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동학개미운동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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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학개미운동 원년’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2.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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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예탁금 30조→65조… 코로나19로 떠난 외국자본의 빈자리 채워
2021년에도 계속될 전망, 다만 주식의 요구수익률은 소폭 하락 예상

웬일이냐, 주식

개인투자자의 역습

 

 

2020년은 동학개미운동의 원년이다. 동학개미운동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불안심리가 커지자 제일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코스피 지수는 1457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때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나섰다. 외국인 투자금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3월에만 115000억원 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 이유로는 사람들의 경제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장기화되는 저금리,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면서 월급만으로는 결코 자산을 늘릴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급락한 주가는 이들에게는 자산을 늘릴 최고의 기회였다. 은행에서 돈을 빼 주식시장에 가져다 넣는 풍경도 속속 연출됐다.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쉽게 주식을 사고 팔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약 2900만개였던 주식계좌 수는 현재 약 3500만개까지 급증했다. 개인이 증권사에 투자를 목적으로 예치한 투자자예탁금도 올 초 30조원에서 현재 65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도 64조원을 넘겼다.

청주에 사는 직장인 김현희 씨는 4월 동학개미운동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모두가 주식얘기 뿐이다. 초반에는 주식을 잘 몰라서 우량주만 샀는데 이제는 동료끼리 이런저런 정보도 공유한다. 개중에는 손해 보는 사람도 여럿 있지만 그래도 주식얘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열풍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에서는 개미투자자들을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주식거래 어플인 로빈후드에서 차용한 말로, 1300만명의 미국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즐겨 쓴다. 이어 일본에서는 닌자개미’, 중국에서는 인민개미들이 자국 자본시장에서 활약했다.

 

달라진 개인투자자들의 위상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발언권이 강화됐다. 정부도 이를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이에 올해만 수차례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정책들을 내놓았다. 공매도의 제한은 대표적인 친개미 정책이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제도다. 기관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 가치와는 무관하게 주가를 떨어뜨려 시장을 왜곡하고 단기 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316일부터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당초 915일에 풀릴 예정이었지만 개미투자자들의 반발 등 여론이 악화되자 기간을 연장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21시장조성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증권회사들의 공매도를 40% 가량 줄이는 정책을 내놓았다. 시장조성자제도는 한국거래소가 증권회사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현재 기관과 개인에게는 공매도가 제한돼 있지만 증권회사에게는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동학개미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개인투자자를 위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매달 징수하던 세금을 반기마다 걷는 것으로 바꿨다. 또한 주식형 공모펀드는 5000만원 기본공제를 적용하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 주식 장기 보유 세제 혜택 등을 정책에 반영했다.

 

2021년에도 통하나?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코스피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이유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처가 상대적으로 양호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2020년 경기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분위기를 탄 동학개미운동은 새해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0년 같은 극적인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주식의 요구수익률도 감소할 전망이다. 요구수익률은 투자자가 바라는 최소한의 수익률을 의미한다.

한 투자전문가는 주식은 심리다. 극단적인 비유지만 시중금리가 1%고 우량주식의 수익률이 평균 5%라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 1년에 1000만원을 벌려면 은행에는 10억원을 우량주식에는 약 2억원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주식시장에서는 더 벌었다. 2억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3월에 샀다면 지금쯤 8000만원을 벌었다수익률의 폭이 점차 줄어들 때까지 주가는 상승할 것라고 전망했다.

동학개미운동은 우리나라에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개미투자자들의 약진은 우리 주식시장을 몇몇 기관투자자, 외국인들이 쥐고 흔드는 구조에서 벗어나 많은 투자자가 활동하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에 한국주식투자연합회 관계자는 “2021년은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고 건전한 주식투자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개인투자자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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