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계가 협력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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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기계가 협력하는 사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5.0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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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4% 재택근무 경험, 주 4일제는 생산성 효과
힘쓰는 일은 기계가 대체, 사람은 디지털 기술과 함께 일한다

일터가 달라졌다

노동방식의 변화

 

기존의 자동차 생산라인과 현재의 자동차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기존의 자동차 생산라인과 현재의 자동차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1996년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예견했다. 그는 미국 농업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피곤을 모르는 기계들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농업의 기계화는 100년 전에 시작됐다. 1880년에는 논 한개 구역인 약 1200평의 땅에 농사를 짓기 위해서 20명 이상의 시간노동자가 필요했다면, 1936년에는 6.1, 최근에 들어서는 1명도 필요 없어 졌다. 제초기, 트랙터 등을 사용하면 불과 5분이면 작업이 끝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농업의 기계화가 잘 진행된 편으로 농업진흥청에 따르면 무인제초로봇, 자율주행 트랙터이양기, 로봇 방제기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기준 논농사의 기계화율은 98%,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60%. 정부는 이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2년까지 3967억 원의 예산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장비보급 예산 등을 합하면 지원 규모는 더욱 크다.

그러다보니 인간 스스로의 노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12차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사람이 필요 없다. 또한 대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노동의 형태도 바뀌었다. 코로나19로 대인접촉이 제안받기 시작한 1년 사이에 일부 업종의 재택근무는 생활화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15일 직장인 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년 사이 상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직장인은 24.5%, 이를 포함해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직장인은 54.2%로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자 이제는 기본소득, 4일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화두는 조정훈 의원(시대전환, 비례)이 던졌다. 지난해 12월 주 4일제에 대한 5차례 공론화를 시작했고,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는 후보들이 이와 관련된 공약을 내걸었다.

 

인식이 바뀌었다

 

최근 충북의 노동현장 변화 중에는 주 4일제 근무와 사람대신 기계가 일하는 스마트공장 도입이 눈에 띈다.

충북에서는 주 4일제를 도입한 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 민주노총 충북지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주 4일제에 대한 공론화는 없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요구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에서는 변화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 이번 용역은 앞으로 9개월 동안 자료수집, 실태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토론회 등을 거쳐 1219일에 최종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는 스타트업, IT,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주 4일제가 확산되고 있다. 세종시 소재의 한 IT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최수진(31) 씨는 우리 회사는 월·금 일한다. 주로 일본기업을 상대로 거래할 일이 많은데, 거래처들이 주 4일제를 시행하다보니 우리도 따라 수요일에 쉰다4일제는 최고의 복지다. 이제는 월급을 더 준다고 해도 주 5일제로 돌아갈 순 없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4일제의 핵심은 임금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이를 도입한 현장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연구결과가 없지만, 4일제의 효과에 대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재팬으로, 기업은 20198230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5주 동안 금요일에 쉬게 하는 주 4일 근무를 시행했다. 급여는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 결과 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MS 재팬은 단축된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고, 화상미팅, 전화사용을 장려해 의사소통에 드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불필요한 관행들이 사라졌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어도 생산량은 증가했다. 부수적으로 전기 등을 비롯해 사무실의 고정비용이 줄어들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실제로 프린터를 이용한 인쇄 페이지 수는 같은 기간에 비해 60%가 줄었고, 전력 소비는 23% 감소했다.

 

확대되는 스마트공장

 

많은 기업들이 주 4일제를 고민한다. 이제 노동형태의 변화가 이제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무직 뿐 아니라 생산직에서도 일부 적용되는 분위기다.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스마트 공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경우 생산원가는 15.9% 절감되고, 산업재해는 18.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의 생산성은 30%, 품질은 43.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중기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구축을 목표로 지원 사업을 벌인다. 우선 지원 대상은 리쇼어링을 고민하는 기업들이다. 리쇼어링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공장은 설계·개발제조유통·물류 등 생산의 전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품질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이다. ICT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수십 명이 할 일을 프로그래머 한 두 명이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업은 프로그래머와 소통할 생산 전문가 몇 명만 있으면 되는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외로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 중 코로나19로 원료 수급 등 타격을 입은 곳이 많다. 이들을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리쇼어링이 가능하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소기업연구원은 2019노동 4.0, 인더스트리 4.0 촉매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사람과 기계간의 협력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그리고 2년 남짓이지만, 이미 많은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권준화 연구원은 이제 노동문화는 변했다. 디지털 리더십의 확산, 재택근무와 같이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유연한 인력 사용, 직업 재교육을 통한 디지털 마인드로의 인식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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