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사업, 소탐대실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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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사업, 소탐대실하지 말라
  • 충청리뷰
  • 승인 2021.02.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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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밤새 폭설과 한파가 예고되었던 지난 2월 4일. 옥천군 안남면에 있는 주민들이 충북도청을 찾았다. 주민들 손에 피켓이 들려 있었고, X자가 진하게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딱 봐도 7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엄동설한 의 추운 날 이 어르신들이 평생 처음 도청에 구르마까지 끌고 온 이유가 무얼까?

옥천군 안남면은 지금 태양광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 도덕리 일원에 예정된 태양광 사업은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10건(총 1만5천㎡)의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내 실질적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이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소리 소문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개발업체는 작은 규모로 토지를 쪼개 여러 명의 명의로 허가신청을 한 것이다. 현행법상 개발면적이 5,000㎡ 이내일 경우 주민동의나 환경영향평가 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꼼수를 이용한 것이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옥천군 안남면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천막농성과 1인시위,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고 급기야 충청북도에 옥천군을 상대로 한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행위 허가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이다.

옥천군은 법과 절차에 따라 허가해 준만큼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이는 탁상행정이다. 옥천군의 안일한 행정 탓에 애꿎은 농민들만 엄동설한에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태양광 사업으로 인한 갈등은 옥천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농지들이 태양광 사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해는 길고 길었던 장마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힘들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사안이며, 개선을 위해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탄소 중립을 위한 대안으로서 태양광사업은 친환경 대안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그린뉴딜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태양광 보급 확대를 이룰 수 있는 곳으로 농촌이 주목받으며 대규모의 농지 및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태양광사업으로 훼손된 산지는 2017년부터 3년 반 동안 5014ha. 여의도면적의 17배의 면적인데, 이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사라진 숲 면적의 3.3배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역설이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농업인 소득증대와 농촌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농지에도 태양광발전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위한 농지법 개정이 연이어 추진되면서 여러 가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무차별 확산할 경우 수익을 노린 도시민 등의 농지 소유 이용이 늘어 가뜩이나 취약한 임차농의 입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고 농지훼손과 농촌공동체 파괴의 우려까지 농촌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옥천군 안남면 주민들의 반발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에서 태양광, 풍력 등을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이미 대세이다. 그렇다면 자연을 훼손하고 농지를 훼손하는 방식의 태양광 사업이 아닌 기존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즉 지붕, 벽면, 옥상, 유휴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19일 옥천군의회는 안남면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옥천군의회는 개발업체가 허가를 용이하게 받기 위해 편법을 통해 집행부를 기만한 사실, 집행부의 형식적인 서류 심사, 부서별 관련법 검토 소홀 그리고 허가 후 사후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안남면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취소 여부를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당연한 결과이다.

이제 2월 26일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행위 허가 취소’를 위한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남았다. 이 결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자연을 훼손하고, 농촌에서 농민을 내쫓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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