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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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삶과 죽음
  • 충청리뷰
  • 승인 2020.11.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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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최근 가까운 친지의 부고를 몇 차례 겪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지난 달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갑작스레 편찮아지셨는데, 감염질환은 아니었지만 요즘 상황이 이러니 병원에 들어가 진단을 받기도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병명을 알아냈지만, 치료 기회는 미처 갖지 못했다. 간병인과 보호자로 등록된 딱 한 사람만 면회가 가능한 격리 병실에서 몇 달 계시다 임종을 맞이하셨다. 그 사이 다른 가족들은 병원 밖에서 영상통화만 나눌 수 있었으니 황망할 뿐이었다.

이웃에서 알고 지내던 분은 지난 주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인지장애 증상이 심해지면서 요양원으로 모신 지 몇 해가 지났다. 올해는 다들 그렇듯이 딸도 면회를 몇 번 못 갔는데, 돌아가시기 얼마 전 거리두기 1단계일 때 잠깐 얼굴만 뵀다고 한다. 만나도 자식 얼굴도 잘 알아보지 못한지 오래 되셨지만, 이야기를 듣는 나도 짠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가 쓴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을 읽다보니 이렇게 주로 병원 혹은 요양원에서 기약 없는 시간을 견디다가 가족, 친지와 깊은 소통 없이 고립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고령화시대의 한 특징이라는 것을 알았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이 과정이 더 극적으로 압축되어 드러났다고 할까.

책이 나온 2015년 당시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였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결혼을 해도 안 해도 결국 혼자’가 되는 현실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5.7%인 고령사회이며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가구는 이미 22.8%이다. 인구는 감소해도 1인가구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도쿄대 교수였던 우에노 치즈코는 현실 문제를 다루는 대중적인 저술로 우리나라에도 꽤 독자가 있다. 은퇴 후에는 평생 싱글로 살면서 얻은 지혜를 담은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여성과는 조금 다른 남성 싱글을 위한 『독신의 오후』, 그리고 70대 후반 ‘독거노인’으로서 본인의 절실한 관심사를 다룬 위 책까지 싱글3부작을 펴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으로 우리나라는 노명우 교수가 낸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이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루다보니 저자는 종종 ‘싱글 권장은 무책임하다, 결혼을 하지 말고 아이도 낳지 말라는 것이냐’는 날선 비판을 받았다. 편견을 걷어내고 읽어보면 이미 변화한 세상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나누는 유용한 실용서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하여 훈계보다는 공감이 고마운 시대이다.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1947-49년생)의 자녀인 단카이주니어세대(1971-75년생)는 청년시절 취업빙하기를 겪었고, 40대에 이르도록 결혼도 출산도 적게 한다. 돌봄을 맡아줄 가족이 없는 것이 이제는 더 보편적 현실이다.

“이제껏 노인에게는 가족에게 기대는 노후 이외에는 다른 시나리오가 없었다. 앞으로 노후를 맞이할 우리는 현재 노인의 등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우면 된다”고 저자는 조근 조근 이야기한다. 통계를 보면 혼자 사는 여성은 가난하고, 혼자 사는 남성은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빈곤과 고립이 노후에 한꺼번에 닥치면 상당히 힘들다. 그렇지만 혼자 산다고 반드시 고립될 필요는 없다. 대신 관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우리 일상에는 으레 이러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기준이 넘친다. 시설 좋은 병원에서 연명치료 하는 것이 효도라고 보는 시선이나 임종을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임종 콤플렉스’ 대신 평소에 서로 잘하고 잘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시선은 ‘집에서 홀로 맞는 죽음’이 고독사가 아니라 존엄사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무엇인지 살핀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도 나이가 많고 적은 친구들과 어울려 이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남희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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