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문 대통령, 신년사가 달라졌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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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문 대통령, 신년사가 달라졌다지만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01.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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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를 접하고 반응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야박한 평을 내놓는 등 비판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의 과거 신년사 및 연설 등과 비교해 결이 달랐다는 말이 나온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문서답”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세상과 민심, 정세변화에 눈 감고 귀 닫은 신년회견”이라고 깍아내렸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회복과 포용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통해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경영계가 소통하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데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긍정 메시지를 나타냈다.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그동안 뜨겁게 달구며 공수처장 지명 상황에도 이어지는 검찰개혁 등 논쟁 이슈가 신년사에선 의도적일 만큼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과 경제를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 민생과 코로나19 위기 극복 메시지를 앞세운 효과인지 모른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솔직히 사과하고 공급정책을 펼 것을 밝힌 점도 그렇다.

여당 쪽에서도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사과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런 변화의 기류가 유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역할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유 실장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효율과 소통’을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실장은 LG전자 평사원 출신으로 임원까지 올라 LG CNS 부사장을 역임했다. 포스코 ICT 총괄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2년 2개월을 지내고 지난해 12월 31일 비서실장으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갔다. 임명 직후 유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빠른 시간 내에 현안들을 잘 정비해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고, 통합과 조정을 통해 생산성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되도록 하겠다”며 “바깥에 있는 여러 가지 정서라든지 여러 가지 의견들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께 부지런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2주 가까이 이를 실천하면서 대통령의 신년사의 내용이 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서실장 주재로 두 번 열리던 회의도 일일상황 회의 한번만 열 예정이란다.

1년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전임 노영민 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마지막으로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척의 얼음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혜를 발휘해 대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그러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종합해 문 대통령의 이번 신년사는 ‘솔직한 사과와 경제’로 압축돼 변화로 읽혔다. 그러나 기대가 크지는 않다. 노 전 비서실장의 말처럼 사람도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 본인의 변화된 내면이 보여야 다시 희망을 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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