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붉게 살다간 허난설헌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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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붉게 살다간 허난설헌을 그리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3.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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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장편소설 '부용꽃붉은시절'발간
애민과 사회개혁 꿈꿨던 허씨 일가 이야기

김정애 소설가의 신간 장편소설 <부용꽃붉은시절>16세기 중기 천재 시인으로 알려진 허난설헌(초희: 1563 ~ 1589)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다. 허엽의 딸 초희는 큰 오빠 성, 작은 오빠 봉, 동생 균과 더불어 조선에서 가장 진보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당시 여인들이 이름을 가질수 없는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갖고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손곡 이달을 스승으로 삼을 수 있었다.

초희는 이미 8세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梁文)을 지어서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대 조선은 중국 성리학의 영향으로 남존여비, 부부유별 등 남녀차별이 엄격해진 데다 관직에는 더욱 진출할 수 없었다. 초희는 시를 통해 여성의 억압을 발산하고 신선의 세계, 이상국을 꿈꾸었다.

초희는 안동 김씨성립(誠立)과 혼인했으나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지 못했다. 남편은 가정보다 기녀들과의 풍류를 즐겼다. 더욱이 역병으로 두 아이를 연이어 잃는 참척의 고통을 겪었다. 시로 슬픔을 달래며 불우하게 살다 158927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

동생 허균이 작품 일부를 명나라 시인 주지번(朱之蕃)에게 주었고 1606(선조 39) 그녀가 별세한 후 최초로 중국에서 난설헌집이 간행되었다. 현재 2백여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김주희 문학평론가는 소설 <부용꽃붉은시절>은 공존을 연대하며 살아낸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젊은 그들은 제 운명을 피하지 않고 부딪힌다. 재주와 처지에 따라 품는 시선도 방식도 다르다. 시대가 개인에게 불온하고 불친절하더라도 한 사람의 생은 붉은 꽃처럼 찬란한 시절이다. 한 시절 꽃처럼 붉게 살다간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이 소설에서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라고 평했다.

김정애 작가는 충청매일 신문사에서 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며 2000년 단편소설 개미죽이기로 허난설헌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 책은 2008년 겨울 딸 테리와 함께 인도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쓴 글들을 모았다. 작가는 “3년 정도를 계획한 여행이어서, 배낭에 뭔가 특별한 것을 담아가야 할 것 같았다. 손곡과 허씨 일가를 이해하기 위해 장만했던 책 몇 권을 넣었다. 인도 카페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16세기 조선을 기웃거렸다고 말한다.

여행의 길에서 마치 16세기 조선의 길이 겹쳐졌다고. 이번 책은 1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작가는 “10년을 만지작거리며 이 기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자칫 철 지난 옷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공교롭게도 코로나 19가 찾아와 400년 전 주인공들의 삶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고 말한다. 유튜브에서 <부용꽃붉은시절>을 검색하면 작가가 직접 낭독한 글을 배경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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