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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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본다면
  • 충청리뷰
  • 승인 2021.03.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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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노트’ 쓰게 하는 등 과도한 이용 자제 방법 있어

 

관심사를 검색할 때 10대 청소년은 어느 곳을 가장 많이 이용할까? 네이버? 구글? 아니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유튜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37.3%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선택했다. 포털 및 검색엔진은 33.6%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미디어 이용 실태에 관해 조사한 결과 초등4~6학년의 60%가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이용한다고 했다. 응답자의 34.5%는 “스마트폰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이다”라고 응답했다.

청소년에게 유튜브는 필수가 되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유튜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영상들이 준비되어 있다. 화면을 잡아 당겨서 새로고침을 하면 계속해서 새로운 영상이 추천된다. 유튜브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존 제라츠키와 구글 전 수석 디자이너인 제이크 냅은 그들의 저서 <메이크 타임>에서 이것을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s, 물과 하늘이 연결되어 시각적으로 경계가 없어 보이는 수영장)에 비유했다. 끝없이 나오는 영상에 대해 적합한 표현이다.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미디어 습관에 대한 상담 전화를 많이 받는다. ‘우리 애는 맨날 핸드폰만 붙잡고 있어요.’, ‘유튜브 영상을 하루 종일 봐요’ 등 여러 하소연을 듣는다. 그런데 정말 이 문제를 유튜브 사용량으로만 접근해야 할까?

 

모든 정보 유튜브에서 얻는 학생들
오늘날 학생들은 유튜브에서 모든 정보를 얻는 세대가 되었다. 과거 책이나 언론 등의 역할을 유튜브가 하는 것이다. 책에도 좋은 책과 나쁜 책이 있고, 언론도 좋은 역할을 하는 언론과 나쁜 역할을 하는 언론이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를 들어 유튜브에는 Ted,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사피엔스 스튜디오 등 여러 강연 채널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공부 관련 채널들도 많다. 즉 잘 이용하기만 하면,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공부에 대한 좋은 정보와 강연을 접할 수 있다.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는 유튜브 노트를 써오라고 제시한다. 이 노트에는 ▷내가 본 영상의 제목 ▷영상의 주요 내용 ▷내가 이 영상을 본 이유 ▷영상을 통해서 얻은 점 ▷영상 제작자가 이 영상을 만든 이유 추측 ▷이 영상을 보는 동안 유튜브에서 추천한 영상 ▷추천된 영상을 계속해서 보고 싶은지 여부와 그 이유 ▷영상 속 내용에 거짓은 없는지 등을 작성하도록 되어있다.

이를 통해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자기도 모르게 시청하고 있던 영상들에 대해 인지하고 그것을 보게 된 이유부터 다음 영상 추천까지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이 과정을 며칠 하다 보면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하나는 학생이 자신의 과도한 유튜브 이용을 자제하게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이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 어렴풋이 인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내가 유튜브 영상을 책과 동등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들을 모아놓은 곳을 서재라고 한다. 유튜브에서도 보관함을 이용하면 ‘나중에 볼 영상’이나 ‘좋아요를 표시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일종의 서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유튜브에서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나중에 보려고 저장해두었는지 등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읽어낼 수 있다.

학생의 유튜브 시청에 개입할 수도
한 가지 더,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넷플릭스 CEO인 헤이스팅스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인간의 수면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얼마나 오랜 시간 넷플릭스에 머물러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취향을 샅샅이 분석하고 그 취향에 맞게 계속 새로운 영상을 추천해준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본 영상과 유사한 영상들이 계속해서 제공된다.

그렇다면 이를 반대로 이용할 수도 있다. 사전에 학생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튜브 시청에 개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학생이 봤으면 하는 영상들을 시청하도록 재생시키거나 구독을 누르고, 학생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영상이나 채널들을 ‘추천하지 않음’을 통해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의 유튜브 생태계는 완전히 다른 영상들로 구성되게 된다.

이 방법을 통해 나는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입시채널 몇 개를 구독하게 하고, 학습법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습채널 몇 개를 구독하게 한다. 관심분야별로 괜찮아보이는 채널들을 몇 개 기억했다가 추천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보는지는 유튜브 노트를 통해 파악한다.

물론 이 방법들은 학생이 자신의 유튜브 시청상황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해줄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개입했다간 개인정보나 사생활도 몰라주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쉽다. 계속해서 금지만 하다가 갑자기 바뀌면 그것도 당황하게 된다. 먼저 자녀가 또는 학생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천천히 벽을 낮추는 것부터 필요하다.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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