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갈등에 주민들 ‘힘들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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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갈등에 주민들 ‘힘들다, 힘들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3.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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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운천주공아파트 판결 이후 뒤숭숭… 길어지는 판단에 지쳐
청주시 운천주공아파트 전경 /육성준 기자
청주시 운천주공아파트 전경 /육성준 기자

 

청주시는 운천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과 진행 중인 마찰에 대해 끝까지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청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운천주공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해제처분등 취소의 소에 대해 재건축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해제동의율을 충족했는지와 청주시의 조치에 재량권남용은 없었는지 등이었다.

재판부는 토지등 소유자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 해제에 찬성했다는 것만으로 해제를 뒷받침할만한 의견이 있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청주시 해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이유만으로 형식적인 직권해제 판단은 이익형량에 해태한 것라며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또한 처분을 전제로 이뤄진 부수처분도 모두 취소돼야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정비구역의 직권해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청주시는 즉각 항소에 나섰다.

청주시 관계자는 판결의 배경이 된 청주시 해제기준은 내부규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할 예정이다. 향후 재판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추진한 처분이 정당했다는 점을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 측이 운천주공아파트 곳곳에 설치한 현수막
재건축조합 측이 운천주공아파트 곳곳에 설치한 현수막

 

동네분위기는 마녀사냥

 

운천주공아파트에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주민 A씨는 판결이후 재건축조합이 동네에 현수막을 붙이면서 난리가 났다. 내용은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다재건축조합의 사업에 대해 방해하지 않을 것과 방해로 인해 조합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의 확약서를 주택매매시 작성해야 했다. 이에 겁을 먹은 일부 주민들이 아예 집을 비우고 떠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이 된다는 호재에 아파트를 매매한 사람들의 불만도 크다. 이미 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며 감정평가액이 산출됐기 때문이다. A씨 주변에는 이를 모르고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도 상당수로 전해진다.

현재 운천주공정비구역의 감정평가액은 84에 약 1억원이다. 최근 매매가는 13000~4000만원 사이. 재개발 이후 분담금 약 9000만원까지 합하면 총 25000원에 가깝다.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셈. 이는 인기리에 거래되는 신축아파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 가운데 재건축조합은 정비구역해제 취소소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여 조합원 추가분양 신청을 할 수 없다며 현수막을 붙였다. 이 때문에 새로 입주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싼 돈 내고 들어왔는데 분양권까지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건축조합 측이 운천주공아파트 곳곳에 설치한 현수막
재건축조합 측이 운천주공아파트 곳곳에 설치한 현수막

 

안전문제는 숙제

 

198611월 완공된 운천주공아파트는 1200세대 규모의 대단지에 청주1순환로와 맞닿아 최적의 입지를 자랑했다. 또한 주변에 운천공원, 농수산물시장, 청주예술의전당이 들어서며 시민들, 외지인들에게 인기 많은 단지였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었고, 2015년 실시된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재건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주민 A씨는 개인적으로 재건축에 찬성해 조합설립에 동의했다. 당시 91%의 주민이 재건축을 환영했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들이 알려졌고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재건축반대위원회(이하 반대위)도 발족해 활동을 시작했다. 결국 20199월 있던 주민투표에서 53.7%가 구역해제에 동의했다이후 정상화 과정이 필요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방수공사 등 일부 보수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갈등은 여전했고 재건축조합 측의 반대로 보수공사는 무산됐다. 그렇게 방치된 구조물들은 지금도 빠르게 노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당시 함께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우암1구역과 달리 운천주공재개발은 사업시행인가가 난 상황이어서 조합해산절차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사업시행인가가 났기 때문에 감정평가금액의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주민재산권의 일부가 제한됐다. 이런 이유로 동네는 2019년 정비사업 해제 이후 재개발조합, 반대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피해는 주민 몫

 

대다수의 조례규칙에서는 정비구역을 해제할 때 토지주의 과반수가 참여,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청주시는 2019426일부터 624일까지 운천주공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역해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결과 주민 926명 중 53.7%497명이 구역 해제를 찬성해 청주시는 911일 정비구역 해제를 고시했다.

하지만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사업에 관한 주민의견조사에서 사업반대 의견을 낸 토지등 소유자는 497명으로 전체 유효의견회신자 926명의 과반수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체 토지소유자 1129명의 50%에는 미치지 못한다정비구역 해제는 토지소유자들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토지소유자 4분의 3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사업시행계획의 작성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있어야 하는 점을 비춰보면 해제를 뒷받침할만한 의견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 변호사 P씨는 근본적인 과정을 문제 삼은 이번 판결은 아쉽다. 다른 지자체들도 청주시와 규정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청주시가 항소를 결심하는 데 힘이 실렸을 것이다안타까운 것은 그 사이 주민들만 피해본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하루가 급하다. 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의견이 양분된 채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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