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적대적인 사람을 대함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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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적대적인 사람을 대함에 있어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0.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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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전국 시군 단위 중 음성군이 발전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평가는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지역을 좁혀서 보면 음성읍 사람들은 감우재 넘어 금왕, 대소나 충북혁신도시 쪽과 비교하며 절망감을 말하기 일쑤다. 대기업이 들어오려다, 대학교가 들어오려다 반대가 심해 포기한 적이 많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많다. 군청과 경찰서, 교육청이 있지만 밤이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상권 활성화가 안된다는 여론이 높다.

음성 출향 인사들 중에도 고향의 이런 안타까움을 알고 기업 유치 등에 힘을 싣기도 하곤 한다. 2013년께부터 지역에서 유치운동을 벌인 한국동서발전의 LNG발전소 건설사업이 그렇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당시 동서발전 사장이 음성 출신이고 한국전력 소속 간부 등도 음성 출신으로 발전소 유치에 힘을 실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음성읍 사람들은 유치위원회를 조직해 대대적인 운동을 펼쳐 음성LNG발전소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내 마을에는 안된다는 소지역 님비현상에 뒤늦게 부딪히는 아픔을 맞고 말았다. 2015년초 평곡리를 사업부지로 하는 유치 동의서가 산업부에 접수됐고, 2017년말 국가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됐다. 이즈음에 이르러 주민반대대책위원회의 강력한 반대 투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연일 군청앞 집회와 시가 행진 등이 벌어지면서 찬성 목소리는 싹 가시고 반대파만 득세했다. 2년 가까이 흘러 올해초가 되면서 동서발전은 음성그린에너지추진실을 마련하고 17명으로 조직을 확충해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이 때부터 주민반대위는 추진실 직원들과 본격적인 맞대면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반대위는 부지 현장에 콘테이너박스를 이용한 임시 사무소를 차려놓고 추진실 직원들의 부지 접근을 봉쇄했다. 소통을 통한 접점을 찾으려는 동서발전 직원들에 대해 반대위는 이제와서 무슨 대화냐는 말로 일갈했다. 위협적인 언행도 빈발했다.

반대위의 대화 가능성은 사업백지화가 선행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추진실에선 어떤 연결 고리가 됐든 대화를 타진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인지 몰라도 지난달 음성읍 일부 사회단체장들이 주축이 된 상생발전협의체가 발족됐다. 반대위 주민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속한 단체의 대표들이 소속돼 있어 동서발전은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상생협의체 출범식이나 위촉식에서 발전소 문제를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현실이 연이어 목도됐기 때문이다.

추진실에서는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듯하지만 참견할 사항이 아닌 탓에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반대위의 지속적인 반대와 상생협의체의 한계에도 한결같이 사람들을 찾아 만나는 추진실 직원들의 노력은 살신성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퇴근 후에도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지역민들을 접촉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일부 직원들과 반대위 사람들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도 됐다고 한다. 적대적인 사람도 자주 얼굴을 맞대다 보면 미운정이 고운정 되는 모양이다. 대화로 웃는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한다.

#음성 #대화 #동서발전 #살신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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