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전통 충북현양복지재단, 인사문제로 뿌리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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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전통 충북현양복지재단, 인사문제로 뿌리째 '흔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1.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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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대표 사회복지법인, '가족회사'처럼 운영 차제에 환골탈태해야
재단 노조, 부당인사·후원금 강요·수익금 부당지출 등 문제제기
충북현양복지재단 노조는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육성준 기자
충북현양복지재단 전경. 사진/ 육성준 기자

 

사회복지법인 무엇이 문제?
충북현양복지재단

 

올해 설립 63주년을 맞이하는 사회복지법인 충북현양복지재단이 내홍에 휩싸였다. 김명성 재단 이사장이 박은영 은빛양로원장을 재단내 다른 시설장으로 인사발령을 하면서 내부 갈등이 폭발했다. 재단 노조는 두 차례에 걸쳐 인사발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은빛양로원 입소자들도 갑작스런 인사에 항의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자 충북도와 청주시는 9명의 공무원으로 TF를 구성하고 26~28일 현양복지재단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재단의 법인 인사규정 및 각종 수당 지급 기준, 최근 3년간 법인 후원금·수익회계·이사회 관련 내용, 법인 정관 및 운영규정, 설립자 및 종사자 거주 시설물 용도, 무연고 사망자 유류금품 처리 현황 등을 살펴보고 문제가 나오면 적법한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견고한 이 재단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아니면 더 폐쇄적인 곳이 될지 사회복지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현양복지재단은 충북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표적인 복지재단이다. 설립자인 박성택 전 이사장이 1958년 현양공민학원을 세운 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아동시설인 현양원·현양자립생활관, 영유아보육시설 운천어린이집, 노인시설 청주노인요양원·은빛양로원·현양노인복지센터, 정신요양시설 상록원, 노숙인시설 성덕원·한마음실직자지원센터, 지역사회복지시설인 청주종합사회복지관 등 10개의 시설을 거느린 곳이 됐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만도 현재 127명, 입소자들은 470명에 달한다.
 

양적 팽창 못 따라간 재단 체계

현양복지재단은 홈페이지에 “박성택 설립자가 17세의 나이에 현양공민학원을 설립하고 이후 아동시설, 노인시설, 정신요양시설, 종합복지관을 세워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일에 앞장섰다. 설립자는 62년 세월동안 ‘세상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자’는 현양(現陽)이라는 가치를 실현해왔다”고 재단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재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못지않게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충북의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현양복지재단이 양적인 팽창에 걸맞게 충북의 대표적인 재단으로서 체계를 굳건히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설립자와 부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자녀들이 몇 몇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나 서로 협조하기는커녕 반목하면서 재단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재단의 현재 모습을 알려면 먼저 설립자의 가족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느 사회복지법인처럼 이 곳도 족벌경영체제로 운영된다. 재단설립 이후 설립자가 오랫동안 이사장을 역임했고 뒤 이어 부인이 이사장을 맡았다. 이들에게는 1남2녀가 있다. 이들이 은퇴한 후 이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은 설립자의 며느리인 김명성 씨다. 김 씨는 2019년 6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아들인 박준선 씨는 재단 내 청주종합사회복지관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현양자립생활관장으로 발령을 받은 박은영 은빛양로원장은 설립자의 막내 딸이다. 박 원장의 언니인 박은선 씨도 한 때 모 시설장으로 일했으나 가족과의 불화로 그만두었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박은영 원장은 “나와 양로원 직원들은 설립자와 현 이사장한테 탄압을 받아왔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었더니 이후에도 탄압을 계속했다. 자기네들 말 안듣는다고 그런다”고 밝혀 가족간 불화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한 직원은 “오랫동안 참았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할 상황까지 왔다. 설립자 2세가 이사장이 됐으면 재단을 투명하고 바르게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재단의 비전도 없다. 이번에는 돈과 인사문제가 불거졌다”고 털어놓았다. 또 은퇴한 설립자 부부가 법인재산인 재단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인 투명하고 바르게 운영해야”

현양복지재단 김 이사장은 최근 박 원장에 대한 인사발령을 두 번이나 했다. 모두 현양자립생활관장으로 가라는 것이다. 첫 번째 인사발령 날짜는 올 1월 15일이고 두 번째는 1월 26일이다. 박 원장은 첫 번째 통보를 받고 1월 15~29일 휴가를 냈다. 그러자 날짜를 바꿔 또 한 번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같은 인사를 두 번이나 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재단 노조는 두 번에 걸쳐 성명서를 냈다. 지난해 12월 21일 노조는 △김 이사장이 노조를 만든 은빛양로원 직원들을 탄압해 박 원장이 ‘직장내 괴롭힘’ 일 수 있다는 변호사 의견을 단 문서를 이사장에게 보냈더니 인사발령 조치를 했다 △직원들에게 재단 후원금 3만원을 강요했고 이 돈을 내지 않을 거면 나가라고 했다 △이사장 세 아들 유학비에 대한 의혹 △박은영 원장 인사는 보복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노조는 현양복지재단이 태양광 수익사업을 하면서 지자체로부터 매년 임대료 1144만원을 받으나 이 수익금을 적법하게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익금을 재단법인 회계로 전입시켜 600만원을 이사장 수당으로 지급하고, 265만원은 이사회 회의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는 재단 정관에도 어긋나는 행위로 수익금의 부당지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25일 △박은영 원장 인사철회 △노조탄압, 부당인사, 직원 괴롭힘, 후원금 강요 등 비리를 일삼는 김명성 이사장 처벌을 요구했다. 노조와 일부 직원들은 “이사회가 박 원장 인사를 하며 인사내용을 이사회 안건과 회의록에 올리지 않았다. 이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김 이사장이 순환보직인사를 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재단에서는 이런 식으로 인사발령을 한 적이 없다. 순환보직이면 나만 할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사장은 법인을 투명하고 바르게 운영해야 한다. 일단 싸움을 시작했으니 직원, 입소자들과 끝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충북현양복지재단 노조는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육성준 기자
충북현양복지재단 노조는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육성준 기자

