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식자재마트 우후죽순 입점에 제천 지역상권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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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식자재마트 우후죽순 입점에 제천 지역상권 초토화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1.04.01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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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
규제 장치 마련 시급” 지적
제천시 장락동에 문을 연 식자재마트 전경. 대형 식자재마트가 문을 열자 인근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큰폭으로 하락하는 등 지역 상권이 교란되고 있다.
제천시 장락동에 문을 연 식자재마트 전경. 대형 식자재마트가 문을 열자 인근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큰폭으로 하락하는 등 지역 상권이 교란되고 있다.

 

최근 제천에 대형 식자재마트가 우후죽 순 들어서면서 지역 상권을 뒤흔들고 있다. 상인들은 식자재마트가 하나둘 생겨 나면서 지역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며 아우성이다.

연초 하소동에 처음 문을 연 식자재마트 는 왕암동과 장락동까지 장악하며 지역 중 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식자재마트는 과거부터 지역에서 영 업하던 중소형 마트가 ‘식자재마트’로 이름 을 바꿔 개장하거나 넓은 주차장과 대형 건 물을 신축해 영업에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 이다. 소비자들로서는 주차가 편리하면서 도 대형마트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식품이 즐비한 식자재마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 기존 중소 상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식자재마트가 취급하는 품목들은 채소 등 청과물과 정육, 생선 등 농·축·수산 물이 총망라해 진열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일 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공산품과 생활용품도 없는 게 없을 만큼 다양해 대형마트를 뺨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트 내 대형 주차장 으로도 모자라 인근 골목까지 식자재마트 이용객들의 차량이 점령할 만큼 연일 문전 성시다.

하지만 식자재마트의 공격적인 지역 진출 에 맞서 중소 규모 토착 상인들을 보호할 법 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상인들은 발만 동 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식자재마트가 유통산업발전법상 대 규모나 준대규모 점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 문이다.

이들 식자재마트가 대규모 또는 준대규모 점포로 지정되면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전 통산업보존구역 입점 제한이나 월 2회 의무 휴업, 24시간 영업금지 등 규제를 가할 수 있 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어떠한 규제도 불 가능하다.

지역 상인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 다. 식자재마트 인근에서 소규모 슈퍼마켓 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식자재마트가 들어 선 이후 단골 손님들까지 발길을 끊어 폐업 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제천시가 식자재마트를 무분별하게 풀어주지 말고 조 례 제정 등 상인들을 보호할 장치를 먼저 마 련했다면 지금처럼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지 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 김모 씨는 “3000㎡ 이상 대규모점포 뿐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규제 대 상으로 분류돼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 규제를 받는데 SSM보다 큰 식자재마트만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온 갖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상인들 입장 에서 식자재마트는 토종 어류와 생태계를 마구 교란시키는 황소개구리나 배스 이상으 로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재 국회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을 찍 은 식자재 마트는 전체 슈퍼마켓 점포 중 0.5%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에서는 24.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 의원은 전 통시장 영세상인 보호 등을 위해 식자재마 트를 대규모 점포 및 준대규모 점포와 같이 개설 등록, 개설 예고, 영업 제한 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음 료품·식료품을 주로 판매하면서 도매업·소 매업을 병행하는 매장면적 1000㎡ 이상인 점포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무분별한 식자 재마트의 지역 상권 잠식을 다소나마 억제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고 시행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지역에 이미 세 곳의 식자재마트가 운영 중이어서 상인들의 피해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식자재마트가 제천의 큰 현안으로 부상하자 지역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가 나오고 있다.

장인수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 회 부의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자재마트에) 채소, 과일, 식품 부자재만 판매하는 줄 알았더니 공산품과 생활용품 등 없는 물건이 없었다”면서 “대형마트와 다를 게 없다면 대형마트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상인을 비롯한 지역 각계에서 식 자재마트의 잇단 개점에 우려를 나타내자 제천시도 이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규제 방안 찾기에 나섰다.

먼저 시는 식자재마트에서 제천화폐를 사 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한편, 관련 부서와 단속반을 편성해 방역 수칙 이행, 축산물 위 생 관리, 유통기한·원산지 표시 여부 등에 대한 수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제천에 이마트, 롯 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입점하자 전통시장 과 중소규모 점포 상인들은 ‘입점 반대협의 회’를 구성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에 도 제천시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대 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등 골목 상권 보호에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식자 재마트 문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내용이 담긴 협약만 체결했을 뿐 구체적 대응에는 나서지 않고 있어 상인들의 속만 타들어가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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