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주취자응급센터 설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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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주취자응급센터 설치 시급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4.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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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쳥주권 주취관련 신고 건 수 5만 5300건, 경찰 치안공백 불가피
주취자, 정신착란자 등 갈 병원 없어…타 지역 병원 수소문 일쑤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과음으로 쓰러졌다. 가족들은 A씨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지만 주취자인데다가 열이 있다는 이유로 병원 앞에서 문전박대 당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병원에서 수액을 놓아주고 술이 깨도록 도움을 줬지만, 이후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런 치료가 사라졌다. A씨는 결국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알콜전문치료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곳도 긴급 상황에 놓인 주취자들을 위한 병원은 아니다. 알콜중독자들을 위한 입원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주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완화에 도움을 주는 곳이다. A씨처럼 가족들의 도움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경우. 대부분은 도로 위에서 인사불성인 채 방치된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청주권에서 지난 3년간 주취 관련으로 112에 신고된 사건은 총 55333건이다. 하루 평균 50건으로 이중 10여건은 진료조치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경찰이 위급시 이들을 맡길 전문 의료시설은 전무하다. 이에 충북에서도 주취자응급의료센터(이하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센터는 경찰이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는 주취자를 병원으로 인계해 보호하는 곳이다. 술에 취해 의식을 잃어 보호자를 찾을 수 없거나 경찰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통제가 어려운 사람의 경우에는 경찰이 센터로 주취자를 인계한다.

 

왜 경찰이 관리하나?

 

국민의 구조에 관련된 업무는 소방공무원이 주로 하지만, 주취자 관련 업무만큼은 지자체의 소관이다이를 경찰에서 맡은 이유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의 보호조치 대상에 관련 법률 때문이다. 조문에서는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도록 했다. 이때 경찰은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강제입원 조치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강제입원 등은 어려운 상황. 인사불성 주취자들은 술이 깨면 멀쩡한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술 깬 이후 강제입원 조치로 인해 시비가 붙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혹 일이 커져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돼 처벌받는 경찰관들도 있다.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119에 신고가 접수돼도 대부분은 경찰이 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법 조항에서 주취자에 대한 책임소재를 경찰에 두었기 때문라며 서울인천 등에서는 센터가 있어서 경찰관들도 그곳으로 인계하고 순찰 업무 등 다른 일을 볼 수 있지만 센터가 없는 지역, 특히 시골지역에서는 순찰차에 태워 한적한 곳에서 술 깰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경찰관이 한 술집 앞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경찰관이 한 술집 앞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전국 6개 시도에 13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6개 시.도경찰청에서 센터 13개소 운영 중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서울 6(국립의료원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적십자병원동부병원서남병원), 인천 1(인천의료원), 경기남부 2(수원병원부천다니엘병원), 대구 1(대구의료원), 울산 1(중앙병원), 제주도 2(서귀포의료원, 한라병원) 등이다. 이용객도 해마다 느는 추세. 오영훈(민주, 제주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이들 센터를 이용한 사람들은 총 74410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52205, 인천 4962, 경기남부 4218, 대구 7455, 울산 4783, 제주 787명이다.

아쉽게도 충청권에는 한 곳도 없다. 이에 몇 해 전부터 대전에서 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무엇보다 예산문제가 첨예했다는 후문. 다른 지자체처럼 종합병원에 센터를 설치하게 되면 약 6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매년 운영비가 드는데 보통 응급실 운영에 준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충북도의 결단 필요

 

소요 예산을 추정해 보면, 현재 충북도에는 18개소의 응급실을 운영하기 위해 총 222300만원이다. 인원에 따라 차등지급하지만 평균적으로 개소 당 약 12300만원이 든다. 만약 센터가 생겨 청주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인원까지 수용한다면 예산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경찰은 지난달 충북도를 방문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운영의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당시 충북도는 사업 취지에 공감, 병원 선정 및 예산 확보 등에 협조·지원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센터 운영이 가능한 몇몇 종합병원들과 협의 중이다. 충북대병원, 청주의료원 등이 거론된다. 병원은 주취자 응급치료 목적상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 가운데 선정하는 것이 필수다고 전했다.

센터 설립 문제는 2011년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그리고 71일 자치경찰제의 시행과 함께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자치경찰제도는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설치유지운영에 대한 책임을 이양하는 것이다. 예산편성도 지자체 몫이다. 그렇게 되면 센터 설립도 지자체 책임이다. 향후 치안 공백을 유발하는 경찰의 주취자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센터 설립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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