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위해 뮤직비디오 만든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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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위해 뮤직비디오 만든 교사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1.0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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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요 개사하고, 소품 준비해 춤과 랩까지…
유튜브 ‘선생님 클라쓰’운영하는 교사 8명 활약기

수학 개념을 뮤직비디오로 만든다면? 학교 선생님이 직접 랩을 부르고 춤을 춘다면? 수학과 뮤직비디오, 선생님이라는 도저히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 사고를 쳤다.

도내 8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 선생님 클라쓰는 이미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났다. 뮤직비디오에 맞춰 노래를 개사하고, 춤까지 추는 소위 요즘 말로 한 교사들이 유튜브에 등장한 것이다.

 

유튜브 '선생님 클라쓰'를 운영중인 도내 8명의 교사들.
유튜브 '선생님 클라쓰'를 운영중인 도내 8명의 교사들.

 

318일 처음 채널 개설

 

처음엔 유튜브가 뭔지도 잘 몰랐어요. 이전에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았거든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잖아요. 처음엔 수학 익힘책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수학익힘책은 상위권 아이들에겐 쉽지만 중하위권 아이들은 좀 어려워해요. 답지만 있고 딱히 설명이 자세히 돼 있지도 않고요. 교사와 학생들이 수학익힘책 영상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선생님 클라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최현민 교사의 말이다. 수학익힘책은 수학책과 별도로 만들어진 일종의 문제지다.

318일 그들의 유튜브 채널은 개설됐다. 김도경 교사는 최현민 교사에게 학습을 보조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제안했다. 막상 둘 만 하자니 좀 버거웠다. 이들은 각자 아는 교사들을 불러 모아 선생님 클라쓰를 만들었다. 교사 한 명이 한 학년을 도맡아 그 학년의 수학익힘 풀이 영상을 제작하여 업로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수학익힘풀이를 하다보니 그들은 좀 더 재밌는 영상으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들은 5학년 1학기 수학 뮤직비디오를 재미있게 제작하던 퓨처쌤채널의 두 명의 교사를 스카웃했다.

그렇게 해서 총 8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최현민(남이초), 이정은(주중초), 탁미래(만수초), 김도경(행정초), 이기석(행정초), 권혁상(이월초), 김현경(만수초), 양정민(수성초) 교사가 모였다. 촬영은 각자 핸드폰으로 하고, 편집은 김현경 교사가 맡았다.

완전체가 된 8명의 교사는 5학년 2학기 수학 복습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김현경, 탁미래 교사는 수학의 기본원리를 뮤직비디오로 전달하는 콘셉트를 생각하고, 기왕이면 아이들이 잘 아는 노래를 개사하여 전체적인 계획을 단톡에 안내했다. 그 안내에 따라 8명의 교사는 춤을 추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최 교사는 다 함께 모여 찍은 뮤직비디오는 6월에 처음 완성되었어요. 단체 카톡방을 통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미리 안내받아 모였을땐 후딱 찍었어요. 정말 재밌는 건 다들 처음 본 사람들이어서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난 뒤 바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거에요. 끼를 방출하고 난 뒤 다시 어색하게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모두 쑥스러워하면서요. 초등학생과 함께 지내다보니까 교사들이 기본적으로 좀 개인기가 있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먼저 댓글 달아

 

교사들이 온 몸을 던져 찍은 뮤직비디오를 보고 아이들이 먼저 반응했다. 아이들이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현재 구독자는 약 1만명이다. 도내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 클라쓰는 인기 있는 채널이다.

어느 날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학교 선배한테 연락이 왔어요. 수업시간에 보여줄 영상을 고르던 중 선생님 클라쓰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제가 나왔다면서요. 다른 선생님들도 전국 각지에서 연락을 받아요. 얼굴 보고 반가워서 연락을 주는 거죠.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서도 선생님 클라쓰 영상을 참고한다고 하니 뿌듯하더라고요.”

8명 교사들의 활약상은 충북도교육청에도 보고됐다. 충북도교육청에선 학습 부진아들을 위한 특별 영상을 이들 교사들에게 부탁했다. 100개의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올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총 30편을 제작했다.

코로나19가 심해져 이제 교사들은 각자 집에서 영상을 나눠서 찍어 올리고 있다. 5학년 수학익힘책은 1,2학기 전 문제를 이미 다 촬영해서 올렸다. 채널에는 총 510개의 영상이 올려져 있다.

최 교사는 코로나19가 아니라면 모여서 더 신나게 작업을 할 텐데 아무래도 제약이 많아요. 집에서 제작을 할 때는 부모님이 도와주시거나 현관 문 등 곳곳의 생활 소품을 활용해서 제작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 교사의 신나는 유튜브 제작기는 지난해 교육청에서 주최한 온라인 수업 나눔 축제때 소개되기도 했다. 이들의 유튜브 제작 수입은 얼마나 될까. “처음엔 광고를 따로 안 붙였는데, 요즘엔 넣고 있어요. 제작 소품도 필요하고 모일 때 피자라도 시켜 먹어야겠더라고요. 그 돈을 광고비로 충당하고 있죠.(웃음).”

선생님 클라쓰는 어떤 연유로 나온 제목일까. “처음엔 이름 후보들이 많았어요. 다들 차이나는 클래스를 따라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채널을 열 당시 이태원 클라쓰가 방영됐어요. ‘박새로이캐릭터가 좋아서 이름을 따왔죠. 김도경 선생님이 사실 박새로이캐릭터예요.”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구성된 8명의 교사들은 올해도 유튜브 안에서 큰 사고(?)를 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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