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 넘치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시,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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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넘치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시, 읽어볼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4.0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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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시인 첫 시집 『와락, 능소화』 펴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신인상도 수상

'호박 된장국'

어머니가 된장국에 호박을
잘잘잘 썰어 넣으신다.
호박이 등이 휘어지도록
씨앗이 가득하다고 한다.
참깨다 들깨다 깨소금 타령을
한다고 시끄럽단다.
어머니 등허리로 아우성들이
꽉 차오른다고 한다.

호박 된장국 한 수저에
나이가 가득 씹힐 때마다,
어머니 이제 등 휘어진 호박
썰기 싫다고 하신다.
팔십 년 깨소금맛 아들은
삼십 년 더 먹겠다 한다.
어머니 호박국 한가득 떠서는
밥 위에 얹어주신다.
 

송창현 시인이  첫 시집 『와락, 능소화』를 펴냈다. 그는 올해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첫 시집이지만 '호박 된장국'처럼 긴 여운이 남는 시가 많아 반갑다. 백인덕 시인은 그의 시에 대해 "송 시인은 해학이라는 특성으로 묶기 전에 삽화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가족, 즉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형 등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은 편편이 다 잘 형상화되어 가족사에 대한 긴 서사를 보지 않았지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감흥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4~5년전부터 틈틈이 시를 써온 그는 이 시집에 외갓집 청주와 가족의 얘기를 많이 담았다. 이 시집에는 '여보 언제 와' '와락, 능소화' '어머니의 양철대야' '어머니 굽은 손가락' '할머니 간장독' 등 해학이 넘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가 담겼다. 송 시인은 올해 『리토피아 』 시부문 신인상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그는 시집 서두에 "시를 생각하기만 하면 그냥 있어도 하루가 의미있게 흘러가는 일도 있더군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마치 대화라도 한 듯 즐거울 때도 있더군요"라며 시와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또 문인들은 젊은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고 그의 앞 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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