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우는 학교…신입생 12명 한가족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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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는 학교…신입생 12명 한가족 되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3.1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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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첫 공립대안고등학교 ‘은여울고등학교’ 개교
치유와 돌봄 프로그램 외에도 진로 찾기 강화해

올해 충북 첫 공립 대안고등학교인 은여울고등학교(교장 신현규)가 개교했다.

2017년 위(Wee)센터 역할을 했던 청명교육원(진천군 문백면)에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돕기 위한 치유형 대안학교로 은여울중학교가 개교한 데 이어 올해는 은여울고등학교가 문을 연 것이다.

지난 3일 열린 입학식엔 신입생 12명과 학부모, 은여울중학교 재학생, 교사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입학식을 학교 철학 낭송, 신입생 칭찬하기, 신입생의 꿈과 바람을 담은 글 및 교사들의 편지가 담긴 타임캡슐 묻기, 축하공연, 교직원들의 축하 메시지 동영상 상영 등으로 진행됐다.

은여울고등학교는 공교육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와 돌봄 외에도 진로찾기를 교육 목표로 둔다. 따라서 은여울고등학교는 개교 이후 첫 활동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해파랑길, 신입생 캠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은여울고등학교 입학식 사진 /사진=충청북도교육청 제공
은여울고등학교 입학식 사진 /사진=충청북도교육청 제공
은여울중학교 입학식에서는 자신의 꿈을 기록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열렸다. /서진=육성준 기자
은여울중학교 입학식에서는 자신의 꿈을 기록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열렸다. /서진=육성준 기자

 

길에서 첫 수업 진행

 

첫 수업은 교실이 아니라 길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학생들은 9일부터 19일까지 고성에서 묵호역까지 하루 평균 20를 배낭을 메고 강원도 해파랑길을 걷기로 했다. 참가하는 학생과 교사를 해, , , 길 등 4개 팀으로 나눠 리더·길잡이·밥짓기·설거지 등 역할을 하며 해파랑길을 같이 걷는다.

이번 해파랑길 활동에서는 친환경 삶을 실천하려고 자연과 자기 자신에 집중하도록 휴대전화는 지참하지 않는다. 또 잔반 없애기, 컵과 텀블러 쓰기, 물 절약하기 등을 실천하고, 매일 쓰레기를 줍는 등 걸으면서 기후 변화로 망가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활동도 펼친다.

이 캠프는 충북학생수련원의 성장형 아웃도어 파일럿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한다. 은여울고와 충북학생수련원이 기획단계에서부터 함께 논의해 준비했으며, 수련원에서는 아웃도어 장비 일부와 강사를 지원했다.

또 다양한 자원봉사자도 참여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임훈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료학과)3일 간격으로 학생과 교사들의 건강을 점검하는 의료 지원을 약속했다.

이동미 작가(대한민국여행작가 협동조합 대표)는 해파랑길을 함께 걸으며 해파랑의 역사와 의미를 학생들과 나누기로 했다. 청년 가수 살랑은 야영 중 학생들과 함께 하는 노래 봉사를 약속했다. 캠프 진행 후 학생들은 12일 동안 체험하면서 느꼈던 일을 적는 에세이 수첩을 만들 예정이다.

신입생인 장지연 학생은 휴대전화에서 떨어져 현재의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좀 더 자유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은여울고 관계자는 해파랑길을 걸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참여와 소통 그리고 협력의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앞서 학생들은 지난 4일 팀별 회의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준비 사항을 점검했고, 8일에는 팀별로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친교와 더불어 배낭꾸리는 법, 텐트 치는 법 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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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는 미래교육을 실천하는 곳

신현규 은여울중고등학교장

 

신현규 은여울중고등학교장
신현규 은여울중고등학교장

 

은여울고등학교가 탄생하기까지 일선 교사들의 많은 고민이 있었다. 공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교사들은 충북대안교육연구회를 만들고 분과별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 모델을 고민했다. 성장공동체연구회, 미래교육연구회, 전환계교육연구회 등이 분과별로 활동 중이다.

충북대안교육연구회장이자 은여울중고등학교를 맡게 된 신현규 교장은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교육청에 요구해왔다. 2016년 대안고등학교 설립 TF가 만들어져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은여울중학교가 2017년에 먼저 만들어졌고 이번에 고등학교까지 설립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은여울고등학교는 분리형대안학교다. 2024년께 개교하는 단재고는 통합형 대안학교다. 신 교장은 대안학교는 미래교육을 실천하는 곳이다. 대안학교는 힘든 아이들만 오는 곳으로 인식돼 있는 데 그렇지 않다. 대안학교는 미래교육을 가장 앞서서 실천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학교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곳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은여울중고등학교가 한 건물에 있다. 아침 9시 모임을 통해 서로 하루의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개별공동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교사와 이야기 나누고 학습을 해나간다. 수업이 끝난 뒤 교사들은 따로 모여 학습공동체 활동을 이어간다.

지난해 은여울중학교의 경우 기후위기를 주제로 수업했다.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실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은여울고등학교에선 진로찾기가 추가된다. 3학년 1학기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사회 현장의 멘토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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