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기금이냐 세금이냐 대립 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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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기금이냐 세금이냐 대립 첨예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1.03.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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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회의원과 업계의 기금 합의 놓고 광역단체 강력 반발

 

시멘트 업계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역발전 저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놓고 업계·지역정치권과 광역자치단체 간 의견 차이가 표면화하는 등 갈등이 절정에 달했다.

시멘트 업체가 매년 일정액의 지역발전기금을 소재 시·군 산하기구인 ‘기금관리위원회’에 출연해 운영하는 방식을 골자로 하는 기금안과 정부가 업계로부터 목적세 성격의 ‘시멘트세’를 거둬 지역에 배분하는 세금안이 정면출돌하는 양상이다.

제천·단양을 비롯해 강원도 영월군 등 시멘트 업계가 집중해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은 최근 시멘트 업계로부터 기금을 출연받는 방식에 방점을 찍고 업계와 구체적 합의까지 마친 상태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엄태영 국회의원(제천·단양)을 비롯한 충북과 강원도 지역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4명은 지난달 25일 아세아한일·성신·현대 등 전국 7개 시멘트 회사 대표를 비롯한 시멘트협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기금 출연과 운용에 대한 세부안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 측은 시멘트 공장 주변 피해 지역 주민을 위해 매년 25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합의에 따르면 기금의 70%는 공장 반경 5㎞ 이내 지역 주민에게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공장 소재 시·군 발전에 쓰인다. 기금 조성 기준일은 2021년 1월 1일로, 시멘트 업계는 당장 올해부터 기금을 납부해야 한다. 업계는 올해부터 시멘트 1톤 당 500원을 지역발전기금을 출연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연간 기금 총액으로 배분하면 충북은 100억 원, 강원은 150억 원씩 나눠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충북도와 강원도 등 상위 지자체들이 기금 방식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합의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이들 광역자치단체들이 시멘트세 부과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기금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충북과 강원도 두 광역단체는 지역 시민단체와 정·관계 인사들로 구성된 시멘트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 입법 공동추진위원회의 활동에 적극 힘을 보태며 지역 국회의원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2일 제천시민회관 광장에서 출범식을 연 추진위는 “시멘트 업계는 지난 60여 년 동안 주민들에게 환경오염과 저발전 등의 문제를 야기한 책임을 지고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와 로비활동을 중단하라”며 “법안의 국회 통과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주민과 지방정부를 배제하고 시멘트회사와 국회의원 사이 협약으로 이루어진 기금 방안은 명백한 주권 침해로 정당성이 없다”며 “시멘트 생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주민을 기만하는 기금 방안을 포기하고 관련 법안이 국회를 신속히 통과하도록 국회의원의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거세게 압박했다.

이처럼 광역자치단체와 도 규모 시민단체들이 시멘트세 법제화에 한목소리를 내며 기금 출연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지역 국회의원과 업계의 기금론은 크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기금위의 근거가 될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업계로부터 기금을 전달받아 운용에 나서야 할 기금관리위원회의 구성부터 난항에 빠졌다.

하지만 기금론에 제동이 걸렸다고 해서 당장 시멘트세 관련 법제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지난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시멘트 생산량 1톤 당 1000원(40㎏ 1포대에 40원)의 목적세를 부과하자는 개정안을 심사하다가 보류한 전력이 내내 부담이다.

지역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겉으로는 기금 방식과 세금 방식에 대한 관점 차이로 보이지만 실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대선과 동시지방선거 등 중요 정치 일정을 앞둔 여야 세력 간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추진 중인 기금 방식에 맞서 여당 소속 도지사들과 기초의회 의장단들이 세금론으로 연대하는 듯한 양상이 정치적으로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이 정치대결 양상으로 비쳐져 시멘트 공장 주변 주민들의 피해 구제라는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여론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제천·단양 등 업계 소재 주민들은 “기금이 됐든 세금이 됐든 시멘트 산업의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환경, 경제적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정치권과 광역자치단체들은 모든 논의의 기준을 시멘트 업체 소재 지역 주민들의 피해 구제에 두고 대의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 장치 마련에 합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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