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 세종특별시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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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 세종특별시 모습이라니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2.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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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며칠 전 세종시를 거쳐 공주에 갔다. 세종시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세종시 아파트는 역시 특별시답다. 그 ‘위용’에 깜짝 깜짝 놀란다. 이제는 세종 정부청사가 우스울 정도로 아파트만 보인다. 전에 갔을 때는 분명 빈 터 였는데 어느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처음에는 세종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파트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특별시에 이렇게 많은 아파트가 필요할까 싶다. 누군가의 투기 대상용 아파트가 연일 생기는 것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시작한 세종시의 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세종시 건설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이었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지방 딱 두 개로 나뉜다. 그 서울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서울은 터져죽고 지방은 말라죽고 있다. 그러자 서울은 경제 문화의 중심, 세종시는 행정의 중심으로 이분화 하자는 의미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세종시를 만들지 않았는가. 서울은 미국의 뉴욕, 세종시는 워싱턴 같은 도시가 돼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 세종시는 투기장으로 전락했다. 정부부처가 들어섰으나 그 이전에 이 도시의 이미지는 '아파트 값이 비싼 곳'이 됐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회의원이 ‘행정수도 완성’ ‘국회분원 세종시 이전’ ‘청와대 이전’ 등의 말을 할 때마다 세종시 아파트 값이 폭등한다. 그것도 무서울 정도로. 대개 분양가의 2~3배가 올랐다고 한다. 6억 짜리가 약 20억이 됐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청와대·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한 뒤 폭등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자신의 세종시 아파트가 올랐다고 자랑했다. 또 어떤 사람은 “중국에 사는 교포가 세종시 아파트 두 채를 샀다고 하더라. 이런 도시가 세종시다. 세종시는 세계적인 투기장이 됐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투기꾼들이 들끓던 과거의 강남을 보는 듯하다. 주변도시가 세종시의 베드타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세종시 자체가 그런 기능까지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시는 그렇지 않았다. 방향이 크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세종시 아파트 값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행정수도 완성을 외칠 것이다. 행정수도 완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미친 듯이 폭등하는 아파트 값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격은 시장이 형성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지적한다. 이제는 미친 집값 때문에 업무상 세종시에 살아야 하는 사람 또는 세종시에 살고 싶은 사람은 정작 엄두를 못낸다. 부동산 부자들만의 도시, 아파트 가진 사람만 좋은 도시가 세종특별시다.

모 씨는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공무원 중 세종시에 아파트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 할 것이다. 그래서 심심하면 한 번씩 행정수도 완성 논리에 불을 지피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말까지 돈다. 누가 이를 바로잡을 것인가.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한다. 정말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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