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사각지대 ‘깔세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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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사각지대 ‘깔세매장’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1.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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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리더기‧CCTV 등 방문객 파악할 수단 없는 깔세매장 많아
상인들 2차 피해 생길까 우려… 우범지역에 대한 대책마련 필요

지난해 1230일 충북 청주시는 이례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곳의 상호를 공개했다. 당초 청주시는 상호 공개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매출 하락이 크기 때문에 관련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시민들의 불만은 있었지만 소상공인들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동선 역학조사 등을 더 철저하게 진행해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확진자 경로파악과 더불어 카드내역, 스마트폰 위치 등을 토대로 접촉자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지난 1230일에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재난문자를 통해 공개됐던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의 한 매장은 이른바 깔세로 영업하는 업소였다. 카드 리더기, CCTV등 방문객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도 없는 방역의 사각지대였다.

깔세는 임차 기간만큼의 월세를 한꺼번에 미리 내고 계약하는 단기 임차 방식이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폐업’, ‘땡처리매장이 대표적인 예다. 한두 달 남짓 짧게 영업하고 빠지기 때문에 굳이 간판을 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화장품·이불·속옷·등산복 등을 취급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도 이불판매 매장이었다. 인근 상인은 깔세는 주로 만 원 정도의 싼 값에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삼다보니 현금 사용을 유도하는 업체들이 대다수다. 이 매장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방문한 사람들을 찾을 수 없어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더구나 인근 CCTV 등의 설비도 부실해 어려움이 많았다.

깔세 매장이 몰려 있는 청주시의 한 거리
깔세 매장이 몰려 있는 청주시의 한 거리

 

2차 피해 이어져

 

이런 깔세 매장들을 단속·제재할 수단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청주시는 업소에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동적인 대응으로 인해 지난해 6월에는 적잖은 마찰도 발생했다. 앞서 옛 청주롯데영플라자 건물에서 깔세업자들이 대형할인 행사를 벌였다. 당시 매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등의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성안길상점가상인회는 성명을 내고 상인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를 방역하고 어려운 가운데도 정부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기를 쓰는데 일부 깔세 업자들로 인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청주시에 대응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청주시는 해당 영업장에 대한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앞선 사례가 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이에 청주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는 상인·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경우도 많다.

특히 건물주가 타 지역 사람인 경우에는 상황이 열악하다. 이런 곳들은 인근 부동산에서 건물관리를 대행하기 때문에 주변 상인·건물주 등과 연대가 약하다. 한 건물주는 육거리 성안길 인근에는 일대가 전부 타지인들이 건물주인 곳도 있다거리에 CCTV를 설치하고 도로개선사업을 하더라도 건물주·상인을 비롯한 주민들이 의견을 내야 하는데, 건물주도 타지사람이고 깔세가 많은 곳들은 어쩔 수 없이 후순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방역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졌다. 상인들은 이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가 크다. 실제로 문제가 터진 상점가 인근에는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연말·연초 매출을 노렸던 상인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상인은 지금은 주변 상인들은 지난해 상반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난 이후 문을 닫은 인근 업소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해당 업소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곳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5월 서울시 동작구는 관내 코인노래방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서울시 동작구
지난해 5월 서울시 동작구는 관내 코인노래방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서울시 동작구

 

우범지역 여전

 

육거리의 깔세 매장 확진자 발생 이후 인근 유사 매장들에 대한 계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성안길과 육거리 일부에는 깔세 매장이 밀집해 있다. 대부분은 CCTV 등 방문객을 확인할만한 수단이 미흡하다.

성안길상인회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주변 상인회들이 함께 사례를 공유했다. 예방차원에서 상인회들이 우범지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청주시내 우범지역으로는 육거리, 성안길, 중앙동 등의 일부지역이 거론된다.

또한 파티방, 안마시술소, 무인점포 등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셀프사진관, 오락실, 코인노래방, 코인 세탁소 등 무인점포들의 방역 상태는 제각각이다. 관리자가 출입체크 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입구에 비치된 출입명부는 유명무실한 경우도 많다.

지금도 육거리, 성안길, 율량동 등 상점가 곳곳에는 꽤 많은 오락실, 셀프 사진관 등이 영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제기되자 지난해 12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무인카페도 기존 카페와 동일한 강도의 방역 지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페 외에 점포에 대한 대책은 아직 미흡하다. 이제라도 업종 상태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있진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중대본의 지침을 따라가기에도 현실적으로 버겁다. 좀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 단속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집합금지 위반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 방역수칙 위반 업소는 150만원, 이용자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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