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도로 왜 건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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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도로 왜 건설할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1.24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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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매곡‧상촌 주민들 박덕흠 의원 공약인 49호선 도로 건설반대
상습침수지역 제외, 매곡상가70% 철거, 비현실적 보상가 등 문제 주장
공사대상지에서 빠진 상습침수구역 /추진위 제공
공사대상지에서 빠진 상습침수구역 /추진위 제공

영동군 매곡면 일대 주민들은 지난 2매곡상촌 반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하고 충북 지방도 49호선 공사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매곡면을 통과하는 도로의 토지주 111명 중 104명의 서면결의를 받아 충북도 등에 제출했다.

지난 16일에는 충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선형도로 공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알 수가 없다. 일방통행식 행정을 개선하라공사는 박덕흠(무소속,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추진하던 공약사업임에도 관련 설명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위 박상진 총무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노선을 선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 주민들이 평소 민원을 제기하던 곳은 빠지고 이상한 곳이 들어왔다이런 곳에는 도로가 필요 없다. 인구도 줄고 교통량도 점점 주는데 대체 필요하지 않은 곳에 도로를 왜 놓나?”고 반문했다.

이들은 올 2월 활동을 시작한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을 자제하며 담당 공무원들과 수차례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뜨뜻미지근했다. 사업자체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계획하고 충북도의 예산으로 추진하다보니 담당 지자체는 별다른 힘이 없었다.

박 총무는 주민들과 한번이라도 어떤 게 필요한지 논의했어도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업의 기본설계는 20188월 결정됐다. 이후 20194월 도로구역결정(변경) 고시가 이뤄졌고 6월 충북도와 경북도가 공사시행협약을 맺은 뒤 1공구 착공에 들어갔다. 2공구는 9월 착공했고 보상협의는 10월에 시작됐다. 문제의 1공구는 상촌에서 시작해 매곡면을 통과하는 9.2km의 구간이다. 경북도와 협업하는 2공구는 추풍령,황간,상주시 모동면을 잇는 7.7km 구간이다. 공사는 약 8% 진행됐다.

 

사업, 총체적 문제

 

박성만 추진위원장은 설계대로 하면 1공구 공사에서는 매곡면 상가 11곳 중 8곳이 헐린다. 현실적으로 필요 없는 도로 때문에 지역경제는 풍비박산이 나는 셈이다구간도 문제다. 설계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비가 많이 오면 상습침수구역인 매곡면 내동리에서 농기계 사업장까지 2km는 제외된다. 정작 필요한 곳은 빼고 전혀 불편함 없는 도로를 넣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보상가 책정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박 총무는 기준 없이 진행됐다.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집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감정을 실시했는가 하면 누락된 부분도 많다. 1차 감정 때는 보상금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사람만 조정해주고 내용을 잘 모르는 노인들의 보상금은 전혀 조정되지 않았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줘서 달래는 꼴이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90%가 넘는 토지주들의 사업 반대의견을 담아 충북도에 제출했다. 그리고 2차 감정 거부의사를 밝혔다. 박 총무는 “2차 감정평가도 어떠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다. 이에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은 영동군에서 온 감정평가 진행 관련 공문을 불태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일정대로 갈 수 밖에 없다. 1차 감정에 문제가 지적돼 2차는 다른 감정평가사가 진행한다. 현재 추진위 반대로 2차 감정은 보류중이다고 전했다. 이후 충북도와 추진위가 서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대화를 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진행된 내용은 없다. 그런 가운데 추진위는 충북도지사와의 면담으로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추진위 주민들은 영동군이 발송한 공문을 불태웠다. /추진위 제공
추진위 주민들은 영동군이 발송한 공문을 불태웠다. /추진위 제공

 

 

공약사업이면 프리패스?

 

당초 사업은 박덕흠 의원의 공약으로 시작됐다. 공약사업은 원칙적으로 임의조정 폐기가 불가하다. 다만 이행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면 예외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수립계획 변경, 주민의견 수렴, 변경안 제출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약사업이 수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행 혹은 불이행만 있다. 지자체장의 공약사업은 공약이행평가단, 의회 예산심사 등 견제수단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선거공약은 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관계부서에서 사업계획을 내놓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거치지만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게 해서 예산이 세워지면 끝까지 가는 것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박 의원은 2017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을 국회로 초치해 동남4군의 국도SOC 추진현황과 주요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상촌-황간 등 설계진행 중인 건을 합해 11건의 국도사업이 동남4군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동남4군은 물론 충북도 전역의 국도 SOC가 조속히 추진돼 낙후지의 접근성이 강화되고 지역발전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당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870억원(국비 588억 도비 282)을 확보했다. 재원은 확보한 국도비에서 충당하고 보상은 지방비 100%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간 추진된다. 예산이 마련되니 사업은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박성만 추진위원장은 이번 도로공사와 관련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자료를 박 의원에게 건넸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지금은 연락조차 안 된다. 이 공사가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알 수 없다중재를 위해 충북도지사와 면담을 요청했다.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 26일까지 가부를 통보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박 의원이 피감기관의 공사수주로 물의를 빚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 사업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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