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시멘트업계 편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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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시멘트업계 편드는 이유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3.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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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영·이철규 의원 등 시멘트업계와 기금조성 협약식 열어
전에도 기금 출연 약속했으나 안지켜, 지자체는 시멘트세 주장
충북·강원지역 국회의원 4명은 2월 25일 시멘트업계와 기금조성 협약식을 열었다. 사진/ 뉴시스
충북·강원지역 국회의원 4명은 2월 25일 시멘트업계와 기금조성 협약식을 열었다. 사진/ 뉴시스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멘트에 세금을 부과하는 시멘트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세금 대신 시멘트업계로부터 기금을 받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금은 강제성이 없어 안내도 그만이다. 이 때문에 차제에 시멘트세가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충북도가 추진하던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이하 시멘트세) 신설이 지난해 불발됐으나 도는 올해도 계속 진행한다. 오는 12일에는 충북·강원·전남지역 환경단체와 균형발전단체, 주민자치위원,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시멘트세 입법 공동추진위’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충북도는 지방세법 관련한 법안을 관행적으로 매년 11~12월에만 다뤘으나 지역자원시설세 같은 주요법안은 연중 심사해줄 것을 국회에 건의했다.
 

국회의원들, 표 때문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7일 시멘트세 심사를 보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심사를 보류한 직접적인 원인은 당시 공수처법 개정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항의하러 나가 심사 일정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충북·강원·전남·경북 등 4개 광역지자체가 추진한 지방세법 개정안에는 시멘트 생산량 1톤당 1000원(40㎏ 1포대 40원)의 목적세를 과세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재원은 시멘트업체 주변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과 환경개선 등에 쓰인다. 충북도는 연간 시멘트세를 177억원 정도 예상한다. 그러면 시·군이 65%를 직접 사용하고 나머지 35%는 도가 특별회계로 피해 지역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방안에 대해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은 찬성한다. 이들은 지난해 시멘트세 도입을 위해 중앙부처와 국회에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함께 뛰었다. 하지만 국회의 법안 심사를 앞두고 엄태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제천·단양)과 시멘트업계, 제천 단양 일부 주민들이 기금 설치를 들고 나왔다. 도내 시멘트업체는 제천·단양지역에 있다. 충북도내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엄 의원은 기금 찬성론자다.

지난 2월 25일 국민의힘 엄태영(제천·단양) 이철규(강원 동해)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군)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과 7개 시멘트회사 대표, 시멘트협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발적 기금조성 협약식'을 열었다. 충북 북무과 강원 등 시멘트회사가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기금조성 쪽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럼 국회의원들이 느닷없이 시멘트업계와 기금조성 협약식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업계 편을 들어주는 예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표를 의식한 행동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협약식 내용을 올리자 한 시민은 "시멘트 피해지역 주민들은 시멘트세 신설을 주장하는데 이에 반하는 협약을 한 이유가 뭐냐"는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시멘트 공장 주변 피해지역 주민을 위해 매년 250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고, 상생발전을 위한 소통과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킬지 의문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충북과 강원지역 시멘트회사 7개는 올해부터 시멘트 1톤당 500원의 지역발전기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기금의 70%는 공장 반경 5km 이내 지역주민들에게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공장소재 기초지자체에 맡겨 운용하도록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매년 강원지역에 150억원, 충북지역에 100억원이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충북도 “세금을 걷어야 규모있는 지원”

하지만 충북도는 시멘트에 세금을 붙여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공장 주변지역에 대해 주민건강 영향조사, 대기 및 수질오염 실시간 측정시스템 구축, 수질개선사업 등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금에 용도제약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며 건강검진, 경로당 보수, 장학금, 지역축제 등에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는 20대 국회 때 시멘트세 신설을 발의했던 이철규 의원한테 기금 100억원을 200억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재까지 지키지 않았다. 기금은 의무적인 게 아니다. 세금을 정확히 부과해야 이 돈으로 규모있는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업계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또 최근까지 시멘트업계의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평균 4.43%보다 높은 9.2%이고 특히 쌍용시멘트는 16.3%, 한라시멘트는 10.4%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시멘트는 대기오염 배출 2순위임에도 60년간 과세를 하지 않았다. 원자력은 2006년, 화력은 2014년 과세를 했다. 시멘트 생산시 분진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막대한 건강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멘트에 과세를 하지 않을 경우 원자력이나 화력세도 없애야 형평에 맞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원자력세는 1473억원, 화력세는 1151억원이 걷혀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지급됐고 지역발전에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엄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시멘트 기업들이 피해 시․군에 1톤당 500원의 기금을 직접 지원하기로 하면서 관련 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기금출연방식으로 해야 건강검진, 경로당보수, 장학금 지급, 지역축제지원 등에 기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면 일자리 감소나 임금문제 등의 피해와 시멘트 가격 인상이 예상됩니다“라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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