 

“재단 비리 계속 터뜨리겠다”

현양복지재단은 그동안 역사와 전통에 걸맞지 않게 여러 비위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는 이 재단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자료에 따르면 재단 설립자는 매점을 운영하는 친동생이 3년 동안 7800여만원을 횡령토록 방치하고, 법인내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한 사람들을 각종 공사현장에 동원해 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설립자의 부인은 2000년 현양원 원장으로 재직시 운영자금 1억6500만원을 횡령해 구속된 바 있다. 그러자 충북참여연대와 청주노동인권센터는 현양복지재단을 비판하고 환골탈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모 직원은 “1대 이사장이 각종 비리를 저질러 문제가 됐는데 2대까지 그러면 되겠나. 재단의 많은 수익금이 현 이사장 아들 3명의 유학자금으로 쓰였다는 소문이 있는 등 의혹들이 많다. 이번에 충북도와 청주시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미온적이면 재단 비리를 계속 터뜨릴 것”이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관리감독 기관인 충북도와 청주시는 불거져 나온 의혹과 소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현양복지재단 내 9개 시설은 올해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76억8090만원을 받는다 (도표 참조). 국가와 지자체가 인건비·운영비·시설 개보수비 등을 모두 지원해준다. 청주노인요양원은 장기요양기관이라 건강보험공단에서 따로 받는다. 국민세금으로 이렇게 지원하는 만큼 현양복지재단은 투명하고 바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한편 김명성 이사장은 “박은영 원장 인사는 이사회에서 거수로 결정했다. 무연고자 유류금품 관리 문제가 드러나 인사이동이 필요했다. 인사를 두 번 한 건 아니고 박 원장이 휴가를 내서 며칠 미룬 뒤 다시 한 것이다. 후원금도 강요한 적이 없다. 시설장들하고 법인 운영하는데 1500만원의 돈이 든다는 얘기를 한 후 자발적으로 낸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양광수익사업과 관련된 것은 내가 이사장이 되면서 월급이 줄자 이사회에서 직무수당 명목으로 연 600만원을 주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 유학비는 나와 남편이 번 돈으로 충당했다”고 답했다. 그는 일부 이사와 감사가 남편 친구라는 직원들의 말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말하는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공공성 비웃는 족벌경영 체제
일부 공익이사 들어가도 전횡 못 막아

충북도내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법인 중 족벌경영을 하지 않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설을 여러 개 운영하는 법인일수록 설립자의 가족, 친척, 친지들이 포진해 있다. 사회복지법인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인건비·운영비·시설 개보수비 등을 받기 때문에 개인 소유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공적인 기관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그는 사회복지법인이 공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족벌경영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잘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일부 법인은 마치 가족회사처럼 운영된다. 가족들이 이사장, 시설장 등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위사실이 발생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 맹점이 있다. 내부 직원이 문제를 지적했다가는 해고되기 십상이다. 사표 낼 각오를 하거나 집단으로 싸우지 않는 이상 힘들어 문제가 있어도 곧잘 묻힌다”고 밝혔다.

충북에서 4개 이상의 시설을 운영하는 현양·현진·명락·다하 복지재단과 숭덕원·명지원 중에는 가족들이 이사장과 일부 시설장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법인이 취소된 옛 충북희망원도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분야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달라지고 있지만 일부 사회복지법인들은 아직도 그들만의 왕국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충북도와 청주시에 도내 법인의 족벌경영 사례를 문의했으나 하나같이 ‘모른다’고 했다. 족벌경영이 법인 운영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함에도 이런 자료조차 없다는 건 문제다. 지자체가 법인에 그 많은 예산을 주면서 각 기관의 특성과 문제점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합동으로 지난 26~28일 현양복지재단에 점검을 나간 것은 최근 여러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주 나가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광주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 ‘인화학교’에서 설립자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이 일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온 사건을 소설로 썼다. ‘도가니’는 이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성폭력사건이 오랫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회복지법인의 족벌경영 시스템 탓이었다는 분석이 당시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이후 사회복지법인의 운영비리와 족벌경영의 폐해를 막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도지사 등이 추천한 사람 중 일부를 이사로 선임하는 공익이사제 도입이 대안으로 나왔다. 후에 사회복지사업법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서 법인은 이사의 1/3을 공익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계는 공익이사들이 이사회에 들어갔다고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현양복지재단내 모 시설 직원은 “재단 이사장이 자신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박은영 은빛양로원장을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시설장으로 발령했다.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하는데 일부 이사와 감사가 이사장 남편의 친구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된 결정을 했겠느냐”고 분개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법인은 충북사회보장위원회라는 공식 기구에서 추천하는 이사로 1/3을 채워야 한다. 다만 사회복지사법에 소수점 이하는 버린다고 돼있다는 것. 현양복지재단은 전체 이사 8명 중 충북사회보장위원회 추천 이사가 2명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재단의 주요 의사 결정기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익이사가 8명 중 2명이라는 것은 너무 적다는 게 중론이다. 바른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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