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윤갑근·정우택의 인연 혹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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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윤갑근·정우택의 인연 혹은 악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3.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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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윤갑근 옥중에서 투쟁, 윤갑근-정우택 물밑 기싸움
정우택-정정순 잠재적 경쟁자 등 세 명 트라이앵글처럼 얽혀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은 언제 어디서 경쟁하게 될지 모른다.

 

충북의 세 정치인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가 두 개 있다.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그래서 올해는 여야 정치권의 싸움이 불을 뿜을 것이다. 우선 오는 4월 7일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및 충북도의원 보은군 선거가 실시된다. 본선에 진출하는 여야 후보들이 정해져 곧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현 충북 정치권에서는 정정순 국회의원(민주당·청주상당)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국민의힘·청주상당), 정우택 전 국회의원(국민의힘·청주흥덕)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들은 묘하게도 서로 트라이앵글처럼 얽혀 있다. 정정순-윤갑근은 옥중에서 정 의원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부당거래 의혹에 대해 공방을 벌이고, 윤갑근-정우택은 상당구를 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 정우택-정정순은 한 때 충북도지사-국장으로 좋은 사이였으나 이제는 잠재적 경쟁 관계에 놓였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초선인 정정순 의원은 충북도 경제통상국장, 청주시 부시장, 충북도 행정부지사,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 기간 동안 7급 공무원이 정부부처 지방재정세제실장까지 역임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실제 고시출신이 아니면서 이 직위까지 오르기란 쉽지 않다.

선거 중반부터 청주시내 4개 지역구 중 3개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상당구는 두고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국민의힘 윤갑근 전 고검장이 만만치 않게 추격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역사상 최초의 비대면 선거운동 속에서 어쨌든 정 의원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전국적으로 몰아친 민주당 바람이 한 몫 했다는 평이다.
 

“벌금 300 받으면 끝나는 거죠?”

하지만 정 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회계책임자 A씨는 지난해 6월 19일 정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다. 그는 정 의원 당선 후 보좌진 자리를 놓고 정 의원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6일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 의원 변호인은 지난 2월 10일 열린 재판에서 A씨와 비공식 선거운동원 B씨 간의 녹취록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보좌진 문제 때문에 정 의원에게 불만을 품은 이들이 윤갑근 씨 측과 접촉해 의도적으로 정 의원을 당선무효 시키려 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었다.

정 의원 측은 지난 5월 22일 A와 B가 “벌금 300 받으면 끝나는 거죠?(A)” “끝나는 거지. 보궐 만들어서 다시 국회의원 만들든지(B)” “윤갑근한테 가야지(A)” “보궐하면 윤갑근이 나오지(B)” “돈 좀 받고 그냥 거래하지 뭐(A)” “그것도 가능해. C가 움직이면(B)”이라고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3일 뒤인 25일에는 “윤갑근이 상당구 지역위원장 내정됐대. 그러니까 C한테 확실하게 하라고 그래(B)” “알겠습니다. 형님(A)”이라는 통화를 했다고 한다. C도 정 의원 캠프 관계자다.

정 의원 측은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검토해보니 검찰이 회계책임자 A의 휴대폰 녹음파일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래서 달라고 요구해 받았다. 위 통화내용은 A의 휴대폰에 자동녹음된 것이다. 녹음 내용이 많아 지금도 분석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녹취록은 정 의원 측이 증거기록 신청을 통해 비로소 검찰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며 검찰은 왜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2월 16일 ‘검찰-윤갑근-회계책임자 A의 부당거래 의혹 진실규명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도당은 “A씨는 윤갑근 씨에게 접촉해 정 의원을 당선무효 시키려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외에도 검찰수사관 고발장 대리작성 의혹, 검찰 기획수사 의혹 등 검찰-윤갑근-A씨간의 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 정정순 페이스북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 정정순 페이스북

 

윤갑근 “나는 접촉한 적 없어”

이에 대해 윤 전 고검장은 발끈했다. 그는 “정 의원 선거 캠프 내부에서 주고받은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나는 이들을 접촉한 적 없다. 불법선거를 자행하고도 책임을 모면하려고 상대방을 음해하는 저질 공작이다.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국민의힘 충북도당을 통해 반박했다.

정 의원 측은 지난해 9월 A씨와 C씨를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유도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정 의원 측은 이 녹취록의 존재를 몰랐으나 주변에서 A와 C가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자 사실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고발한 것. 그러나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고 검찰도 같은 처분을 했다.

