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개발 퇴직공무원 ‘사장님’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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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개발 퇴직공무원 ‘사장님’만들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3.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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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테크노폴리스, 오창테크노폴리스, 서오창테크노밸리 조직도 보니
청주시, 20%지분 투자하고 억대연봉 받는 대표이사‧감사 자리 얻어

언젠가부터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민관개발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는 민간시행사와 지자체가 손을 잡고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단지 개발 주체들은 일단 주식회사를 설립한다. 시행사, 시공사(건설회사), 청주시 등이 지분을 나눠 갖는다. 청주시는 보통 현물()이나 현금을 출자해 20%의 지분을 가져온다.

지자체가 지분을 20% 출자하면 주식회사는 원주민 땅을 강제수용할 수 있다. 게다가 청주시는 개발과정에서 각종 인허가를 대행해준다. 시행사들이 청주시와 손을 잡기 원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강제수용과 인허가 대행이라는 가장 난감한 숙제를 지자체가 술술풀어주기 때문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퇴직하고 산단개발회사의 사장님이 됐다. 민관 산업단지 개발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퇴직하고 산단개발회사의 사장님이 됐다. 민관 산업단지 개발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도심 내 산업단지 개발

 

청주시는 최근 흥덕구 내곡·송절동 등에 청주테크노폴리스(이하 청주TP)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1,2차 사업면적 1759186에서 3차에는 3796903로 확장했다. 도심 내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은 2008년 민관개발로 시작됐다. 청주에선 최초의 민관개발 방식의 산업단지 개발이었다. 실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청주TP()청주TP 자산관리다.

()청주TP의 지분 관계를 보면 ()신영 30%으로 대주주이고, 청주시 20%, 한국산업은행 15%, 대우건설 15%, SP종합건설 7%, 삼보종합건설 5%, 선엔지니어링 5%, 신영동성 3%를 각각 갖고 있다.

()청주TP의 대표이사는 청주시 도시교통국장이 당연직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동안 곽승호, 이동주, 박재일, 전우석, 이춘배, 연제수, 안성기, 김의, 남기상, 박철완, 박원식 등 전현직 공무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직에 있을 때 직을 맡았기 때문에 별도의 월급이 책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 이들 중에는 퇴직 후 ()청주TP 자산관리로 자리를 옮겼다. ()청주TP 자산관리는 청주시를 제외한 주주회사인 ()신영, 대우건설, 산업은행 등이 세운 회사다.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이다. ()청주TP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청주TP 자산관리의 직원은 주주사에서 파견한 직원과 퇴직공무원들을 합쳐 15명 내외다.

()청주TP 자산관리의 대표이사, 감사, 이사는 청주시 퇴직공무원들의 몫이다. 퇴직공무원들은 대개 정년을 2년 정도 남기고 ()청주TP 자산관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의 연봉은 최소 8000만원에서 1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특정 직급의 공무원들이 이른 바 후배들에게 물려주기계속해왔다. 이들은 대개 정년을 2년 정도 남기고 ()청주TP 자산관리에 재취업했다. 임기가 3년이라 퇴직 공무원 입장에선 일찍 떠나도 연금에다 억대연봉을 1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꿀보직 후배들에게 대물림

 

충청리뷰는 <도표1 참조>청주시 퇴직공무원들과 ()청주TP자산관리 주요보직의 관계도를 그렸다. 이밖에 민관개발로 추진하고 있는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 서오창테크노밸리의 관계도도 첨부했다.

()청주TP자산관리가 만들어진 2008년부터 지금까지 청주시 퇴직공무원들이 요직을 거쳐갔다. 현재는 신성준 전 청주시 주택도시국장이 지난해 ()청주TP자산관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감사엔 박홍래 전 환경관리본부장, 신동오 전 기획행정실장이 사내이사로 있다.

2017년엔 청주 오창 가좌리, 후기리 일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사업이 마찬가지로 민관개발로 추진됐다. 청주시는 2억원 가량의 현물()을 출자했다. 사업을 시행하는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는 ()원건설이 51%로 대주주였고 청주시는 2억원 가량의 현물()을 출자로 20%지분을 확보했다. 그동안 대표이사는 곽승호 청주시 전 도시관리국장-연제수 전 안전도시주택국장이 맡았다.

이사는 박선희, 신건홍, 최주원 도시개발과장이 현직에 있으면서 자리를 맡았다. 오창테크노폴리스 사업부지는 방사광가속기 유치 예정지이기도 하다. 현재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 민관개발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말로 청주시는 지분을 빼고, 대주주였던 ()원건설이 100%지분을 확보했다. 이제 민간개발로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청주시가 보증을 서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지난해 8월에 청주시 지분이 빠졌다. 그간 20%지분 때문에 이사 자리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는 옥산산업단지 일대에 서오창테크노밸리 산업단지 개발사업이 민관개발로 진행되고 있다. 청주시는 20%지분을 갖기 위해 현금 2억원을 출자해놓은 상태다. ()한화도시개발이 73%, 한화건설+삼우건설이 7%를 갖고 있다. 서오창테크노밸리 사업에도 이사 자리가 1자리 주어졌다. 최주원 현 청주시도시개발과장이 이를 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현직에 있으면서 이사자리를 맡다가 자연스럽게 퇴직 후 억대연봉을 받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감사가 될 수 있다. 퇴직 후 수면연장을 위해 내부에서 줄서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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