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믿기지 않는 관급 도로공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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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도 믿기지 않는 관급 도로공사 ‘충격’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12.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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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교차로∼시곡교 구간 부실시공, 공사비 부풀리기 백태
제천시가 발주한 제천시 송학교차로~시곡교 구간 도로 개설 공사 현장(사진 왼쪽). 설계와 시공 원칙을 무시한 부실 공사가 다수 확인돼 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과 재시공이 요구된다.
제천시가 발주한 제천시 송학교차로~시곡교 구간 도로 개설 공사 현장. 설계와 시공 원칙을 무시한 부실 공사가 다수 확인돼 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과 재시공이 요구된다.
제천시가 발주한 제천시 송학교차로~시곡교 구간 도로 개설 공사 현장(사진 왼쪽). 설계와 시공 원칙을 무시한 부실 공사가 다수 확인돼 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과 재시공이 요구된다.
제천시가 발주한 제천시 송학교차로~시곡교 구간 도로 개설 공사 현장. 설계와 시공 원칙을 무시한 부실 공사가 다수 확인돼 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과 재시공이 요구된다.

 

관급 공사를 둘러싼 부실 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제천시가 발주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노골적이고도 총체적인 부실 사례들이 다수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구간은 지난 3월 31일 청주 소재 D건설사에서 낙찰 받은 중로1-21(송학교차로 ~ 시곡교) 도로 개설 공사(360m) 현장으로, 이 구간 토공사와 상하수도 공사의 실제 시공은 제천시에 주소를 둔 J건설사가 하청을 받아 진행 중이다.

야산을 절토해 동상방지층, 보조기층 등 대부분 토공을 마친 이 현장은 현재 보·차도 경계석 시공이 한창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공종별 부실 공사를 의심할 만한 사례들이 여러 건 확인됐다. 또 설계 변경을 통한 사업비 부풀리기로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긴 정황들도 다수 발견돼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가 요구된다.

당초 이 구간 법면 보호공 공정에서 책정된 절토사면 녹화(풍화암) 사업비는 2620여만 원이다. 이후 제천시는 지난 11월 설계변경을 거쳐 209㎡의 수량에 불과했던 절토사면녹화(풍화암) 면적을 20배 가까운 4118㎡로 늘려 잡아 순공사비 1억 156만여 원까지 증액했다. 그러나 공사 현장의 절토사면에는 흙깎기 후 리핑암(풍화암)이나 발파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면의 토사를 보면 대부분 부드러운 흙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변경된 설계 상에는 일반 사토보다 공사 단가가 비싼 절토사면녹화(풍화암) 공종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기재돼 의문을 낳고 있다.

흙깎기 공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됐다. 변경된 설계에 따르면 리핑암 흙깎기 수량은 당초 4408㎥에서 1만 3956㎥으로 9548㎥나 늘어난 것으로 기재돼 있다. 746만여 원이었던 관련 공사비도 2364만여 원으로 1617만여 원이나 올랐다.

그러나 실제 절토된 공사 현장을 조사한 결과 리핑암은 단 한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허위 설계 변경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본지와 함께 문제의 공사 구간을 조사한 토목 전문가 A씨는 “흙깎기 공정이 다 끝난 후 절토면들을 모두 확인했지만 일반 토사가 대부분이었다. 인근 사토장도 두 번이나 답사했지만 풍화암이나 발파암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실제 공사된 것을 보면 일반 토사 깎기의 수량과 비용만 늘어야 하는데, 어떻게 리핑암 깎기 내역이 추가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터파기 공종에서도 유사한 의문이 제기됐다. 내역서를 확인한 결과 일반 토사 구조물 터파기수량은 2705㎥, 비용으로 328만여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핑암 터파기 수량은 353㎥에 879만여 원이고, 발파암 터파기 수량은 980㎥에 3659만여 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터파기가 이뤄진 어느 현장에서도 리핑암이나 발파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구조물 리핑암 터파기와 발파암 터파기는 현지 토질 상 있을 수 없다”고 확언하면서 “설계변경으로 증가된 터파기는 모두 ‘토사 터파기’로 봐야 하기 때문에 설계 상 리핑암과 발파암 터파기 명목으로 합산 증액된 4539만여 원은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역서를 역산하면 구조물 토사 터파기의 1㎥ 당 단가는 1216원인 반면, 리핑암과 발파암 단가는 각각 2만 4920원, 3만 7346원에 달한다”며 “있지도 않은 리핑암, 발파암 물량을 설계에 반영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도로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격 부풀리기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반침하 등 위험 상존
‘사토 및 적사’ 내역에서도 가격 부풀리기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 발견됐다. 설계 상 사토장은 공사 현장에서 5㎞ 떨어진 곳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운용 중인 사토장은 포전리와 시곡1리 원마루 두 곳으로 도로 공사 현장에서 거리가 각각 4.2㎞와 2.2㎞에 불과하다. 때문에 사토장과 거리를 실제에 맞게 변경해 설계에 재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A씨는 “변경된 설계 내역을 보면 리핑암 수량이 9549㎥ 늘어 8548만여 원 증액되고, 발파암 구조물 터파기도 980㎥가 인정돼 1127만여 원 반영됐다”며 “하지만 실제 사토장에는 리핑암과 발파암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둘을 합산한 9676만여 원은 잘못 반영된 비용으로 모두 감액하는 대신 사토 가격으로 보정하는 게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포장공종에서 보·차도경계석(규격 200×250×1000 화강암) 수량산출서에 따르면 동상방지층(두께T-30㎝)과 보조기층(두께T-15㎝)을 다짐한 뒤 18㎝ 높이의 유로폼을 설치하고 경계석을 놓은 다음 5㎝(T-5㎝) 깊이로 묻히도록 콘크리트를 타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공 현장은 아예 유로폼을 설치조차 하지 않은 채 콘크리트를 이용해 눈대중으로 높이 조절을 하면서 경계석을 놓는 부실 시공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급 자재인 레미콘 수량도 설계보다 적게 사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이대로 아스콘 포장과 경계석, 인도 공사를 진행한다면 콘크리트 타설량은 당연히 설계량보다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상방지층과 보조기층의 다짐 공사도 날림으로 행해져 어떤 구간은 제대로 다짐을 할 경우 설계 상 두께(T-50㎝)에 크게 못 미치는 35㎝ 이하로 주저앉을 것이 우려될 만큼 허술하게 토공공사를 했다”며 “동상방지층과 보조기층에 쓰이는 골재를 25톤 트럭 한 대 분량만 절약해도 공급가 기준 42만 원 이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가 부실공사로 가로챈 공사대금은 큰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지하고 측량부터 새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후 보조기층과 선택층용 혼합석 골재 수량을 설계에 맞게 구입함은 물론 포설과 다짐도 규정대로 새로 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설계변경과 현장 시공 등 공사 전 과정에서 의혹이 속출하고 있어 당국의 즉각적인 현장 점검과 시정 조치가 시급하다. 도로포장 등 마무리 공정이 이뤄진 뒤에는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해 부실과 불법 의혹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실공사 의혹이 짙은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채 준공검사가 이뤄질 경우 지반침하 등 위험이 상존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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