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도처에 벌집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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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내 도처에 벌집 있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3.2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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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동남지구,청주TP,넥스트폴리스를 선수 친 개발업자… 정보는 누가 줬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투기 바로미터 벌집

 

청주테크노폴리스의 벌집들 /육성준 기자
청주테크노폴리스의 벌집들 /육성준 기자

 

투기꾼들도 울고 갈 LH발 땅 투기의 여파가 거세다. 일각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LH에서 근무하는 송 모씨는 회사 게시판에는 지금 땅투가 난리다. 특히 동료 직원들의 비리를 지켜본 사람들의 제보가 많다. 여기에 정규직 직원들의 행태를 고깝게 생각한 계약직 직원들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진원지인 LH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자체 조사에 들어가는 등 들썩인다. 충북지역에서도 관련 의혹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북경찰청은 지난 1126명으로 구성된 부동산 투기 전담수사팀을 가동했다. 수사대상은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부동산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사람들이다.

앞서 충북도는 조사기간을 공직자 위반행위 공소시효를 따져 2014322일 이후로 정했다. 또한 범위를 충북도 소속 공무원, 충북개발공사 임직원, 그리고 이들의 직계존비속으로 확대했지만 조사 대상자의 개인정보동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이중 일부는 가정사를 내세워 거부했다고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충북의 몇몇 지역들에서 누군가 투기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벌집들이 즐비해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개발구역엔 늘 투기

 

충북 청주시에서 최근 벌집으로 시끄러운 지역은 충북개발공사가 청주시 청원구 일원에 조성 중인 넥스트폴리스산업단지다. 인근에는 20평 남짓의 벌집과 보상을 노리고 심은 묘목들이 수두룩하다. 한 주민은 지난해 6월에 산단 조성계획이 충북도의회 승인을 받자마자 벌집이 들어섰다. 그리고 8월에 이 일대가 개발행위 제한구역으로 묶였다고 설명했다.

개발행위 제한구역은 대단위 개발행위를 진행할 때 부지 내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고 급격한 땅값 상승을 막기 위해 충북도의 승인을 거쳐 설정하는 구역이다. 그럼에도 투기는 성행한다. 시기만 잘 맞출 수 있다면, 싼값에 토지를 사서 향후 사업부지에 대한 보상이 시작할 때 각종 보상금을 챙길 수 있다. 청주시 가경동 일대에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부동산들이 포진해있다.

기획부동산 업자 A씨는 메뚜기는 한철이라고 개발구역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벌집이 생긴다. 넥스트폴리스산업단지 사업 뿐 아니라 동남지구 개발사업, 청주TP개발사업, 오송역세권개발사업, 신전산업단지사업 등에서도 벌집이 즐비했다누군가는 공무원, 회사의 임원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미리 정보를 얻어 땅 작업을 한다. 뒤이어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움직이거나 개발계획이 나온 것을 보고 투자자를 모으는 기획부동산들도 있다. 최근에는 옥산면, 충북선 철도 인근 뿐 아니라, 멀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곳으로도 이들의 투자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청주시 송절동에 보상을 노리고 지어졌다가 최근 철거한 공장들
청주시 송절동에 보상을 노리고 지어졌다가 최근 철거한 공장들

 

벌집에도 등급 있다

 

이들은 개발예정지에 벌집을 짓는다. 하지만 벌집이라고 다 같지 않다. 권력 있는 사람이 연관돼 있으면 전답이 대지공장으로 둔갑한다. 일명 토지 쪼개기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흔히 1000평의 부지를 매입해서 10~20개로 필지를 분할하는 것을 토지 쪼개기라고 부른다. 일반 사람이 토지 쪼개기를 하려면 합리적이어야 하고 이용계획을 정확히 준수해야 하지만 이들이 개입되면 10, 20평에도 무리 없이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허가가 난다.

