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세’ 만들자는데 웬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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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세’ 만들자는데 웬 ‘기금’?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2.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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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제천시·단양군·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 등 세금 신설 주장
시멘트업계·엄태영 의원 기금 요구, 엄 의원에게 쓴소리 쏟아져
충북도의회는 전체 도의원의 서명을 받아 11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건의문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오영탁, 허창원, 윤남진 의원. 사진/ 충북도의회
충북도의회는 전체 도의원의 서명을 받아 11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건의문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오영탁, 허창원, 윤남진 의원. 사진/ 충북도의회

 

시멘트세 필요성 여론 비등
추진 과정

충북도가 추진하던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이하 시멘트세) 신설이 일단 불발됐으나 도는 계속 추진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7일 시멘트세 심사를 보류했다. 때문에 이 사안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이번 국회 임시회가 내년 1월 10일까지라 충북도와 도의회는 한 번 더 법안심사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충북·강원·전남·경북 등 4개 광역지자체에서 추진한 지방세법 개정안에는 시멘트 생산량 1톤당 1000원(40㎏ 1포대 40원)의 목적세를 과세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재원은 시멘트업체 주변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과 환경개선 등에 쓰인다. 충북도는 연간 시멘트세를 177억원 정도 예상한다. 그러면 시·군이 65%를 직접 사용하고 나머지 35%는 도가 특별회계로 피해 지역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 법안 심사를 앞두고 지역에서는 여론이 둘로 나뉘어졌다. 충북도,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와 시멘트업체가 있는 제천시·단양군 등이 시멘트세 신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엄태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제천·단양)과 시멘트업계, 제천 단양 일부 주민들이 기금 설치를 들고 나왔다. 엄 의원이 처음 공개적으로 기금을 들고 나왔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모 씨는 “19, 20대 국회에서 좌절돼 이번에는 잘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 쪽에서 세금대신 기금으로 하자며 반대하는 등 갈등이 첨예화됐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심사를 보류한 직접적인 이유는 당시 공수처법 개정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항의하러 나가자 심사 일정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사 보류 원인은 국회에 있었지만 느닷없는 기금 주장은 다 된 밥에 재 뿌린 꼴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시멘트세와 기금을 비교해보면 공익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시멘트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금이 안정적, 지속적인 재원 확보 가능”

충북도 등은 시멘트에 세금을 붙여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공장 주변지역에 대해 주민건강 영향조사, 대기 및 수질오염 실시간 측정시스템 구축, 수질개선사업 등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금에 용도제약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며 건강검진, 경로당 보수, 장학금, 지역축제 등에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까지 시멘트업계의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평균 4.43%보다 높은 9.2%이고 특히 쌍용시멘트는 16.3%, 한라시멘트는 10.4%로 나타났다고 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시멘트는 대기오염 배출 2순위임에도 60년간 과세를 하지 않았다. 원자력은 2006년, 화력은 2014년 과세를 했다. 시멘트 생산시 분진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막대한 건강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멘트에 과세를 하지 않을 경우 원자력이나 화력세도 없애야 형평에 맞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기준 원자력세는 1473억원, 화력세는 1151억원이 걷혀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지급됐고 지역발전에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엄태영 의원 등은 기금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단 박스기사 참조) 시멘트업계는 20대 국회 때 시멘트세 신설을 발의했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강원 동해)한테 기금 100억원을 200억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한편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시멘트세 신설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 지사는 2014년과 2018년 도지사 선거 때 시멘트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19대 국회 때 강은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했으나 자동폐기됐다. 20대에서는 이철규 의원이 발의했으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남 담양)이 발의했다.

이 지사는 1991년 부산시 재정국장으로 부임해 이듬해 컨테이너세를 신설했다고 한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에 지역개발세를 부과한 것. 부산시는 이 돈을 도심 교통혼잡 해소를 위한 항만 배후도로 건설에 썼다. 시는 당초 이 세금을 한시적으로 10년 동안 징수하기로 했지만 5년간 더 연장해 2006년 폐지했다.

부산시가 거둬들인 세금은 총 1조165억6900만원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부산시는 동서고가도로, 구포대교, 광안대로 등을 건설하는데 국비외 재원을 이 돈으로 충당한 것이다. 당시도 무역업계는 컨테이너세 폐지를 요구했다.
 

‘기금 주장’ 엄태영 의원, 업계 대변하나?
엄 의원 페이스북 살펴보니

 

엄태영 의원은 지난 11월 25일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그러자 왜 시멘트업계를 대변하느냐는 쓴소리가 달렸다. “시멘트업체에 면죄부를 주고 지역민을 위한다고 하면 안된다”는 따끔한 질책이 눈에 띈다. 실제 지역에서는 엄 의원이 공익보다 업계를 대변하는데 더 앞장섰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그의 말과 시멘트업계의 주장이 같기 때문이다. 그는 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엄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시멘트 피해지역과 지역주민에게 전액 지원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멘트 생산에 1포당 40원(1톤당 1천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이중 65%인 650원을 해당 시․군에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사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시멘트 기업들이 피해 시․군에 1톤당 500원의 기금을 직접 지원하기로 하면서 관련 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피해지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세금을 신설하겠다고 하는데 해당지역의 국회의원 권성동(강원 강릉), 이철규(강원 동해·삼척), 유상범(강원 영월·평창), 엄태영은 용도의 제약이 있는 세금이 아니라 기금조성을 통해서 피해지역에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금출연방식으로 해야 건강검진, 경로당보수, 장학금 지급, 지역축제지원 등에 기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같은 1톤당 650원을 기금으로 조성해서 피해지역 시장․군수 산하의 기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직접 피해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향상, 공해예방과 환경개선 등에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역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면 일자리 감소나 임금문제 등 그 피해와 시멘트 가격 인상요인도 예상이 됩니다. 지역경제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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