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사는 것만으로 가난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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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사는 것만으로 가난해진다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4.1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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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도시 200만호 개발=세금 집중 포화
‘균형발전’외치지만 중앙집권식 개발 가속화
주거복지 못 이루면 향후 일자리도 사라져

수도권 집중과 아파트 값
청주에서 살아남기

 

소위 100년의 자산격차가 벌어졌다고 한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차이. 노동소득으로 이를 따라잡으려면 20대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월급을 아무데도 쓰지 않고 100년을 모아도 될까 말까다.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 5억이 올랐다. 중위가격 아파트는 이미 10억원을 넘어섰다. 80%가 오른 셈이다. 서울 인근 경기도 지역도 약 42%가 올랐다. 청주도 오창 방사광 가속기 유치로 아파트 값이 들썩거렸다.

일부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서울경기권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인근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 값 폭등으로 공시지가가 100%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몇몇 지역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이다. 대전 또한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청주는 아파트 값이 최근 많이 올랐지만 인근 지역에 비해 여전히 가장 싸다. 이는 부동산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정부의 신도시 200만호 개발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배치되는 정책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무심천에서 바라본 청주시내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정부의 신도시 200만호 개발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배치되는 정책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무심천에서 바라본 청주시내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 집값의 딜레마

 

청주지역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모 씨는 청주 아파트 값이 오른 건 부동산 카페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외지인들이 갑자기 수십 채, 수백 채를 사면서 이른바 호가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린 데다 투자자들이 그나마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을 찾다보니 청주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청주는 미분양지역이었고, 아파트 가격도 분양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게 청주시민들의 삶에는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예술인 모 씨의 실제 투자사례를 들어보자.

A(50청주거주)2016년 서울 지역 아파트를 지인들의 권유로 매입했다. 당시에도 청주지역 아파트 값보다 50%나 비싸서 망설였지만 대출을 받아 소위 영끌을 했다. A씨는 자녀들이 나중에 서울에서 거주할 것을 염두해 서울 아파트 구입을 추진했다.

시간이 지나자 정부는 1가구 2주택에 대한 각종 규제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A씨는 연일 서울의 아파트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당초 매입 가격의 2배 가까이 올랐다. A씨는 청주가 주거주지이지만 10년 넘게 산 청주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

연식이 오래된 청주아파트는 몇 개월이 지나도 팔리지 않았다. 결국 호가를 낮춰 지난해 말 정리했다. A씨는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서울에 입성했다. 주변인들은 이러한 A씨를 부러워한다.

이처럼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크기와 속도가 달라진다. 이른바 똑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 우석훈 씨는 “‘서울자본주의가 공고해지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봐도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에 부동산 비리가 점화된 ‘LH공사의 신도시 개발건도 이면을 들어다보면 이른바 서울 자본주의를 공고히 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을 여전히 강행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3기 신도시 개발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신도시 개발계획을 들여다보면 서울이 과밀화되기 때문에 주변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논리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127, 변창흠 전 장관은 62만호, 200만호를 수도권에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은 식민지다

 

이에 대해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청주사람들은 왜 정부의 신도시 개발에 대해 분개하지 않는가. 의아스럽다. 정부 돈이 수도권에 집중포화되는 것이다. 단순히 가구당 5억이라고 치면 1000조의 돈이 투입된다. 주거복지가 이뤄지면 일자리가 생긴다. 지역의 재화가 서울로 또 쏠리게 된다. 균형발전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지역에 일자리가 남아있겠는가, 지금 당장 내 자녀를 위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점점 더 서울과 수도권으로 세금이 쏠리게 되면 나중에 지역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한 균형발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정부 돈이 향하고 있는 곳은 지역이 아니다.

헌법 제123조에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11, 119, 120, 122조 등 균형발전에 관한 국가책무를 규정한 대목이 많다. 하지만 역대 정부와 관료들은 헌법의 정신보다 정작 자신들의 살고 있는 서울을 살찌우기 위해 노력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역은 이미 서울의 식민지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 수도권은 특별법을 제정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소각장이 설립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 쓰레기 소각장이 청주로 대거 밀려들었다. 이밖에 각종 유해시설 등이 지역에 배치된다. 지역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자본을 축적할 기회도,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도 사라진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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