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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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가 늘어난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1.1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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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인구 10년 새 10배 코로나이후 급 상승… 다큐 '왓 더 헬스' 인기 입문영상
채식 유형에 따라 7단계 구분, 트렌드 민감한 홍콩사람 34%는 간헐적 채식 중

 

 

청주 금천동에 위치한 한살림 매장에서 장을 보는 김민정 씨 /육성준 기자
청주 금천동에 위치한 한살림 매장에서 장을 보는 김민정 씨 /육성준 기자

 

청주 사직동에 사는 김민정 씨는 올해 초 채식을 시작했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는 유전자변형(GMO) 농산물에 대한 영상들을 많이 시청했다. 그중 한 영상에서 동물들도 GMO 농산물을 피한다는 내용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보니 사료의 대부분이 GMO 농산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고기를 피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 배경에는 김 씨처럼 철학적 이유로, 또는 육류섭취로 인해 몸 안에 염증 등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건강적 이유로 나뉜다. 최근에는 탄소배출 저감과 관련해서도 채식이 각광받는다. 지난 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지금의 식량체계를 유지하면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기온 1.5~2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식량을 만들며 나오는 온실가스는 주로 농지정리숲개간비료생산 등을 통해 만들어 진다. 전 세계적으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간 160억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했고 이는 전체 배출량의 30%를 차지했다.

김 씨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채식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1년간 마음의 준비를 하며 조금씩 고기를 덜 먹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기 없이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는 이제는 고기를 끊고 유기농채소, 버섯 등을 주로 먹는다. 처음에는 먹을 게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별로 불편한 게 없다. 마음만 먹으면 주변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콩고기, 현미고기 등의 대체품들을 쉽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한지 몇 개월 안됐지만 몸이 가벼워졌다. 다만 주변에 채식을 하는 동년배 사람이 별로 없는 점은 아쉽다. 채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호회에 가입했고 구성원들과 서로의 식단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화면
/넷플릭스 화면

 

넷플릭스 다큐 <왓 더 헬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 채식인구는 2018년 기준 150만 명이다. 이는 200815만명의 10배 수치로 최근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채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이들 사이에서 넷플릭스의 다큐 <왓 더 헬스(What the health: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2017)>는 꼭 봐야 하는 콘텐츠로 정평이 났다.

다큐는 집안병력으로 인해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감독의 탐사취재로 제작됐다. 영상은 감독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공육에 의문을 품으며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510월 소시지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IARC가 발표한 육류 섭취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조사가 근거가 됐다. 보고서는 약 800건의 논문사례를 검토해 소시지나 햄 등 일정한 공정을 거친 육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가공육은 여전히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큐는 그 이유를 자본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 거대 육가공기업과 의학계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나아가 계란, 우유, 치즈 등의 식품에도 문제가 있다고 경고한다. 감독은 대안으로 채식을 제시했다. 다큐는 채식이후 건강을 찾은 사람들의 사례담들이 나오며 마무리된다.

다큐가 공개된 후 세계적으로도 파장이 컸다. 반대 측에서는 채식에 대한 위험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지금도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양시론적 관점이 많다. 하지만 찬밥신세였던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은 이 무렵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채식! 다 같지 않아

 

올 초 미국 시장조사기업 Dynata은 미국인 56%2020년 새해 육류소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이어 주로 채식을 하지만 가끔 고기나 생선을 먹는 플렉시테리언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사람들의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 ‘Green Monday’는 지난 5월 진행한 조사를 통해 홍콩은 전체 인구의 34%250만명이 플렉시테리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사람들이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수준이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먼저 나타난 추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채식은 풀만 먹는다는 고정관념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채식은 정도에 따라 일정부분 고기를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채식을 크게 7단계로 구분한다. 식물성 재료섭취를 기반으로 어떤 동물성 식품군을 추가로 먹느냐에 따라 경계가 나뉜다.

먼저 채식 중에서도 뿌리잎채소를 먹지 않고 과일곡식견과류만 섭취하는 프루테리언이라는 극단적 채식주의자가 있다. 이어 비건은 육류와 가금류, 난류, 어류, 유제품 등을 모두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다. 비건을 기준으로 유제품을 허용하면 락토’, 난류를 허용하면 오보’, 유제품과 난류를 모두 허용하면 락토-오보.

여기에 해산물 등 어패류를 추가하면 페스코, ‘페스코는 항간에서는 이효리 채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어 닭과 같은 가금류를 추가하면 폴로’, 가끔씩 육류까지 섭취하면 간헐적 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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