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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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인터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5.06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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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기록하는 건 주간신문 기자의 일상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성장했고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면서 때로는 휘청거렸다. 이번 주엔 공교롭게도 무겁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는 두 명의 인사를 만났다. 신문지면으로 담기엔 이야기가 넘쳐서 이곳까지 몇 자 적는다.

이번 주에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을 만났다.

김정호 수의사는 201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청주동물원의 날것의 모습을 공개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동물원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동물원은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럽지 못한 공간이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청주동물원은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 많이, 다양하게동물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 느리지만 천천히 동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해외에서 희한하게 생긴 동물들을 많이 수입해 보여주는 전시공간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살고 있는 토종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전국에서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청주동물원에 모이고 있다. 동물원이 생태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잠시 쉬었다가 야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쉼터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정호 수의사는 내부에서 얼마나 고정관념과 싸웠을까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또 한명의 인물은 남북의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성공단 문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다. 직함부터 개성공단의 재개돼야 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성공단이 2016년 문이 닫힌 후 열리지 않으니 그의 답답함이 하늘을 찌른다. 그는 분노의 감정이 내면에 가득하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진실에는 수위가 없다면서 그는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남북은 20184.27남북 정상회담,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운영 재개를 약속했다. 2019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개성공단의 재개 용의를 밝혔으나 2월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또 다시 무산됐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남한이었다. 아니,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남한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2019년까지 북측의 실무진들과 개성공단 재개 협상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그의 답변은 옹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답지인데 눈앞에서 풀지 못하니. 정답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그는 기자에게 토로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비핵화 프레임이 갇혔다고 말한다. 비핵화가 되지 않으면 평화가 올 수 없다는. 그 프레임은 누가 심어줬을까. 분단체제가 공고해질수록 이익을 얻는 집단일 것이다. 우리는 늘 우리안의 이데올로기와 싸워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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