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과 인류의 역사, 그리고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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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과 인류의 역사, 그리고 유전자
  • 충청리뷰
  • 승인 2021.01.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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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축 사육 기술, 인간역사에 중요한 변화 가져와

 

2011년 2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소를 연구하러 갔을 때였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국민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소는 식량원일 뿐만 아니라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에티오피아의 유목민들이 주어진 자연환경에서 다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소를 데리고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생활하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 때 또 인류의 조상이라고 알려진 화석 ‘루시’를 만나게 됐다. 루시라는 이름은 1974년 에티오피아 하다르 계곡에서 발굴될 당시 비틀스(Beatles)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와서 붙여졌다고 한다.

내가 연구하는 생명체는 주로 네발 달린 동물, 그 중에서도 인간이 사육해서 고기로 먹을 수 있는 가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두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것인데, 인류 조상은 왜 두발로 걸어야 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혹독한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왔을까? 지금의 문명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라는 꽤 쓸데없는(?) 생각들에 집착하게 됐다.

유전적 변화 원인, 음식·기후·질병
유전자속에 DNA 형태로 담긴 정보는 생명체간의 차이를 밝혀내는 도구가 된다. 유전학자들은 과거와 현재 시공간에서 발견되어진 유전자정보를 비교하면서 인간에게 유용한 생물체를 디자인하는 기술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는 자연적으로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런 변화의 중요한 원인은 음식 (Food), 기후 (Climate), 그리고 질병 (Disease)이라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지구에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식량부족, 기후변화, 그리고 신종 전염병이라 일부 미래학자들이 우리가 제6의 대멸종시대를 살고 있다고 주지시키고 있는 것 같다.

에티오피아 유목민과 소떼
에티오피아 유목민과 소떼

 

대략 6500만년전에 공룡이 멸종하였을 때, 비로소 포유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 지구 대륙의 지질학적 변화와 동반된 기후변화에 따라 다양한 포유류들이 출현하였고 번성하게 되었다. 그 포유류 중에는 산림이나 초원에서 잎사귀나 풀을 먹이로 하는 초식동물들의 종류와 수가 가장 많고 또 가장 많은 지역에 분포해 있었다. 공룡 대멸종 이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포유동물들이 멸종한 공룡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다양하게 분화해 다양성도 점차 증가하게 된 것이다.

그 포유류 중에서도 직립보행을 통해 자유로운 손을 가지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고대 인류 조상은 기후환경의 변화로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생존하기 위해서 사냥이나 수렵을 통해서 먹을 것을 얻어야 했다. 사냥과 채집을 하기 위해서 여러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한 것이다. 하지만 고대인류가 식량으로 동물을 사냥하던 것은 장기 보존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생포한 작은 초식동물에게 먹이를 주게 되면서 항상 신선한 고기를 얻게 된다. 그렇게 원시 목축업이 성립하게 되고 동물의 습성을 이해하면서 다른 체구가 큰 동물들도 가축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수천년 동안의 과정에서 가축을 다루는 기술이 축적되고 발전하게 된 것이다.

가축을 다루게 되면서 인류는 아주 혹독한 기후환경에서 적응해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다양한 인류문명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먹을거리를 구하는 방식을 지역 기후환경에 맞게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가축들을 사육하는 기술은 인간역사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바로 식량생산에 잉여가 생기게 되어 인간사회는 안정되면서 복잡한 계급사회로 발전해 갔고, 이것이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요소가 되었다. 또한 문명 간에 경쟁과 교류을 통해 인류는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생물다양성 회복 매우 중요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야생동물 남획, 산업화된 농업과 도시인구 집중, 환경 파괴, 유해한 화학물질 방출은 지구의 생태계에 많은 변화와 해를 끼치고 있다. 인간이 지배하는 환경에 적응한 소수의 식물과 가축 종을 제외하고 많은 생물종들이 이미 멸종하였거나 거의 멸종될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포유동물들을 양적으로 계산하여 비교하였을 때 인간의 비중이 40%인 가운데 인간이 키우는 가축들이 55%를 차지하고, 나머지 5% 만이 자연상태로 남겨진 야생동물이라고 한다.

지구라는 서식지에 인간과 인간이 제공하는 환경에서 사육되는 몇 몇 가축종들이 95%나 차지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신종전염병을 출현하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겨진 생물종들의 유전자를 가지고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어쩌면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에티오피아 목부들과 함께 한 김관석 교수(뒷줄 가운데)
에티오피아 목부들과 함께 한 김관석 교수(뒷줄 가운데)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서 고대 인류 화석을 바라보는 김 교수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서 고대 인류 화석을 바라보는 김 교수

 

유전자는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다음세대를 디자인하는 설계도이자 매뉴얼이라고 하였다. 그런 유전자의 작동원리처럼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새로운 문명을 디자인하고 다음세대가 살아갈 매뉴얼을 준비하여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과는 다르게 세상을 바꾸는 매뉴얼이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장관급인 백악관 최고 과학 고문(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한 유전학자 에릭 랜더 교수를 임명했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기만 하다.

/ 김관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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