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공동체는 이런 곳
상태바
가족 같은 공동체는 이런 곳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2.16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들 서로 힘 모아 베란다 콘서트 개최, 크리스마스 길 조성
안해진 회장 “주민과 관리주체가 협력하는 마을 만들겠다”
왼쪽부터 박상규 소장, 안해진 회장
왼쪽부터 박상규 소장, 안해진 회장

 

아파트 주민간의 갈등 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들려온다. 이중에는 암암리에 이뤄지는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폭행과 갑질,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벌어진 관리소장 살해사건 등 흉흉한 일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최근 청주 흥덕구 복대 두진하트리움 2차 아파트에서는 주민과 관리사무소 사람들이 힘을 모아 베란다 콘서트를 열어 화목한 동네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베란다 콘서트는 아파트 단지 내 공터에 무대를 마련하고 주민들은 집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작은 음악회다.

안해진 입주자대표회장은 지친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관리사무소와 협력해 음악회를 준비했다. 또한 입주자회와 관리주체가 잘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민들이 아파트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행사를 준비함과 동시에 아파트 293세대 전체 문 앞에 떡을 배달했다. 또한 단지 내부에 조형물 들을 설치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들어간 경비는 그동안 모은 아파트 기금과 몇몇 주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안 회장은 아파트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공군에서 근무하며 평생을 비행기 정비에 매진했다. 최근 제대한 그는 관사에 주로 거주하다보니 아파트 주민 간 이런 커뮤니티가 있는 것을 잘 몰랐다. 전역 후 이 아파트에 거주하며 공동체를 위해 도울 일이 없나 찾다보니 어느새 입주자 대표회장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화합해 베란다 콘서트

 

베란다 콘서트는 주민화합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지난 4일 저녁 6시부터 총 4팀이 참여해 트럼펫, 색소폰, 우쿨렐레 등을 연주했다. 이중에는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무대도 있었다. 지켜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상규 아파트관리소장은 베란다에서 공연을 보다가 집 밖으로 나온 가족들도 많았다. 준비할 때는 힘들었지만 모두가 코로나19로 답답했을 마음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보람찼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사를 준비하며 안 회장은 판공비보다 더 많은 돈을 아파트 기금마련을 위해 내놓았다. 사심 없이 봉사하는 마음 덕에 주민들도 그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자연스레 아파트 내 크고 작은 갈등들도 잘 마무리되고 있다.

아파트는 늘 크고 작은 층간소음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근처 SK하이닉스, LG화학 등에 근무하는 30~40대 사람들이 다수 거주하다보니 단지 내 어린 아이들이 많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는 층간소음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안 회장, 박 소장을 포함한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당사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있다.

안 회장은 주민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요구사항을 잘 취합해 크고 작은 불만들은 누그러뜨리려고 애쓰고 있다. 또한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청주시청에도 여러 번 찾아가 이런 저런 요구를 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저를 상당히 불편해 하는 것 같다며 멋쩍게 말했다.

4일 저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두진하트리움 2차 아파트에서 열린 ‘베란다 콘서트’
4일 저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두진하트리움 2차 아파트에서 열린 ‘베란다 콘서트’

 

갈등해결 선봉장

 

안 회장의 노력 덕분에 거주환경은 좋아졌다.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지 2, 그 간 건설사하고도 협상을 잘 이끌어내 하자보수 갈등도 잘 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쉼터, 카페, 화단 등의 조성도 이끌어 냈다. 또한 아파트 주변 환경 개선에도 힘써 아파트 후문을 만들었고, 아파트 진입로의 신호체계를 개편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바꿔가고 있다.

이런 행보는 안 회장이 살아온 발자취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군 제대 후 현재 축구 경기감독관으로 일한다. 경기감독관은 경기를 준비하는 최고 책임자로 A매치,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기 전 운동장 시설점검심판점검승부조작 감시, 119등 비상상황점검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안전은 늘 고려대상 1순위다.

안 회장은 아파트가 유흥가 주변에 위치하다보니 아이들이 여러 위험들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아파트 내 공원에 취객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단지 내 택배차량들이 이동할 때 주의를 요청하는 등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으로 단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주변 단지들에서도 입소문이 나 벤치마킹하러 오는 사람들도 적잖다. 특히 이번에 공들여 만든 크리스마스 길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다. 덕분에 안 회장을 비롯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주민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다.

안 회장은 내년에는 청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겠다. 또한 주민들이 관리사무소 사람들과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포근하고 가족 같은 공동체를 가꿔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