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얼마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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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얼마나 알아?
  • 충청리뷰
  • 승인 2021.03.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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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여성재단대표
이남희 충북도 여성가족정책관

 

3월은 삼일절과 함께 시작했으니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유관순 열사 이외에도 여러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공적을 알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전체 독립유공자 16,685명 중 여성 독립유공자는 526명(3.2%)이다. 이 숫자가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 공헌을 인정하고 합당한 예우를 하기까지 정부와 학계, 후손 등 각계의 노고가 있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독립유공자 인정 기준에서 ‘수형(옥고) 3개월 이상’이라는 항목을 완화하고, 학생의 경우 독립운동 참여를 이유로 퇴학 등 징계를 당한 경우에도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서기록의 범주도 넓혔다. 그 결과 포상 대상 독립운동가가 늘어나고, 여성 비율도 높아졌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발굴 의지가 중요하다는 예증은 또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기획하고 KBS가 제작한 동영상 「나의 독립영웅」은 ‘1919년 3.1운동부터 1945년 광복까지 기간에 활동한 국가보훈처 서훈대상 독립운동가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중심으로 발굴하되, 자료(유적·유물 등 포함) 및 스토리가 있는 분, 여성과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적극 발굴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그 결과 전체 100편 가운데 여성 독립운동가가 40명 가까이 등장한다.

근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진 이유로 한국사학자 김정인 교수는 2015년 개봉, 1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암살」의 영향을 꼽는다. 영화 주인공 안윤옥은 친일파 암살에 가담하는 총 잘 쏘는 여자 독립군으로 등장한다. 그전에는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총을 들고 의열투쟁에 나섰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 안윤옥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남자현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졌다. 논문이 여러 편 나오고, 고향 경북 영양에서 오래전 시작한 기념사업도 새삼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우리는 의병 남편을 잃은 과부, 외아들과 시부모를 봉양한 효부라는 틀을 벗어나 48살에 만주로 떠나 ‘독립군 여자대장’으로 활약했던 남자현의 후반 인생을 더 소상히 알게 됐다. 더 많은 인물을 만나고 싶다면 스물네 분 독립운동가를 소개한 교양서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권한다.

충북도는 지역 연고가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 중 열 분의 상반신 동상을 제작, 미래여성플라자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참고할만한 사진이 턱없이 부족해서 일일이 후손들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해 작업한 정창훈 작가의 열정 덕분에 작품을 마주하면 의미와 정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인물 동상은 서양에서 오랫동안 통치자나 영웅을 기릴 때 사용하던 방식이다. 미술사학자 조은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동상은 1920년 서울 정동 배재학당에 설치한 아펜젤러 기념 부조였다. 일제강점기 동상의 주인공은 대개 교육자 혹은 일본인 관리, 사업가였으며 영웅적인 인물의 강인함과 사진 같은 사실성을 강조했다. 비극적 시대상을 반영하듯 이 시기에 만들어진 동상은 대부분 1940년대에 금속공출이란 명분으로 헌납되어 전장으로 사라졌다.

동상이 다시 공공 장소에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전후 시기였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시절에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는 충무공 이순신과 유관순을 비롯해 ‘민족의 귀감’이 될만한 인물을 선정,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 요즘은 동상이 역사문화콘텐츠로 이해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자원으로 여겨져 선정 인물도 다양해지고 친근해지는 추세다.

어느덧 팔순을 훌쩍 넘긴 1세대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은 서울 학고재 갤러리에서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림 중에는 간호사이자 단재 신채호의 아내 박자혜 지사의 초상도 있다. 큰 손으로 남편의 유골함을 안아 든 박자혜는 슬픔을 참으며 분노하는 표정이다. 그녀는 결코 연약하지 않다.

/이남희 충북도 여성가족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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