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이 다문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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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1명이 다문화 학생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4.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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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봉명초 전체 학생 중 33.6%로 청주시내서 가장 많아
학년별 한국어교실 운영, 지역사회 커뮤니티 센터 필요해

지금은 다문화시대

청주 봉명초

 

청주시 흥덕구 봉명1동에 위치한 봉명초등학교는 463명 정원에 다문화 학생 수가 156명으로 33.6%를 차지한다. 청주시내에서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다. 학생 3명 중에 한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2017년을 기점으로 외국인 학생 수가 늘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30명 정도에 그쳤지만 2018년엔 82, 2019년엔 112, 2020년엔 144명이나 됐다. 올해는 156명까지 증가했다.

 

봉명초 학생들이 ‘한국어교실’에서 따로 한글을 배우는 모습. 한국어를 습득한 후에 원적교실에 가서 공부를 이어간다. /사진=육성준 기자
봉명초 학생들이 ‘한국어교실’에서 따로 한글을 배우는 모습. 한국어를 습득한 후에 원적교실에 가서 공부를 이어간다. /사진=육성준 기자

 

올해 봉명초 병설유치원 3세반은 7명 정원에 6명이 다문화 학생으로 85.7%를 차지한다. 손희순 봉명초 교장은 “3세반은 학기 초엔 인원 전부가 다문화학생들이었는데 한국 아이가 1명 입소해 100%에서 비율이 낮아졌다. 2017년 청주공항에 블라디보스톡 직항로가 개설됐다. 이주한 가족들이 현지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하나 둘 부르면서 학교에 다문화 학생 수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학기 도중에 전학 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일대 다세대 주택단지가 형성된 것도 다문화 가정을 모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실마다 이중언어 표기

 

봉명초엔 일단 학교 곳곳에 러시아어가 보인다. 교장실, 교무실 등 학교 공간의 이름 밑에는 러시아어가 별도로 표기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수칙을 알리는 게시물이나 플래카드 등도 러시아어로 따로 적어 놓았다.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키르키르스탄 등 러시아 권 학생들이 많고 중국, 필리핀, 몽골, 일본, 베트남 국적의 학생들도 있다. 2013년 즈음 고려인 후손에게 비자발급에 대한 심사기준이 일부 완화되면서 청주에도 점차 이주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손희순 봉명초 교장
손희순 봉명초 교장

 

일단 교실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그래서 교사들은 수업이 끝난 후 전문 학습공동체를 통해 간단한 러시아어를 따로 배우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적용할 수 있는 봉명초 만의 러시아 수업언어를 개발하고 있다.

봉명초는 따로 한국어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학년별로 학급이 개설돼 있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3교시 정도를 한국어 학급에서 기본적인 언어를 습득한 후 원적학급으로 돌아간다. 손 교장은 러시아 현지인을 교사로 채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아직 준비된 교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행착오 끝에 한국어 강사(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했는데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러시아 현지인은 병행 언어를 사용하는 반면 한국어 강사는 한국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데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현지인 강사(이중언어강사)는 러시아 문화에 대해 따로 일반 교실에 가서 일정 시간 수업을 한다. 또 다른 문화권 학부모 및 아이들 상담을 할 때 통역을 담당한다.

손 교장은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내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언어가 안 통하니까 서로 끼리끼리만 논다. 학부모들에게 오히려 러시아 문화권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세계화 시대 다문화 친구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 경험은 엄청난 기회로작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모습.
한국어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모습.
전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전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미래교실은 이렇지 않을까

 

하지만 봉명초에 다문화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일반 가정 학부모들의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손 교장은 다문화 아이들의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수업이 끝난 후에도 돌봄의 문제가 있다. 방과 후 수업이나 학교 주변 돌봄기관과 연계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하고 있는 월드휴먼브릿지와 연계하거나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단체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화학과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문화 학생 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교실은 작은 세계다. 봉명초는 상호 문화 이해존중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 만들기연구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서로의 다른 문화와 시간을 살아온 아이들이 청주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아이들이 교실에서 화합하는 과제부터 풀어야 한다.

김영대 교감은 체육, 음악, 놀이 등 언어가 필요 없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상호교류를 넓혀가려고 한다. 체육 수업의 경우 다문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려고 한다. 향후 등교길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또 봉명초 걸그룹도 추진 중이다. 어찌보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실례로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를 교내에서도 개최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순 교장은 안산지역에 다문화 학생들과 지원시설이 많다보니 참고하게 된다. 다문화 아이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설이 봉명동에도 필요하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엔 지역사회가 돌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학부모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지역 내 커뮤니티 센터가 하루빨리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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