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센터 설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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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대응센터 설립을 기대하며
  • 충청리뷰
  • 승인 2021.01.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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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 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박재성 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복지종사자들이 복지시설 이용자로부터 언어적·정서적 폭력을 비롯하여 신체적 폭력 및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였고, 청주시에 소재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그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에 청주복지재단에서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복지시설 이용자의 사회적 기본권 못지않게 복지종사자의 신체적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용자가 가해자로 돌변하여 복지종사자에게 욕설과 폭행, 성폭력 등을 가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였고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는데, 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복지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법률지식을 전달하는 강연이었다.

필자는 복지종사자가 시설이용자로부터 여러 가지 유형의 폭력을 당했을 경우 민·형사상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나름 만족스럽게 설명하였는데, 강연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 한 사회복지사로부터 이런 소감을 들었다.

“이용자들이 우리한테 가해행위를 하면 형사처벌이 되고, 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운 얘기입니다.” 왜 어려운가요? “일반인보다 지적능력이 부족한 이용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한다는 게 쉽지도 않고, 혹여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등으로 무죄나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이후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강연장에서 한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까지 내가 가족처럼 돌봐주면서 오랜 기간 보호자와 피보호자로서 관계성을 유지해왔는데, 한 두 번의 가해행위로 지적능력이 결여된 이용자를 가해자로 고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면 시설이용규칙을 근거로 이용금지조치를 내리면 안 될까요?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의미일 것이다-과 함께)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예요. 그런 시설이 있다면 아마 운영하기 어려울 걸요.”

그리고 또 다른 복지사는 이런 말을 했다. “아직까지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에게 시설이용자의 폭력까지도 감내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면 복지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설이용자들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이기에 그들을 보살피는 복지종사자들은 계속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일까. 시설이용자와 복지종사자는 기본적으로 피보호자와 보호자의 관계이고, 가해자인 이용자들 중 일부는 지적능력이 결여된 사람도 있기에 그들이 가해행위를 했다고 하루 아침에 남남처럼 대하며 고소장을 접수하고,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그분들로서는 심적으로 매우 불편하고 실행하기 어려운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마치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가 직접 나서서 가해학생을 고소하고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성 때문에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해답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보호자이자 피해자인 복지종사자를 두개의 인격으로 분리시키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즉 ‘보호자’로서의 복지종사자와 ‘피해자’로서의 복지종사자를 분리시켜 앞서 언급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시에는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위기대응전담팀에 사건접수를 하고 피해자인 복지종사자가 위 전담팀 소속 변호사에게 비밀이 보장되는 법률상담을 진행한 뒤, 시설이용자의 심각한 가해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위 전담팀에서 고발 또는 고소를 하고 향후의 법적 대응도 위 전담팀을 통하여 진행한다면 복지종사자들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인 것은 청주복지재단에서도 위와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청주시 산하의 가칭 ‘위기대응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위기대응센터의 설립을 위한 조례를 발의할 수 있도록 시의원들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향후 설립될 위기대응센터가 복지종사자와 시설이용자 사이의 위와 같은 법적 분쟁에 적극 개입하여 신속하고 정확한 사실조사 및 그에 부합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2차 피해 및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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