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의회 몽니에 새해 예산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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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의회 몽니에 새해 예산 싹둑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0.12.3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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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외면한 의회 갑질 논란
청전 지하도로 겸 상가시설
청전 지하도로 겸 상가시설

 

민선 7기 들어 비교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던 제천시와 시의회가 설전을 벌이는 등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지역사회가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때아닌 자존심 싸움으로 반목을 보이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사태는 2021년 본예산안을 심의하던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청전지하도 청소년 문화공간 리모델링 사업비(15억 원) 전액을 삭감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집행부가 예결위 직후인 지난해 12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의회의 처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는 ‘청전지하도 청소년 문화공간 조성 좌초하나’, ‘놀 곳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주려 했는데…’라는 도발적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이 무산되면 어렵게 확보한 국비 7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면서 “시의회가 놀 만한 장소가 없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 조성에 대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직격했다. 사실 시는 보도자료 배부 직후 해당 보도자료에 기재된 내용이 의회를 자극할 소지가 있다며 보도유예를 지역 언론에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매체에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이번엔 시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제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4일 제296회 제4차 본의회에 이상천 시장을 출석시켜 문제의 기사가 보도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유일상 부의장(국민의힘)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비 확보에 관해 아무 말도 없던 시 집행부가 국비를 확보한 사업을 의회가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며 이상천 제천시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 항의했다.

유 부의장을 비롯한 일부 시의원들은 시 집행부가 지난해 11월 4일 업무보고와 지난해 12월 17일 예산안 보고, 2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고 때 청전지하도 청소년 문화공간 리모델링 사업의 국비 확보 관련 설명을 하지 않아놓고 이제 와서 의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심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해명이나 설득도 없던 집행부가 ‘지하 공간보다는 더 좋은 곳을 고민하고 청전지하도는 시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용도를 찾아보라’는 의회의 정당한 의견 개진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이 같은 반발은 도를 넘어선 ‘갑질’이자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6일 제296회 제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김홍철 의원, 김대순 의원은 “국·도비도 시민의 세금이며 국민의 세금이다”, “(세금은) 하늘에서 눈비처럼 쏟아져 내려온 돈이 아니다”며 특별교부세 관련 사업에 대해서도 시의회가 얼마든지 칼질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때문에 국비를 확보한 사업이었다면 예산을 전액 삭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집행부와 의회 안팎의 평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 중인 시장을 기어이 본회의 발언대에 불러 세워 핀잔을 준 행위는 의회의 안일한 상황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이번 예산은 제1회 추경 때 시의회가 별 이의 없이 통과한 사안”이라며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장을 의회로 불러 보도에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몰아붙인 것은 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코로나19로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회가 과도하게 새해 예산을 삭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천시의회는 이번 예산안 심의를 통해 171건 78억 9000만 원을 삭감했다.

광역자치단체로 제천시보다 재정 규모가 5배 이상 차이나는 충북도 예산이 20억 원 삭감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무차별적 칼질에 가깝다. 제천보다 예산이 많은 충주시의 삭감액 22억 8000만 원과 견주어도 3배가 넘는 규모다. 증평군의회는 아예 군이 올린 원안 그대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제천시 본청 소속 한 공무원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된 2021년은 중앙정부와 충북도 등 거의 모든 기관의 예산이 원안에 가깝게 편성됐다”며 “전시에 준하는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예산을 늘려도 모자라는 마당에 마구 삭감을 한 의회의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전지하도 청소년 문화공간 리모델링 사업은 이미 정부 특별교부세 4억 원을 배정받은 데다 교육부의 미래교육지구 공모사업 선정으로 프로그램 운영비 3억 원도 수령해야 할 사업”이라며 “내년에 편성할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시의회의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하면 확보한 국비는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 사이에서 청전지하상가로 불렸던 청전지하도는 1998년 ㈜선덕실업이 29억 원을 들여 20년 수익형 민간 투자사업으로 건설했다. 이후 시유지 무상사용 기간이 경과하면서 시설물 귀속 절차를 진행한 시는 지난 1월 민간 사업자에 대한 시유지 사용수익허가를 취소하고 시설물 소유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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