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외풍'이면 중풍은 '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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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외풍'이면 중풍은 '내풍'
  • 충청리뷰
  • 승인 2021.02.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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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뇌로 가는 혈류순환 질병…잘 치료해 재발률 낮춰야

“원장님, 중풍 예방하는 침 있나요? 중풍 예방하는 좋은 약 있어요?” 겨울철에 진료하다가 보면 환자들이 특히 자주 묻는 질문이다. 겨울철엔 추위에 근육과 혈관이 굳어져 평소보다 중풍의 위험이 조금은 더 높아지니까 환자들의 걱정이 더 많아지는 모양이다. 정석대로 “혈압 잘 관리하시면서 꾸준히 운동하고, 채소와 과일 잘 먹으면 좋아요”하면 영 성에 차지 않는다는 불만의 표정이 역력하다.

한번은 한 환자가 “계란 흰자에다 매실과 청주 한잔을 잘 풀어서 한번만 먹으면 평생 중풍에 안 걸린다는데 맞는 이야긴가요?” 하며 어디서 들은 중풍예방비법을 먼저 실천해 보고는 의사의 추인을 넌지시 요구하는 질문을 한 적도 있다. 한의사인 필자도 약간은 혹했다. 세상에 한번만 먹고 평생 중풍을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트에서 한 번에 장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심지어 계란도 노른자는 필요 없단다.

그래서 만들어 먹어봤다. 아직은 멀쩡하니 이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선 효과가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중풍을 예방하는 방법을 쓰려니 좀 더 숙고해서 글을 써야할 것 같아 중풍은 어떤 질환이고, 원인이 무언지 살펴보면서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기로 한다.

중풍(中風)은 말 그대로 바람(風)에 적중(的中)된 증상이라는 뜻이다. 어디에 적중했나 하면 뇌에 갑자기 충격이 간 것이라 ‘뇌졸중(腦卒中)’이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병의 원인을 한의학에서는 ‘바람(風)’이라 했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질환을 밖에서 부는 바람이라 하여 ‘외풍(外風)’이라 했고, 감정이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안에서 부는 바람이라 하여 ‘내풍(內風)’이라 했다. 코로나는 외풍이고, 중풍은 내풍인 셈이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왜 생길까?

중풍은 뇌로 가는 혈류순환에 변화가 생긴 병이다. 뇌는 성인의 경우 그 무게가 평균 1.4킬로그램 정도로 전체 몸무게의 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몸을 관장하는 기관답게 전체 혈액의 20% 정도를 항상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잠시라도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이 터져 피가 새버리면 해당 혈관에서 혈액을 제공 받는 뇌세포는 빠르게 굶어죽게 된다. 이렇게 해서 뇌가 손상되면 사람이 별안간 태풍에 맞은 듯이 속절없이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것이 ‘뇌경색’이고, 뇌혈관이 손상되어 터지는 것이 ‘뇌출혈’이다.

한의학에서는 중풍의 원인을 혈액과 진액이 부족한 상태에서 심장의 화기가 끓어오르는 경우와 ‘비인다중풍(肥人多中風)’이라 하여 살찐 이가 중풍이 잘 생기는 경우를 든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원기가 좋지 못할 때 심한 스트레스가 겹치면 중풍이 잘 발생하고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비만이 심하면 혈액순환 저하가 생겨 중풍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럼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은 왜 생길까? 이것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질들에 대한 기본적이 욕구가 사람에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짜게 먹으면 생긴다 하는데,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말처럼 나트륨은 인체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원소라 인간은 원래 짠맛을 좋아한다.

당뇨병은 달게 먹어서 생기는데, 우리의 뇌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삼기에 항상 단 것을 갈구하게 되어있다. 또 고지혈증은 혈액 중에 지방질이 필요이상 많아지는 것인데 지방은 인체의 고(高) 에너지원으로 기아에 허덕이던 동물들에겐 항상 마구 저장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다.

아차하면 ‘과유불급’ 되기 십상

이렇게 나트륨, 포도당, 지방은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라 생리적인 욕구에 충실해서 아차 방심하면 과유불급이 되기 쉽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혈압이 높아지고, 혈액이 끈적이게 되며, 기름 때가 혈관 벽에 묻혀 동맥경화를 일으켜 쉽게 중풍에 이르게 된다. 심장의 화기도 지나친 분노뿐 아니라 지나친 걱정과 근심, 심지어는 너무 기뻐하는 마음 때문에 기운과 혈액순환에 나쁜 영향을 줘서 중풍을 일으킬 수 있다.

원인을 잘 살펴보면 중풍은 양방, 한방과 어떤 민간요법을 막론해도 한번으로 효과 있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류 역사 5,000만년 진화의 본능을 어느 한 가지 비방으로 한 번에 리셋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 방안은 오히려 간단하고 명쾌하다. 어느 비방들보다도 더 돈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저축도 가능하다.

심장의 화기를 줄이려면 마음만 느긋하게 갖고 분노와 욕심, 지나친 즐거움을 조금 줄이기만 하면 된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줄이려면 너무 맛만 추구해서 ‘단짠’에 기름진 음식을 포식하지만 안으면 되니 외식만 좀 줄여도 도움이 된다. 음주와 흡연은 중풍의 주범인데 이것만 줄이면 가정경제가 활짝 피고 사모님들의 얼굴은 더욱 밝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 이런 바람은 한번 피하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바람이 매일 일어나듯이 바람을 피하는 비법도 매일매일 실천해야하는 문제다.

중풍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중풍이 이미 왔을 때, 잘 치료해서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중풍이 오래 되면 기운과 혈액이 허(虛)하게 되니 반드시 보(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병 후 6개월까지가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2의 골든타임이니 가능한 빨리 최선을 다해 원기를 보해주고 체질을 개선해야 언어장애, 운동장애를 줄이고 재발률도 낮출 수 있다.

/ 김동완 청주 동의보감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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