현행법은 어떤 토지를 공장용지로 지목변경하려면 도로 등이 인접해 있어야 하고, 환경오염방지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고 요건을 제시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개발행위 허가, 공장 등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 등을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연줄이 없는 사람이 개발부지 내에서 짧은 시간에 전답을 공장용지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A씨는 공장을 짓고 사업자 하나만 내면 보상이 2배가 된다. 하지만 공장을 내는 게 녹록치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이 소규모 벌집을 지어 여기에 소규모 사업자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투리땅에는 어떤 형태든 나무 심기는 필수다. 나무는 수목보상금을 통해 돈이 된다. 수목보상금은 관상수, 과실수 등에 대해 이전하여 식재하는 이식비나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취득비(매입비)를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주 오송역세권 주변의 관상수들 /육성준 기자
청주 오송역세권 주변의 관상수들 /육성준 기자

 

짓고, 심어야 돈

 

대부분 개발사업의 보상금은 LH의 기준에 따라 지급한다. 토지가 수용당하면 감정평가를 거쳐 토지에 대한 가격보상, 입목에 대한 수목보상 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영업보상도 진행된다. 영업보상은 부지 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 개발로 인해 이전, 사업중단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업자들은 보상을 위해 보통 꽃집을 만든다. 영업보상비와 함께 화훼업이 1차 산업으로 분류돼 별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은 금전보상이나 딱지 형태로 대토보상 등으로 지급된다. 딱지는 사업체당 보통 10평 남짓의 상업용지에 대한 권리를 준다. 기획부동산들은 이 딱지들을 몇 장 모아서 상업용지 한 필지를 분양받는다.

실상 토지보상금보다는 딱지를 받는 게 더 중요하다. 상업용지 한 필지는 분양가만 평당 15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몇 해 전 분양한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는 약 1700만원, 동남지구는 약 1500만원, 청주TP지구는 약 1500만원을 기록했다.

한편 공장용지는 딱지가 곧바로 돈이자 권리다. 평균적으로 한 장에 6~7억원에서 거래된다. 이런 투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보상금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개발구역 인근에는 지역인사 누가 얼마만큼의 벌집을 지었다’, ‘누가 투기를 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주민들은 알고 있다

 

문암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청주TP 인근에 지어진 공장, 벌집이 SK임원, 건설업자 S, 정치인 L씨 등의 소유라는 소문이 오르내렸다. 뒤에서는 관련 공직자들이 뒤를 봐줬다는 소문도 파다했다며 개발행위를 하는데 공직자, 개발업자들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는 송절동의 일부 토지주들이 개발사업 무효에 대한 소송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 동네 분위기가 술렁인다. 그런 가운데 LH 사건이 터졌고, 경기도 용인시에서 개발사업부지 주민들이 투기가 의심 가는 곳의 등기를 떼서 관계인들을 역추적 하는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동네에서는 청주TP개발반대주민대책위(대책위)는 대체 뭐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책위가 개발업체에 포섭돼 일이 진행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면서 지난번 대책위가 대토를 받아 상업용지를 처분했다는 얘기가 회자된다. 당시 송절동의 상업용지 한 필지(621)는 대토보상, 분양공고에서 제외된 채 소유권이 누군가에게로 이전됐다. 해당 토지는 주민대책위로 활동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졌고, 그들이 용지를 처분에 각 2500만원씩 나눠가졌다는 소문이 돌던 곳이었다.

청주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에 들어선 벌집들 /육성준 기자
청주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에 들어선 벌집들 /육성준 기자

 

발 벗고 나선 용인사람들

 

그런 가운데 최근 용인시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 주민들로 구성된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부지 내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직접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30건이 LH직원들, 20건이 용인시청 공무원이나 사업시행자 측 직원들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반도체클러스터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6에 사업비 17903억원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이다. 용인시는 LH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일부터 용인시청 공무원 4361명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56명이 반도체클러스터 등 관내 사업지구 토지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투기 의심정황이 있는 3명을 찾아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결과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래서 전체 부지에 대한 등기부를 떼보고 스스로 의혹을 찾아냈다.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클러스터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 SK측 담당 직원 등 수사대상을 일반기업 시행사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투기정황이 있는 사업이니만큼 수사 동안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할 것등을 촉구 했다.

박지영 대책위원장은 용인시의 자체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 조사범위와 방법을 바꾸면 훨씬 더 많은 투기 의심사례가 나온다. 등기부등본과 동문명단 조사 등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민간인으로써 한계가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용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충북에서도 땅 투기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다. 지자체 관련 부서는 문의, 제보전화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후문. 하지만 자정능력을 기대하기에는 그 뿌리가 어디까지 닿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외부 전문가와 함께 조사하고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제기되는 의혹들을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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