賞도 의심해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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賞도 의심해야 하는 시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2.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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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연말이다. 연말에는 여기저기서 상이 쏟아진다. 상을 탈 만한 사람이 수상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상이 많아 불편하다. 그 중 가장 문제되는 건 주최측에 돈내고 받는 상이다. 지자체나 공기업 등에서 이런 행태가 벌어진다.

중앙 경실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관련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경실련은 지난 15일 올해 전국 지자체들이 상 받는데 쓴 돈이 4억7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경북 청송군이 352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고창군 3100만원, 경북 울진군이 275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지자체가 이를 누락하거나 은폐해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경실련은 특히 단양군에 대해 한마디 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서 3위를 한 단양군은 이번에 매우 불성실하게 응답했다. 단양군은 돈을 지출했으나 수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단양마늘·고추·귀농귀촌 등 수상 대상에 대한 홍보의 일환으로 지출했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뭔가 미심쩍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어디 어디서 상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언론사들은 이를 보도한다. 그러니 주민들은 믿을 수밖에 없다. 양 측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주민들만 아무 것도 모른다. 경실련은 지자체가 상을 받는 대가로 홍보비나 광고비를 내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이며 사회적 병폐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지난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전수조사 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경실련이 지난해 발표한 2014년 1월~2019년 8월 5년여 동안의 내역을 보면 정말 놀랍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사 및 민간단체에 돈을 내고 상 받은 건수는 1145건, 금액은 93억여원으로 드러났다. 당시 충북은 전국에서 네 번째 5억40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럴 때는 충북이 전국 5위안에 들어 쓴 웃음이 절로 난다.

그 중 단양군은 17개의 상을 받는데 2억5000여만원을 지출해 전국 3위를 했다. 그리고 충주시가 9건에 1억3000만원, 제천시가 7건에 8400만원, 괴산군이 6건에 4300만원, 증평군이 8건에 1500만원, 영동군이 3건에 240만원, 보은군이 1건에 2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충북도·청주시·음성군·진천군은 안 받았다고 밝혀 좋은 대조를 이뤘다. 반면 옥천군은 상을 받았으나 지출한 게 없다고 답변했고 보은군과 단양군은 일부만 공개했다고 한다.

돈을 받고 상을 주는 곳이 있기 때문에 이런 지자체들이 나온 것인데 경실련은 7개 주요 언론사가 시상식을 싹쓸이한다고 말했다. 그 중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등이 전체의 96%인 648건의 시상식을 주최했다는 것이다.

지자체 예산으로 개인 수상을 했던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는 얼마전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구속 됐다. 그는 2017~2018년 연이어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대상을 받았다.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이제 최고 경영대상이니 영향력있는 CEO 대상이니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이니 하는 것들을 의심해봐야 겠다. 그리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도 상을 많이 받는데 이들도 혹시 돈내고 받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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