 넘고 사안이 심각한데 관리감독 기관인 충북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특정감사 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전정애 보건복지국장은 청주의료원의 잘못과 충북도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인정했다. 다만 특정감사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중인 사안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감사관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청주의료원 행정사무감사 때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손병관 원장의 관리능력 부재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독감백신 반출이 조직적 범죄와 조직적 은폐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의료원 측은 손 원장이 독감백신 외부반출을 허용했다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답변서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이것이 위법행위라고 못박고 사건 연루자 103명을 어떻게 조치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현재 수사중’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해 비난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청주의료원은 환자의 의료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7월 모 충북도의원은 청주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의료원측 관계자가 이 도의원에 관한 처방내역을 낱낱이 모 기자에게 전해 문제가 됐다. 더욱이 해당 의원은 이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숙애 의원이 손 원장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질의하자 ‘조사중’이라고 대답, 다시 한 번 관리능력 부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7월에 일어난 일을 아직도 조사중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영배·이명수 국회의원 축소의혹 제기

한편 독감백신 무단반출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국회의원들도 이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원들은 사건 축소의혹도 제기했다. 국회 안전행정위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은 “백신이 반출된 곳의 CCTV를 의료원측에 제출하라고 했는데 CCTV를 수리중이었다고 한다. 독감백신 반출을 누구에게 왜 허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대리처방을 받으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국민의힘·충남아산갑)도 “의료원 자체 진상조사 결과 103명이 자진신고를 했으나 보건당국은 400명을 관할 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축소신고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부장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이 백신을 가져간 날을 전후해 CCTV가 고장 나 보건당국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독감백신 반출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간호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백신을 가져간 날 왜 하필 CCTV가 고장났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손병관(71) 청주의료원장은 지난 2014년 원장 공모에서 선발된 뒤 임기 3년을 마치고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올해 공모에 단독 응모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손 원장은 인하대 의대 학장과 의학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도의회는 지난 7월 손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최종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때 내부감사 기능이 없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 감사팀을 만들도록 조건을 달았으나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립 의료기관 같았으면 벌써 파면됐거나 징계받았을 일들이 공공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에서는 이렇게 허용되고 있다. 손 원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조직을 혁신해야 할 임무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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