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 가속기는 방사성 물질 생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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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 가속기는 방사성 물질 생산 안해
  • 충청리뷰
  • 승인 2021.03.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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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충북과총회장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김용은 충북과총회장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얼마 전 한 친구에게 “방사광 가속기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염려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올해 들어 원전 수사가 진행되면서 월성 원전 부지에서 배출기준을 18배나 초과한 삼중수소 검출을 두고 전문가와 탈핵 단체, 정치인 사이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또 2월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해저지진이 발생하여 10년 전 악몽이 떠올랐으나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2월 23일에 후쿠시마 연근해에서 10년 전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우럭’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식약처에서 일본산 수산물의 추가 수입 금지 조치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해산물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는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전력의 30% 정도를 공급하는 원전폐쇄를 탈핵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탈핵 단체나 정치인 등 비전문가가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서 전문가와 환경 관련 방사성, 방사능, 방사선 공방으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보는 일반 사람들이 방사광 가속기도 우리에게 방사능 공포를 주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 당연할 법도 하다. 그러나 방사광 가속기는 원자력 발전소 시설과는 작동 원리와 가동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원자로에서 중성자를 포획한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발생시키는 전기를 생산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방사성을 띤 핵물질과 중성자를 포획하여 방사성을 띠게 되는 물질이 더 많이 생산된다. 이렇게 발생한 방사성 물질은 발전을 멈추어도 계속하여 방사선을 낸다. 이러한 물질의 방사성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바꿀 수 없다. 한번 생성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성붕괴를 하고 방사능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강한 방사선을 내쏘는 핵분열생성물은 수명이 긴 방사성 물질이다. 이에 비해 원자로에서 중성자를 포획한 생성물은 내쏘는 방사선이 약해 중준위 폐기물이라 부른다. 핵분열생성물을 곧바로 영구폐기할 수도 있지만, 재처리하면 고부가가치의 물질을 자원으로 확보할 수도 있어 핵분열 생성물이 남은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원전이 모두 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하는데 월성원전에서만 유독 삼중수소의 문제가 대두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삼중수소(T)가 생성되기 쉬운 원전이기 때문이다. 월성원전은 우라늄함량이 0.7%인 천연우라늄 핵연료와 중수()를 냉각제로 쓴다. 그러나 고리나 한빛, 한울 원전은 3~7%의 농축우라늄과 경수()를 사용하는 가압경수로이다. 핵분열에서 나온 중성자가 경수의 수소(H)에 포획되면 중수소가 되지만, 중수의 중수소(D)에 포획되면 삼중수소가 된다. 삼중수()가 원자로 밖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설계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누출된 냉각수는 장기간 저장한 후 희석하여 방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삼중수가 지하로 유입되어 흐를 때 허용치를 넘는 지하수일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삼중수소는 우주 방사선에 의해서도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물과 같은 분자구조로 존재한다. 그 때문에 삼중수소는 대류권에서 강수나 강우의 기상 현상에 의해서 비나 눈의 형태로 지상에 떨어진다. 지상으로 떨어진 삼중수는 해수, 강물, 지하수 등으로 유입되어 지구환경 곳곳으로 퍼진다. 그래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의 방사능이 타 지역주민보다 다소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약 12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오래 지나지 않아 기준치 이하로 된다.

원전과는 달리 방사광 가속기는 시설이 가동될 때에만 원형의 저장링 전자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원운동을 하며 빔 라인을 따라서 X-선 등의 강한 빛(방사광)을 발생시키지만 다른 물질과 핵반응하여 방사성 물질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이 때 발생한 방사광의 외부 누출을 차폐하기 위해 두꺼운 안전 콘크리트 벽을 설치한다. 그러나 방사광 가속기는 가동을 멈추면 방사선을 염려 없이 곧바로 가속기 내부에 접근시킬 수 있는 안전한 시설이다. 포항가속기 바로 인근에 쾌적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것도 가속기 시설이 인체에 무해 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김용은 충북과총회장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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