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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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그 후
  • 충청리뷰
  • 승인 2021.02.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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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 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박재성 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정인이가 하늘나라로 간지 4개월이 지났다. 세 번이나 있었던 아동학대 신고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사망이라는 비극을 맞이하고서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맑던 정인이가 입양기간 동안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당했는지 알게 되었다.

국과수에서 밝힌 부검 결과에 따르면 정인이는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 즉 폭행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 증명되었고, 후두부와 쇄골, 대퇴골의 골절도 확인되었다. 특히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힘은 아이가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양모가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며 두 발로 아이의 배에 충격을 가했을 때 가해진 힘의 크기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단지 '아이를 때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의도치 않게 아이를 죽게 한 것(치사)이 아니라,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죽어도 어쩔 수 없지'하며 실행한 행위(살인)이다.

결국 검찰에서도 국과수의 부검 결과를 근거로 양모에 대한 죄명을 '아동복지법위반'에서 '살인'으로 공소장 변경을 하였고 현재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부모인 피고인들은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집에서 누가 정인이에게 그러한 가해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런 뉴스를 접하고서도 여전히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10살 여자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수많은 멍 자국이 허벅지를 비롯한 몸 곳곳에서 발견돼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함께 살던 이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이 부부는 경찰조사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고, 사망 당일 오전에는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훈육차원이라고 했지만 10살 아이에게 이틀 동안 폭력을 행사하고, 물고문을 연상케하는 행위까지 한 것은 명백한 아동학대에 해당된다. 게다가 국회는 지난 1월 민법 제정시부터 존재해왔던 부모의 자녀징계권(민법 제915조)을 63년 만에 삭제하여 현재 시행중이다.

필자도 나이 어린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장난꾸러기라서 그런지 연애시절엔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았던 아내의 언성이 언젠가부터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말라가고 있다. 주된 훈육자는 아내이지만 나는 아내가 훈육하는 과정을 뒤에서 지켜보다가 좀 더 엄격하고 진지한 훈육이 필요할 때 투입된다.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내가 큰 아이가 쓴 일기를 동의를 얻어 나에게 보여줬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으나 주된 내용은 아빠가 자신에게 무서운 얼굴을 하며 화를 냈는데 맹수가 물어뜯듯이 공포스러웠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후 맥락을 빼고 딱 그 부분만 보면 맞는 말이었고, 그 부분만 보면 아동학대에 해당될 수도 있다. 잠깐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고민은 잠깐이었다. 나는 훈육 목적으로 훈계를 했는데 그 행위가 자녀에게는 단지 공포로만 기억되었다면 고쳐야 한다.

그 자리에서 큰 아이에게 사과와 해명 그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그 일기의 하단에 사건의 경위와 아빠의 사과를 추가로 남겼다. 그리고 평상시처럼 담임선생님께 제출하도록 했다. 그 이후에도 아이들을 훈계할 일은 계속 발생했지만, 되도록이면 안방에서 단둘이 또는 삼부자가 함께 앉아 사건의 경위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를 말할 기회를 준 뒤 최종 판단을 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면서 나도 아이들도 마음이 누그러져 격한 감정이 줄어들고 이성적인 접근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게 된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부모다. 부모는 사랑하기에 훈육목적으로 때린다고 하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그냥 폭력이고 상해다. 더군다나 남도 아닌 애착관계에 있는 부모가 가해자이기에 마음의 상처도 받는다. 때리는 것이 정말 교육적 효과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에 엇나가는 자녀는 없었을 것이다. 자녀는 매가 아니라 대화와 기다림으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박재성 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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