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없고, 교수사회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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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없고, 교수사회는 붕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1.2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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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 각종 대학 25개, 청주시에만 10개…수요 공급 안맞아
도내 사립 전문대와 非청주권 사립 일반대 이미 위기 닥쳐
사진은 충북대 캠퍼스. 특정기사와 과련없음
사진은 충북대 캠퍼스. 특정기사와 과련없음 / 육성준 기자

사느냐 죽느냐
충북지역 대학들 1

 

대학가에서 오래전부터 떠도는 말이 ‘벚꽃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것이다. 벚꽃은 따뜻한 남쪽부터 피기 시작하니 남부지역 대학부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뜻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18일 캠퍼스 포함 전국 187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결과를 조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8개 대학이 정원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곳이 영·호남에 몰려 있어 이를 입증했다.

이들이 원서접수 대행사 및 대학 공지 자료를 토대로 그린 지도는 수도권과 멀수록 학생모집이 어려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과 경기권 정시 경쟁률은 4대 1 이상, 강원·충남은 3.0~3.5대 1, 충북·대전·전북 2.5~3대 1, 그리고 대구를 제외한 경북·경남·부산은 2.0~2.5대 1, 전남은 2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187개 대학 중 절반에 가까운 90개 대학이 경쟁률 3대 1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시모집에서는 한 명이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어 입시전문가들은 3대 1에 못 미치는 곳을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충북지역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충북지역 평균 경쟁률은 2.99대 1이다.
 

충북도내 군단위 대학 어떻게 채우나

대학의 위기는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전국적으로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대학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대학 스스로 문을 닫는 곳은 거의 없다. 끝까지 버틸 때까지 버틴다. 거기에 교육부는 평가제도를 도입해 결과에 따라 찔끔찔끔 지원금을 준다. 이는 대학의 연명을 도와주는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 결국은 모두가 피해를 보게 만든다. 일부 대학교수들은 이 평가제도를 과감히 없애 도태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북지역의 대학은 총 25개이다. 4년제 국립 일반대인 충북대부터 2~3년제 사립 기능대인 한국폴리텍대 청주캠퍼스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리 학생들이 전국에서 온다고 해도 충북 정도 규모에 대학 20여개는 많은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도내 지역 중에서는 보은군과 단양군만 빼고 9개 시·군에 분포돼 있다. 한 때는 ‘우리지역에만 대학이 없다’며 주민들이 대학유치운동을 벌였고, 대학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하면 ‘안된다’며 길을 막아섰다. 그러다보니 대학 숫자가 늘어났다. 청주시에는 충북대·한국교원대·청주교육대·청주대·서원대·충청대·충북보건과학대 등 10개가 있다. 인구 85만명 도시에 대학이 10개나 된다. 그리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3개씩 있다. 군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에는 대학들이 이렇게 많은데 반해 대외적으로 좋은 학교라고 인정받는 곳은 거의 없다. 그동안 양적인 팽창만 거듭했지 질적인 향상은 별로 없었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다. 학생 모셔오기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대학만의 특성 내지 장점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충북지역 대학들은 매년 정원 채우는 게 쉽지 않다. 1차적으로는 우수학생을 서울쪽에 뺏기고, 2차적으로는 지역 대학끼리 경쟁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학생수가 줄어 훨씬 더 힘들어졌다. 가장 여유로운 충북대마저 올해 정시모집 경쟁률이 크게 떨어졌다.

도내 모 대학 교수 A씨는 “수험생들의 서울집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무조건 ‘인서울’ 하려는 경향 때문에 과거에 인정받았던 지역 국립대마저 위기감을 느끼는 시대다. 영호남 거점 국립대는 벌써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충청권은 이보다 조금 낫다. 경기도와 충남에 거점 국립대가 없기 때문에 그나마 충북대·충남대는 아직까지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도내 사립 전문대와 非청주권 4년제 사립 일반대는 힘들다. 사립 전문대는 거의 정원을 못 채우고, 非청주권 4년제 사립 일반대도 정원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청주권 4년제 사립 일반대도 머잖아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학생은 줄고 ‘인서울’ 경향은 심해지니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다”고 덧붙였다.

 

10가지도 넘는 비정규직 교수 종류

도내 군 지역의 모 대학 교수 B씨는 “입시철만 되면 교수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교수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대학 홍보를 하는데 일부 학교에서 영업사원 취급해 기분이 나쁘다. 그럼에도 교수들은 학생 한 명이라도 더 오도록 하기 위해 간다. 학생모집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피부로 느낀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코로나19는 대학의 위기를 부채질했다. 지난해부터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하자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굳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고 개인의 뚜렷한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들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주시내 대학 교수 C씨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대학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사립대들은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과를 만들고, 교육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아 지원금 몇 십억원 받는 것에만 신경 썼지 근본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교수사회도 붕괴된 지 오래됐다. 2010년 무렵부터 전국 사립대들은 비정규직 교수를 뽑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들이 전체 30~40%에 달한다. 강의전담·계약·초빙·산학협력·겸임·객원·연구 교수 등 비정규직 종류만 10가지가 넘는다. 젊은 교수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인데 누가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고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학교를 이끌어갈 교수집단이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학내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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