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미래세대에게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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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미래세대에게 할 말이 없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4.0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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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으면 옆 자리에서 주식, 부동산, 코인 얘기가 왕왕 들린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전국민이 무슨 대회라도 하는 것 같다. ‘누구는 이번에 어떻게 돈을 벌었다더라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코로나 시대 갑자기 풀린 유동성으로 어떤 이는 큰 돈을 벌었다. 위기 때마다 큰 돈을 벌수 있는 기회는 찾아온다. IMF시절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이나, 코스피 지수가 반토막이 났을 때 주식을 산 사람들 등이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는 위기 때 가정을 잃고 돈을 잃었다.

재화총량의 법칙에 따라 돈의 주인은 몇 번 바뀌었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정보와 운, 권력은 늘 가진자에게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울기가 지금 너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그 똘똘한 한 채가 지방에 있느냐 서울에 있느냐로 또 갈린다. 청주와 가까운 세종시 아파트도 그 롤러코스터에 탑승했다.

서울에 사는 것만으로도,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큰 자산을 획득하게 됐다. 이제 이 격차를 누가 어떻게 줄일 것인가. 정치권이 과연 할 수 있을까.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고, 그 자금은 토건족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토건족은 소멸되지 않는다. 토건족에 기생하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더 이상 자녀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올라갈 수 있는 계층 사다리마저 끊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자산격차는 앞으로 점점 더 벌어질 텐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경제 방송을 듣고, 부동산 공부를 한다고 한들 지금 어떻게 그들을 쫓아갈 수 있겠는가.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기조차 포기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지만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어쨌든 지금의 삶은 좀 슬프다. 삶의 모든 에너지를 부의 증식만을 위해 써야한다면 좀 허무하지 않는가. 우리가 좋아했던 음악과 그림,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실종되는 것 같다. 과연 그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다. 얼마 전까지 우리사회는 오늘만 살 것처럼 욜로를 외쳤다면 지금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들을 추앙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당장 주식으로 돈 번 사람,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이 영웅처럼 등장한다.

이 모든 게 거품이라면 꺼지겠지만 늘 집값은 오르지 않았던가. 물론 주식과 코인도.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조언도 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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