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의 선택, 무예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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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지사의 선택, 무예를 어떻게 할 것인가
  • 한덕현
  • 승인 2020.11.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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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가 지난 19일 개관했다. 국제무예센터는 우리나라 정부와 유네스코 간 협정에 따라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무예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역할과 기여를 놓고도 연구와 기록, 자료수집 등의 활동을 주도하게 된다. 이를 근거로 궁극적으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소통과 협력증진을 통해 세계평화와 화해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유네스코 195개 정회원국과 10개의 준회원국으로 구성된 총 205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예철학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심신 수련의 기예가 포함된 교육·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청소년들의 심신 발달은 물론 리더십 및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데도 포괄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한 마디로 그동안 세계무술축제와 세계무예마스터십 등을 개최하며 ‘무술’을 선점해온 충북으로선 이번 국제무예센터 개관은 실질적으로 국제적 인증을 받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충북에 무예를 접목하고 견인하여 오늘에 이른 건 처음부터 끝까지 이시종 도지사의 작품이다. 이 지사가 충주시장 재직시 충주가 택견의 발상지임을 키워드로 내세워 무술축제를 창출했고 이후 국회의원에 이어 도지사가 되자 세계무예마스터십 개최로 보폭을 넓혔다. 이미 충주를 중심으로 도내에는 각종 무예관련 시설과 조직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아 지금도 충북과 무예의 관계설정에 비토를 제기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충북과 무예가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며 부정적이다. 이들은 마스터십으로 대표되는 그동안의 각종 이벤트가 결국 막대한 혈세만 축냈다며 무예의 퇴출을 강변한다. 도의회에서도 관련 예산을 문제삼으며 이를 곱지않게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지난 2013년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유치에 이어 이번에 개관까지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충북이 무예의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견고한 근거가 있다. 충북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초대 택견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신한승이라는 인물이다. 이 지사에게 ‘무예’라는 마인드를 심어준 단초도 현대 택견의 창시자로 불리는 신한승의 충주 인연이었다. 서울 왕십리 출생의 신한승은 일찍이 가문의 영향으로 택견에 입문했고 경찰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1957년 충주로 내려오게 된다. 아버지 신우선은 충주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냈고 신한승 역시 약 2년간 충주에서 중학교 체육교사를 했다. 그러다가 1973년 충주에 택견 전수 도장을 개설해 후진을 양성하고 택견 이론과 실전의 모든 것을 집대성, 정리한 것이 충주와 택견의 관계를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때문에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현재와 같이 세계 각국의 무예를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태권도 사례를 벤치마킹해 차라리 ‘택견’만을 특성화한 이벤트로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사는 올림픽의 도시인 스위스의 로잔처럼 충북을 국제무예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쨌든 충북과 무예의 관계는 이번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의 개관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지금까지 무예의 전도사였던 이시종 지사가 3회 연임 제한으로 다음번 선거에서 임기를 마친다는 점도 무예의 앞날을 궁금하게 한다.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지사의 퇴진과 함께 이 행사는 용도폐기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현재를 기준할 때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지속되기 위한 관건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예산 지원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것에서 벗어나 재정적 자립을 꾀하는 것과 청주에 본부를 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의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가입이다. 전자는 충북무예의 실체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결조건이고 후자는 스포츠로서 세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건인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로 예상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의 차기(3회·2023년) 개최지 선정과, 일단 GAISF 준회원 가입이 가시권으로 들어왔지만 코로나로 인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도 충북으로선 풀어야 할 과제다.

 

이시종 지사가 얼마전 전격 영입한 WMC 백성일 신임 사무총장은 이런점에서 충북무예의 국제무대 진출에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는 1985년 우리나라 체육의 본산인 대한체육회에 입사에 처음부터 국제부에 배속돼 35년이나 세계 체육계를 누벼온 국제통이다. 특유의 붙임성과 업무의 성실함으로 고 김운용 IOC위원을 비서로 수행하며 오랫동안 해외 인사들과 친분, 교류를 나눈 국제스포츠계의 전문가로 꼽힌다.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개관으로 “충북에 무슨 무예냐”면서 당위성을 따지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됐다. 이젠 당초 취지대로 충북을 세계무예의 메카로 키우는 일만 남은 것이다. 지금까지 이룬 것만 해도 충북의 무예 선점은 그 성과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기에 이시종 표 무예는 충북에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를 세우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건 아무리 무예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스포츠나 경기의 개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선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활용한 무예산업 발굴에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내야 할 것이다. 무예산업의 세계 최고로 꼽히는 중국 허난성의 소림사는 문화혁명 때 전폐 위기에 놓였으나 이를 ‘쿵후’로 상징되는 소림무술로 되살려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최연소 방장(주지)이 된 스융신의 ‘발상의 전환’ 이다.

그는 소림사에 스포츠 마케팅 개념을 도입, 세계쿵후토너먼트를 개최하면서 이연걸과 이소룡으로 연상되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에도 나섰는가 하면 무예체험을 전제로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지금은 엄청난 국가산업의 한 축을 이루게 됐다. 무예를 너무 돈벌이에 악용한다는 비판과 함께 여러 성추문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소림사 주변으로 무려 80여개의 무술학교를 유인해 흑인 백인 할 것없이 수만명의 수련생들을 거느리는 건 그의 경영마인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무예는 원래 인고의 깨달음을 중시하는 수행으로 이를 통한 인간교육이 주요 요체가 된다. 유네스코 세계무예센터의 설립 취지가 스마트폰과 디지털에 찌든 세계 청소년의 심신교육과 훈련을 키 포인트로 하는 만큼 앞으로 세계무예마스터십을 매개로 하는 한국형 ‘무예 인문학’ 개발과 이의 전수를 위한 참신한 기획, 전략을 짜내야 할 것이다.

지난 11월 16~20일 EBS 교육방송에서 방영한 ‘박찬대의 무림기행’이라는 특별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다양한 종목으로 활동하는 무예 고수들의 실체와 활약상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재방송까지 보게 됐다. 택견 만큼은 충북에서 촬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세계무예마스터십 관련 공직자들이 한번 재생해 보기를 바란다. 무예는 이처럼 흥미가 있고 깊이가 있고 예의·신의·신념·철학이 배어 있다. 바로 ‘인간됨’을 깨우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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