정 의원은 측은 지난 2월 16일에는 이 건과 관련해 청주지검 검사 모 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소했다. 담당 검사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통화 녹취록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수사과정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A와 C가 선거 기간 중에도 윤갑근 후보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를 들었던 우리쪽 자원봉사자 5명이 진술서를 써서 검찰에 제출했다. A,B와 절친한 사람이 윤갑근 씨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양측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녹취내용이 불기소 처분된 사건과 관련이 없고 재판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제기한 무리한 고소로 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 때 윤 후보 측에서 활동했던 한 정치인은 “A와 C가 했다는 통화 내용은 금시초문이다. 선거기간에도 들은 바가 없다. 어서 빨리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명확한 근거가 나와야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지역정가의 시각이다. A씨 등이 화풀이로 이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구체적인 행동을 한 것인지는 모른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총선 때 모인 국민의힘 후보들. 왼쪽부터 정우택, 김수민, 최현호, 윤갑근. 사진/ 윤갑근 페이스북
지난해 총선 때 모인 국민의힘 후보들. 왼쪽부터 정우택, 김수민, 최현호, 윤갑근. 사진/ 윤갑근 페이스북

 

국민의힘 도당 위원장은 엄태영 의원에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대검 강력부장·반부패부장, 대구 고검장 등을 역임한 윤갑근 전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뒤 정치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힘 청주 상당구 공천을 받고 본선에 진출했다. 상당구에는 충북도지사와 4선 의원을 지낸 중진 정우택 전 의원이 버티고 있었으나 정치신인이 승리하는 깜짝공천이 이뤄졌다. 성균관대 법대 선배이며 검찰 내에서도 친분이 있었던 황교안 당 대표가 윤 전 고검장 손을 들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정정순 의원에게 3000여표 차이로 패했다.

이후 그는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위원장으로 추대됐고,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꾼 이후에도 위원장 역할을 했다. 그러던 중 우리은행장에게 라임펀드 재판매 청탁을 한 대가로 라임측으로부터 2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12월 전격 구속된다. 그는 줄곧 이 돈이 법률 자문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탄탄대로를 달릴 줄 알았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난 윤 전 고검장은 보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지난 2월 25일 충북도당을 사고 도당으로 지정하고 윤 위원장을 직위 해제했다. 그의 구속 이후에는 박한석 수석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해왔다. 그러자 도당 위원장이 직위해제까지 되면서 풍비박산 난 도당을 누가 책임지고 끌고 갈 것인가 관심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충북권 당협위원장들이 위기를 수습하려면 중진 정우택 전 의원이 위원장을 해야 한다며 추대했다. 지역에는 정 전 의원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충북도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3선 이종배 의원(충주)과 초선 엄태영 의원(제천단양)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어 도당 위원장을 겸할 수 없다.

정치인 모 씨는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으니 경험많은 정 전 의원이 도당을 재건하는 게 낫겠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정 전 의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역여론이 좋지 않자 정 전 의원이 고사했고 엄 의원을 다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엄 의원을 도당 위원장에 임명했다.

도당 위원장 임기는 1년이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는 서로 하려고 한다고 알려졌다.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 이는 충북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다. 다만 엄 의원의 임기는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인 오는 7월말까지다.
 

언제 외나무다리에서 만날까

정우택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자신의 텃밭인 상당구에서 공천을 못받자 흥덕구로 날아갔다. 흥덕구에서 출마를 준비해온 후배 정치인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으나 이 곳에서 공천을 받고 출마한다. 당시 이런 행동에 대해 4선 의원으로서 신사답지 못하다는 비판여론이 줄을 이었다. 결국 그는 민주당 도종환 의원에게 크게 패했다. 현재는 흥덕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윤 전 고검장에게 밀려 흥덕구로 갔으나 마음은 상당구에 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정·윤 두 사람은 묘하게도 성균관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나이로는 정 전 의원이 11년 선배다. 정정순 의원의 구속으로 상당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정 전 의원이 출마가능성 있는 정치인으로 그간 입줄에 오르내렸다. 윤 전 고검장마저 구속되자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인데 앞 날은 알 수가 없다.

그는 내년 충북도지사 선거 후보로도 거론된다. 민주당 노영민·오제세 후보에 맞설 사람은 정 전 의원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이 벌써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 이름이 거론된다. 민주당 오제세 전 의원은 2018년 도지사 공천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이시종 지사에게 졌고, 지난해 총선 때는 컷오프 당해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년 도지사 출마를 준비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도지사 선거는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정우택 전 의원과 정정순 의원의 관계도 특별하다. 정 전 의원은 민선4기 2006~2010년에 충북도지사로 재직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도정 방향을 ‘경제특별도 충북 건설’에 맞추고 투자유치를 견인했다. 그 때 경제통상국장으로 이 업무를 맡았던 사람이 정정순 의원이다. 정우택 도지사가 정정순 의원을 총애했던 것도 사실이다. 정정순 의원은 지난 2018년 청주시장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한범덕 시장에게 패했다. 출마자들의 자서전 출간이 붐이던 시절, 정 의원은 ‘모든 꽃은 흙에서 핀다’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정정순 의원은 이 책에 “정우택 지사님의 요청으로 세종연구소에 교육 가 있던 나는 다시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으로 돌아갔다. 경제특별도 충북의 일환으로 2006~2008년에 기업들로부터 16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 중심에 하이닉스반도체가 있다”고 썼다. 둘은 도지사와 국장이라는 상하관계에 있었으나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정정순 의원이 정 전 의원과 같은 당에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봤으나 정정순 의원은 민주당으로 갔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앞 날을 점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정순, 윤갑근, 정우택 세 명의 정치인들은 언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혈투를 벌일지 모른다. 정치 지형은 수시로 바뀌고, 사람 또한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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