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축산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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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축산업에 대하여
  • 충청리뷰
  • 승인 2021.04.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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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새로운 길 모색해야

 

호모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짐에 따라 고대 대형 육상 포유류의 멸종이 동반되었다. 거대한 맘모스와 같은 대형 포유동물은 육류를 얻기 위한 인간의 사냥 표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의 기후위기, 산림서식지 파괴, 도시확장에 따른 환경오염은 코끼리, 기린 및 하마처럼 몸집이 큰 야생 포유류의 지속적인 감소로 멸종 위기에 있지만, 몸집이 작은 일부 야생 포유류에게는 번성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몸집이 큰 육상 포유류는 인간이 이용하는 가축만 남게 될 것이고, 그중에서 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이 큰 육상동물이 될 것이다.

지난 1만년 동안 현생 인류가 번성하도록 도왔던 특별한 동물도 소였다. 소의 도움으로 인간은 가장 극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베리아 북동부 (지금의 사하공화국)에 있는 야쿠티안 소(Yakutian cow)는 작은 몸집이지만 따뜻한 털과 고지방 우유를 제공하였고, 소의 배설물은 단열재와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사하인들이 혹독한 겨울 동안 버텨낼 수 있었다.

전 세계에는 수백종류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들이 남아있다. 그 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류도 존재할 수 없었다. 인류 공동체, 문화 및 종교를 형성하는데 최초의 영적 존재로써 소는 존경을 받았고 소를 제물로 바치는 것은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신성한 소통의 고리로 여겨졌다. 나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 해결책이 소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믿고 과거와 현재의 전세계 다양한 소들을 연구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
근대 산업혁명에서 인류가 소에게 저지른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한다면 북미 들소의 학살일 것이다. 북미대륙에 유럽 소들을 사육하기 위해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북미 대평원에 서식하던 수천만 마리의 들소들을 학살하였다. 그 학살에는 미국 원주민 공동체의 식량 공급을 파괴하려는 의도도 물론 숨어 있었다.

지난 200여년간 유럽의 식민지화 과정과 인류가 일구어낸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서 지구 도처에서 벌어진 생물서식지 및 생태계 파괴로 인한 생물의 다량 살상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공장식 축산업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화된 공장식 축산업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본격화 되었다. 2차 세계대전동안 폭약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던 질산암모늄 (Ammonium Nitrate)은 전쟁이 끝난 후 골칫덩어리였다.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었기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얼마 뒤 일어난 한국전쟁 동안에도 많은 양의 폭약들을 한반도 전역에서 소모하였다고 한다. 대량으로 탄약을 생산하던 공장들은 점차적으로 질소화학비료 생산공장으로 바뀌게 된다.

질소비료는 1950년대 이후 옥수수 생산을 급격하게 증가시켰고, 그후 옥수수 농업과 축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 된다. 즉 현대사회에 이용되는 셀 수 없이 많은 가공식품에 옥수수 원료로 들어가게 되고, 옥수수는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가축사료원료도 된다. 즉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증산된 옥수수는 사료로 활용돼 마블링처럼 맛있는 소고기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한우산업도 그렇게 발전하게 된 것이다.

 

옥수수혁명이 기여한 것
1950년대 이후의 현대문명은 옥수수 혁명에서 시작되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질소를 원료로 성장한다. 폭약재료였다가 식물에 질소를 공급하는 화학비료로 질소암모늄의 광범위한 사용은 환경오염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옥수수의 용도와 가공관련 산업은 이루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다. 즉 옥수수 혁명이 없었다면 지금도 풍족함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옥수수 곡물사료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옥수수를 사료로 먹이는 소에 대해서 공장식 축산으로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지금 세계는 Covid-19 전염병과 싸우며 생산량 감소로 인한 일부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식량공급이 감소하고 곡물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곡물가격의 갑작스런 급등으로 우리나라에서 단기간에 식량공급이 부족할 확률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위해 농촌에 농민이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를 키우는 농가가 많은 이유는 그것이 가장 안정적인 소득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소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지역에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 속에서 동물복지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용한 자원으로 소를 연구하고 활용하는데 관심을 좀 더 가져주길 바란다.

/김관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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