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건 공원다운 공원
상태바
우리가 원하는 건 공원다운 공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2.04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 중앙공원, 오랜 역사 품은 곳이나 우범지대로 전락
“젊은층들이 이용할 만한 시설물 없고 무서워” 시민들 불만
청주 중앙공원
청주 중앙공원. 사진/ 육성준 기자

청주 중앙공원 톺아보기
현 공원의 모습

 

우리는 오늘도 높은 빌딩과 아파트숲, 복잡한 거리에서 산다. 인정 넘치던 동네였던 곳에는 어느 새 아파트가 올라간다. 나무가 있고 주택이 띄엄띄엄 보이던 그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모든 게 바뀐다.

가장 먼저 대규모 마트가 생기고 각종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줄줄이 문을 연다. 그 다음 커피숍·학원·병원·약국·은행 등이 생기면서 하나의 타운이 된다. 이 정도가 되면 상전벽해, 예전의 그 동네가 아니다. 청주시내 외곽지역이 개발되면서 청주시민들은 이런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숨 쉴 공간, 공원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도시인들이 원하는 것은 공원 같은 휴식공간이다.

청주시내에는 오창호수공원·문암생태공원·상당공원·중앙공원·두꺼비생태공원·오송호수공원 등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다. 그 중 도심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중앙공원과 상당공원이다. 하지만 둘 다 휴식공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공원은 휴식·문화보다 어르신·도박·성매매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됐다. 이 곳 일대를 우범지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시민들은 밤에는 물론이고 낮에도 공원 이용을 꺼린다. 청주 중앙공원의 가장 큰 문제는 이 것이다.

이 곳에 가면 끼리끼리 모여 도박 윷놀이나 고스톱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명 ‘박카스 아줌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성매매 한다는 소문 또한 끊이지 않는다. 술에 취해 행인들에게 괜한 싸움을 걸거나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하는 사람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원내 흡연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청주시와 경찰은 오래전부터 중앙공원 일대에서 일어나는 윷놀이 도박, 폭력, 성매매 등을 단속해왔으나 근절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청주시와 상당경찰서 성안지구대가 이 곳에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미이행, 윷놀이 도박과 불법 성매매 등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청주시와 경찰은 공원 내 불법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입건을 알리는 현수막도 걸었다. 그럼에도 요즘 공원내에서는 종종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윷놀이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민 김경아(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씨는 “중앙공원에 단지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안가는 건 아니다. 어르신들도 공원에서 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다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도박을 하거나, 낮에도 술을 마시며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어르신들이 있어 가지 않는다. 무섭다. 청주시민들에게 중앙공원은 이런 곳으로 인식됐다. 이런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경식(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씨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중앙공원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민 누구나 즐기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어르신들만의 공원이 됐다. 공원 시설물도 옛날에 설치한 벤치가 전부다. 젊은층들이 이용할 만한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며 “공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충청리뷰’는 지난 2018~2019년 문체부 지원을 받아 숲속에서 책보고 빵먹는 ‘숲속책빵’ 행사를 열었다. 가장 많은 행사를 한 곳이 중앙공원이다. 젊은층들이 축제를 즐기도록 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를 이루고 공원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삼도록 하자는 취지가 있었다. 실제 이런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일회성으로는 효과가 없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어린이와 젊은층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상당공원은 공원 주변으로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다니고 공원면적이 너무 좁다는 게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공원이 큰 길가에 있어 자동차 매연과 소음이 차단되지 않는다. 쉴 수 있는 공간도 벤치 몇 개와 정자가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금은 행사장 내지 집회장으로 전락했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잠잠하지만 전에는 민노총 등이 주최하는 집회와 태극기부대들의 집회 장소였다. 어쨌든 청주시는 도심공원을 살려야 한다.

1000년 수령의 압각수
1000년 수령의 압각수. 사진/ 육성준 기자

 

알고 보면 귀중한 문화재 많아
압각수부터 각종 기념비까지

청주 중앙공원은 역사를 품은 곳이다. 옛 청주읍성의 중심지이고 지역의 역사를 말해주는 문화재가 다수 있다. 매년 여름밤 문화재청·충북도·청주시 주최로 열리는 ‘청주문화재 야행’ 주요 장소가 바로 이 곳이다. 중앙공원~성안길~용두사지철당간~청녕각의 야경을 즐기면서 문화재를 다시 보게 되는 이 행사는 색다른 축제로 자리잡았다.

중앙공원에는 압각수(충북천연기념물 제5호), 충청도 병마절도사영문(충북유형문화재 제15호), 망선루(충북유형문화재 제110호)가 있다. 1000년 수령의 압각수는 고려시대 청주목 객사문 앞에 있던 나무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나뭇잎이 오리발처럼 생겨서 압각수(鴨脚樹)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려 공민왕 2년(1390) 5월에 이색·권근 등 10여명이 이성계의 반대파로 지목돼 청주옥에 갇혔다고 한다. 이 때 큰 비가 내려 물에 빠져 죽게 됐는데 이 나무에 올라가 살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또 망선루는 고려시대 청주관아의 객사 동쪽에 있던 누각건물이다. 청주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공민왕 10년(1361) 홍건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궁궐로 돌아가다 청주에 머문 기념으로 과거시험을 치렀는데, 이때 합격자의 방을 취경루에 붙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명회가 누각의 이름을 망선루로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조헌전장기적비(충북유형문화재 제136호), 청주 척화비(충북기념물 제23호), 한봉수 송공비, 서원향약비 등의 유적이 중앙공원에 남아 있다. 청주읍성은 1911년 안타깝게도 일제에 의해 허물어졌다. 올해로 축성 600주년을 맞이한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청주시는 지난 2014년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에서 YMCA 사이에 성을 쌓고 청주읍성축제를 해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